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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되라 -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그룹 디젤 CEO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프로젝트
렌조 로소 지음, 주효숙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BE STUPID(바보가 되라) - 렌조 로소, 디젤과 바보의 공생관계

세계적인 청바지 브랜드, 디젤(DIESEL). 이 디젤의 창시자 렌조 로소가 책을 펴냈다. 자신은 항상 바보같은 방식만을 추구했지만, 그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바보가 되라'는 카피를 내걸고 펴낸 책. 이 책에서는 그의 과감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면을 아끼지 않고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메모장으로 수십 장을 활용하는가 하면, 대문자로만 구성된 영어카피로 자신의 자서전마저 '광고' 느낌이 물씬 풍기도록 만들었다. 청바지에 대해 많은 지식은 없는 편이지만, 그리고 디젤이라는 브랜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렌조 로소라는 인물의 이야기, 그가 풍기는 당당함을 통해 나는 이제부터 '디젤'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책 한권이 독자에게 가져다주는 힘은 이처럼 엄청나다.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그룹 디젤의 CEO 렌조 로소가 말하는 꿈=현실 프로젝트, 그 이야기를 다시 간추려본다.
그는 바보를 지향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식함을 가진 자'의 그 바보가 아니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졌고, 겸손하면서도 용기있는, 세상에 굴하지 않는 과감한 사람을 그는 바보라고 칭하고 있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는 '바보예찬'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바보라는 단어의 중복에 거리감이 들었지만 이내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렌조 로소가 주장하는 '바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책에는 렌조 로소가 직접 겪은 과거의 일이 소개되고, 그 다음페이지에 그 사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한 <바보 전략>이라는 페이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실수하되 바로 인지하고 해결하는 방법'이 바보의 태도이며, '부정하기보다 긍정하는 것'이 바보의 사상이다.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재를 채용하려는 도전정신'이 바보가 추구하는 정신이며,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고 포착해내는 능력이 바보의 노하우라는 점.. 이 외에도 많은 전략들이 요약되어 있지만 이 정도가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그의 사연을 읽은 후 전략을 복습하는 게 가장 좋지만, 바보 전략만 숙지해도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겸손함, 용기, 덕성은 바보가 지니는 모든 재능"이라는 말이 뇌리에 가장 깊이 박혀있다. 겸손함과 용기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 말하고 있었는데 이는 내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라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부분이었다. 겸손하다면 적당히 용기는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진 덕을 보여야 하는 사람은 때로는 결단력있게 추진할 줄 아는 과감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럴러면 겸손함을 유지하기란 또 어려울테고.

하지만 이건 나의 오산이었고, 어렵게만 느껴지고 어울리지 않을거라 느껴지던 이 세가지를 제대로 버무릴 줄 아는 사람이 실은 '제대로 된' 사람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남들은 손가락질 하는 바보일지 모르나 결국은 이런 '바보'가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인물이라는 점, 이것이 렌조 로소가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었을테다.
여전히 현역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렌조 로소. 그의 독특한 사상이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실은 부럽기 때문일거고, 내 마음속에서도 그런 도전정신을 꿈꾸고 있다는 반증일지 모르겠다. '우리는 생각하고 거기서 끝내지만, 바보는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긴다.' 그가 내게 지금 알려주는 팁인 듯 하다. 책을 통해 내 속의 꿈틀거림을 발견한 이상, 나도 제대로 바보가 한번 되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래 세 장의 사진에 드러난 페이지가 꽤 마음에 든다. 솔직히 이 한국판 <바보가 되라>의 내지 구성까지 렌조 로소의 힘이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감하게 지면을 투자했다는 점,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마치 지면광고처럼 표현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렌조 로소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패션계의 이단아라고 불리는 렌조 로소. 그는 자신이 속한 팀이 광고대회에서 상을 받을 때에도 혼자만 올라가는 것이 합당하지 못하다고 판단, 자신의 얼굴을 본 딴 가면을 4개 더 만들어 팀원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가면을 받은 팀원들은 렌조 로소의 얼굴을 하고 무대로 올라갔고, 그렇게 무대는 렌조 로소 5명이 올라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고.
"나 혼자 일궈낸 성과가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상을 혼자 받을 수 없다." 렌조 로소는 이러한 퍼포먼스적 행동에 대해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이 일화를 읽는데 어찌나 심장이 벌렁거리던지. 과연 '이단아'라 불리울만큼의 강한 깡을 지닌 그였다. 그런 렌조 로소니깐, 그런 그의 자서전이니깐 이런 지면 배치도 잘 어울릴 터였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공감하지만 적어도 이 책 만큼은 '사람이 책을 만든다'는 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저자가 아닌,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렌조 로소의 책이기에. 이런 과감함이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아래 세 장의 사진은 차례대로. 목차, 아이디어 메모장, 간지(소제목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