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 - 삶에 서툰 나를 일으켜준 한마디
김지수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월요일 출근길 버스안에서 첫 장을 폈던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거야>. 월화수목금 5일동안 출근길과 퇴근길, 잠들기 전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어가던 이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소설이 아니기에 줄거리를 요약할 수도 없고, 경영서적이나 자기계발서가 아니기에 요점을 정리할 수도 없다. 읽는 내내 가슴 뜨거워지는 공감들을 잔뜩 불러일으켰던 이 책에 대한 내 느낌만을 오롯이 적을 뿐이다.


원래 에세이류는 잘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 가을쯤인가, KBS 이지애 아나운서의 에세이 <퐁당>을 읽으며, 누군가의 이야기가 참 재밌구나, 이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그가 쓴 에세이는 필히 읽어봐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분명히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활자로 옮겨놨을 뿐인데, 책의 후반부를 읽을 때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소설구조에 빠질 수 없는 ‘클라이막스’라는 단계가 비단 소설에만 들어가란 법은 없다. 사실은 우리네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클라이막스들이 더 극적이고, 더 재미있고, 또.. 더 공감가는 건 사실이니깐.


이번에는 보그코리아 김지수 에디터의 에세이였다. 그녀는 얼마 전 배우 이정재와의 인터뷰 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우종완 씨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기사로 내보내, 고인에 대한 예를 지키지 못하고 특종에만 눈이 먼 기자라는 오명을 잠시 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남 헐뜯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연예계의 수준 낮은 기자들이 물고 늘어지는 치졸한 방법의 희생양이지 않았나 싶다.


그녀는 누구보다 연예인을 잘 안다. 많이 만났고. 친구처럼 지내는 연예인이 꽤 있으며, 최고의 배우들과 영화를 찍을만큼 그녀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받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에세이를 읽어보면서 얼마나 진솔하고, 깨끗한 사람인지도 느낄 수 있었고.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실명을 거론하며 막 던지는 그녀의 텍스트들에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이 남자, 저 남자 많이 만나봤다는 그녀의 친구 이야기를 꺼낼 땐, 그녀의 친구의 남편이 기분나빠하진 않을까 하는 오지랖 넓은 걱정도 했다.


그녀의 엄마가 실은 친엄마가 아니며, 그녀의 친엄마는 오래전 이미 천국을 갔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새엄마로 들어온 그녀를 몇십년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만하다가 정작 자신이 하율이라는 예쁜 딸을 낳을 때 비로소 새엄마를 이해하고, 엄마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도.. 여간 솔직한 사람이 아닌 이상 에세이에라도 담기 어려울 수 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수수한 민낯, 거기에 옷차림마저 수수하게 입고서 강단에 서기도 하고, 때로는 화려한 포즈로 화보까지 찍는 베테랑 기자의 포스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도 한, 김지수 기자는 정말.. 부럽고 또 부러운 나의 롤모델이었다.

사보 만드는 일을 하다가 계열사 잡지사가 생길 때 잡지사 기자로 전향하게 되었다며, 그녀는 자신이 기자라는 길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를 설명해준다.


나는 지금 사보나 소식지를 작업하는 기획자로 일하는데, 나도 그녀처럼 잡지사라는 더 바쁘고, 더 화려하고, 더 생동감 넘치는 곳에서 일하게 되는 날이 올까?

2~3년동안 같은 일을 하면서 서서히 익숙해지고, 또 서서히 정착하게 되는 그 서서함이 나는 싫다. 이 삶에 안주하기는 죽어도 싫다.

김지수 에디터의 텍스트를 마음에 새기고, 머리에도 새기며, 안주하는 삶이 아닌, 나이에 굴하지 않고 내 할 일은 다 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남들의 이야기를 ‘글’이라는 ‘아름다운 도구’로 풀어낼 수 있는 그런 멋진 글쟁이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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