-
-
마을의 귀환 - 대안적 삶을 꿈꾸는 도시공동체 현장에 가다 ㅣ 행복사회 시리즈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지음 / 오마이북 / 2013년 9월
평점 :
마을의 귀환 –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마을공동체를 통해 희망 엿보기
네 명의 기자와 한 명의 사진기자, 이렇게 꾸려진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다섯 명이 길고 긴 시간을 투자하여 만들어낸 책, <마을의 귀환>을 읽었다. 책이 만들어진 시간만큼이나 긴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되고 오마이북측으로부터 이 책을 받아서 읽기까지, 어렴풋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나만의 ‘공동체 이상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골같이 황량한 곳에서 내 아이에게 내가 직접 공부를 가르치고, 농장도 운영하고 이웃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그런 그림을 그렸었다. 하지만 이상향은 말그대로 이상향이었을 뿐. 정확한 목표 대상이나 마을공동체에 대한 지식수준은 현저히 낮았기에 책을 통해 이상향을 한번 더 정립한다기보단 새롭게 알아가고, 배워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마을의 귀환>을 읽기 전, <정치의 즐거움>이란 책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특별시에 가지는 애착과 마을공동체를 향해 품고있는 비전 등을 엿볼 수 있었다. 도심 속 공동체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박 시장의 이야기가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가운데, <마을의 귀환>을 통해 그가 그토록 강하게 주장하던 마을공동체 사업의 실태를 제대로 알아갈 수 있어서 너무 유익했던 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서울시에 자리잡은 수많은 마을공동체 중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여러 군데의 공동체를 직접 취재하고 생생한 그곳 이야기를 담아놓은 초반부~중반부까지의 이야기들은 한 집 한 집, 한 지역 한 지역 내 마음에 묘한 울림을 던져주었다. 후반부의 영국 코하우징 시스템 역시 큰 도전거리를 던져주었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톡톡 튀는 감초역할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고창석 씨도 집으로 돌아가면 한 지역의 마을공동체 일원이었다. 그를 <마을의 귀환> 페이지 속에서 사진으로 만나니 뭔가 신선했다. 의욕 넘치는 일반인들이, 바쁜 현대도시와는 다소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 이런 공동체를 만들어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촬영스케줄로 빠듯할 그 역시 이런 소소한 행복 속에서 여유로운 일상을 실천하고 있었다니, 더욱 이런 공동체 속에 나도 녹아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울렁거렸다.
‘강북구 삼각산재미난마을’에서는 아이, 어른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서로의 이름대신 별명, 애칭을 불렀다. 더 가깝게, 편안하게 서로를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라는 이름이 유독 기억에 남는데 구수하기도 하고, 부르기도 편리한 이 이름처럼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에게 거리감을 가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그 분위기를 지면을 통해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고, ‘나는 어떤 별명을 지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을 정도. 고양이를 닮은 얼굴이니 ‘야옹이’, 아니면 수다스러운 성격이니 ‘수다걸’ 등등 몇 가지 후보도 만들어 놨다.


마포구 성미산마을이나 동작구 성대골마을은 마을공동체의 역할 그 이상을 톡톡히 해내는 곳이었다. 특히 성대골마을은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각 세대마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들과 직접 땔감거리까지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여기서 자라는 아이들은 정말 환경 하나는 끝내주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족집게 과외를 받고 방과 후 시간을 모조리 학원에서 보내는 도심 속 아이들과 비교해봤을 때 이곳 아이들은 자기가 따뜻하기 위해선 나무를 주워야 하고, 전기 하나도 함부로 이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걸 저절로 배워나가면서 분명 도심 속 아이들보다 훨씬 가슴이 뜨거운 아이로 성장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고 산 속이나 도심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만 ‘마을공동체’가 완벽하게 이뤄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서울특별시 ‘노원구 청구3차아파트’의 경우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직접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아파트 속 공동체 유지비를 마련하는 경우였다. 이들 중 어머니들로 구성된 공동체는 아파트 내 상가건물에 독서실을 번갈아가며 운영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지킨다!’를 직접 실천하고 있었다. 빨랫감부터 음식물찌꺼기까지 어디든 사용할 수 있는 천연효모도 개발하는 등 청구3차아파트 내 공동체는 도심 속에서 이곳만의 공동체 운영을 착실히 해나가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었다.
한 푼 두 푼 차출한 돈으로 마을 내 도서관을 건립하고, 문화와 예술을 마을 안에 입혀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에도 충분히 가치있는 공동체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금천구 남문시장 등 서울시 안에 숨어있는 마을공동체의 모습은 부러움과 존경스러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본보기가 되었다. <마을의 귀환>이라는 제목처럼, 점점 삭막해져가는 도심 속, 빌딩 숲 사이에서 우리는 다시 ‘진정한 마을’을 꿈꿔야 할 때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