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 오쿠다 히데오, 직장인 그녀들의 마음 속 이야기

걸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걸 - 오쿠다 히데오, 직장인 그녀들의 마음 속 이야기

오쿠다 히데오의 <걸>, 워낙 유명한 작품을 많이 쓴 작가여서 두말않고 읽겠노라 생각했던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여자들의 이야기만이 등장한다. 책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모두 여자의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비춰지는 모습만일 뿐이다.

5가지의 단편은 모두 여자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책 중반에 가면 ‘걸’이라는 책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해주는 주석이 나온다.

걸. 20대 중반 정도까지의 미혼여성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여자애를 뜻하는 말.

영어 뜻과 별반 다른 뜻은 없지만, 일본에서는 ‘걸’이라고 불리지 못하는 나이대로 접어들면 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여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난 더 이상 걸이 될 수 없어..” 뭐 이렇게 말하는 책 속 주인공도 있었으니 일본 사회의 여성들이 ‘걸’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터.

5가지의 단편은 ‘띠동갑’, ‘히로’, ‘걸’, ‘아파트’, ‘워킹맘’ 이렇게 다섯가지 이야기로 나눠져있다. 여성 직장인으로 살고 있어서일까.

일본이라는 국경의 제한도 가뿐히 넘어갈만큼 나와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많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이야기를 다 재밌게 읽었지만

요즘 내 상황과 묘하게 들어맞는 ‘히로’라는 제목의 단편에 마음이 더 끌렸다.

‘히로’라는 단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여자 상사와 남자 부하의 이야기’인데 자신보다 어린 여자 상사를 무시하고 깔보는 남자 직원과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상사로써의 체면, 그리고 부하 직원보다는 어린 나이. 이 모든 굴레들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견뎌내야 하는 여성 상사의 이야기는

훗날 내가 꿈꾸는 미래가 혹시나 그런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직장생활을 좀 더 편안하게 하기 위하여 ‘타협’을 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하기에 당당하게 내 생각과 의견을 피력할 것인가.

책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주인공들은 이런 갈등 속에서 살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이 집중적으로 관리해줘야 하는 신입사원과의 나이차가 띠동갑일지라도,

신입사원의 외모에 끌려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고, 결혼에 대한 당장의 생각은 없지만 나의 집을 갖고 싶다는 욕심 아닌 욕심이 생길 수도 있고,

또 이혼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도 당당한 워킹맘으로 자리 잡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이런 여러 갈등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그녀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는 느낌으로 책장을 덮었다.

그녀들의 삶은 아직 나와 일치하는 부분은 많이 않았지만, 훗날 나도 그런 상황을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하기에,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한다 생각하고, 그녀들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책을 읽었다.

여자라는 아름다운 성을 가진 내가, 직장이라는 멋진 곳을 누릴 수 있는 내가, 어제보다 더. 오늘보다 더. 앞으로를 멋지고 당당하게 사는 방법.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언제까지나 내 스스로에게는 영원한 ‘걸’이 되어줘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늘, 한결같이 아름답고 싱싱한 ‘걸’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