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디지털 세상을 만나다
테레사 베르거 지음, 안선희 옮김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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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예배에 대한 최신 논의를 알기 위해, 정보 습득의 차원에서 집어든 책인데, 이론적으로도 깊이 있게 정리되어 있어 많은 공부가 되었다. 저자는 가톨릭 전례학자로서 디지털로 매개되는 가톨릭 미사가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마치 코로나 이후의 일을 예측이라도 한 듯한 통찰력 있는 견해이다.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가톨릭이 ‘모인 회중에 대해 과도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거기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최근(책이 쓰여진 2018년 이전) 프란체스코 교황의 행보가 그의 낙관론의 근거가 된다. 그리고 그가 예측한 대로 2020년 현재 성사의 효력이 디지털로 매개될 수 있다는 입장이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정식화되고 있다.


이 책은 디지털 환경의 새로운 실험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그것이 가톨릭 성사의 기본적인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전례는 “근본적으로 물질적이며 감각적”이었다. 디지털 환경 역시 물질적이다. 물질을 통해 매개된다는 기본 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과거부터도 예배에 대면 참여가 필수가 아니었다는 사례를 제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메모해둔다.
-11세기 베네딕트회 수사 다미아노(Peter Damian)가 쓴 마사에 관한 논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조차도 교회의 함께 하는 활동 속에서 신자로서 하나가 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86) 교회가 성령에 의해 하나로 묶여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물리적 환경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성도들과 교통(communion)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한 믿음으로 하나가 되어 물리적 공간 때문에 신자들과 함께 모이지 못할 때조차도 진실로 모두와 함께 하는 것”(87)

-13세기 여성 신비주의자들에 의해 ‘눈으로 보는 성찬식이라는 개념’이 발달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바이넘의 연구에서 제시되듯이, 남성 사제에 의해 성체성사 참여가 제한된 상황에서, 여성 신비가들은 환시 속에서 빵과 포도주를 받는 경험과 그리스도가 직접 먹여주는 신비를 체험하는 경험을 했다.
아시시의 클라라(Clare of Assisi)의 사례도 있다. 클라라는 아파서 나갈 수 없을 때 환시 속에서 미사 장면으로 보게 된다. 그 환시가 너무 선명하고 참석자의 이름을 댈 수 있는 정도라서 참석을 인정받게 된다. 1957년에 교황청에서는 이를 근거로 그녀를 텔레비전의 수호성인으로 지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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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관한 50가지 오해 - 신자들도 모르는
존 모리얼 외 지음, 이종훈 옮김, 오강남 감수 / 휴(休)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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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볼 만한 종교학 책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보통 종교학을 가르치는 일은 종교에 관한 상식과 싸우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상식 차원의 질문에 대해 그 생각의 잘못된 전제를 지적하는 이 책의 형식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질문에 대한 해설도 수준이 높다. 2014년에 저술된 만큼 최신의 학문적 논의도 담겨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수준급 번역자를 만나 2015년에 번역되어 나왔으니 고마운 일이다.

2. 질문을 어떻게 던지는가가 이런 작업의 핵심이다. 이 질문들은 미국의 종교학 교실에서 형성된 것이다. 미국인을 위한 것이다 보니 우리 처지에선 불균형해 보이는 것이 있다. 유대교 내용이 많은 것에 비해 불교를 비롯한 동아시아 종교에 관한 질문은 부실하다. 미국에서 그쪽 독자를 충실하게 배려하여 정직하게 응답하여 나온 책이니 당연한 결과다. 그들을 탓하기보다는 우리나라 종교학자가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3. 특히 유용해 보이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종교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는 종교 개념을 다루는 부분으로, 일반에게 낯선 종교학 기본 이론을 소개한다. 딱딱한 대목도 조금 있지만 필요한 정보를 적절하게 제시한다. 3장 ‘기독교, 기독교인, 기독교 성경에 관한 오해’는 기독교 신자가 읽으면 좋을 내용이다. 믿음의 내용과 학술적 결론의 편차를 알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 종교 이야기를 학술적 입장에서 접근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4장 ‘이슬람, 이슬람교도, 코란에 관한 오해’는 한국인 대다수에게 권하고픈 내용이다. 우리나라엔 이슬람에 관한 정보가 적고 왜곡되어 있다. 언론 기사에도 흔히 나타나는 오해에 관해 상세하고 명쾌하게 서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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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문화 2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616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 지음, 유기쁨 옮김 / 아카넷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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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사례로 가득한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며 행복했다. 이 변태 같은 감정은 무엇일까? 유럽과 세계 각지로부터 수없이 쏟아지는 자료들, 자료의 엄밀성이 확인되지 않은 무방비 상태에서 자료들에 압도당할 때면 생각의 길을 잃고 무엇을 읽어내야 할지 멍해지기 마련이다. (다시 읽으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황금 가지>를 읽을 때는 확실히 그랬다. 그런데 타일러의 글은 자료의 홍수 속에서도 신기하게도 종교학사를 장식하는 주요 주제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특히 애니미즘 서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번역판의 2권을 읽을 때 황홀감이 극에 달했다. 종교가 없는 민족이 있다는 보고를 논박하면서 종교의 기본적인 정의를 제안하는 애니미즘 이론의 첫 부분은 전부터 주목했던 내용이다. 이번에 번역본 덕분에 추가로 음미하게 된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영혼 교리의 다양성(부족사회의 정령, 동아시아의 귀신, 기독교의 영혼을 연결하는 그의 강력한 논의), 망자와 음식을 통한 교류, 저승 관념의 비교, 페티시즘을 영혼 이론 내에 포함, 영혼의 물질성 여부, 퇴화 이론의 철저한 논파, 선교사에 의한 부족사회 자료 오염에 대한 민감한 태도, 기독교(혹은 선교지에서 이해된 기독교)의 이원론적인 속성 등.
그의 저서 이후 종교학사에서 떠오르게 될 주제들이 그의 자료 배치 안에 녹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료의 나열이 아니라 주제 의식에 따른 배열을 읽어내면서, 오랜만에 종교학 책을 읽은 뿌듯함을 느낀다. 종교학을 한다는 것은 선배들이 고민했던 문제 의식의 공유 아닌가. 아마도 공유된 주제에 목말랐나 보다. 그래서 이 책을 종교학을 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면서 이 거목으로부터 후대에 어떤 꽃이 피어올랐는지를 떠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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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한 여덟 가지 이론들
대니얼 L. 팰스 지음, 조병련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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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강의 교재로 이 책을 읽었을 때 전과는 꽤 다른 인상을 받았다. 이전 판본(일곱 이론)을 읽을 땐 새로운 정보를 찾는 대학원생의 입장이었고, 그냥 밋밋한 개론서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개정판(여덟 이론)을 번역본으로 읽은 것인데,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학자들의 이론체계 전반의 그림을 보이는 것, 요약하되 핵심이 빠지지 않도록 어떤 부분에서는 상세히 설명하는 것, 해당 학자의 언어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것. 나로서는 할 수 없는 그러한 일들을 이 책은 하고 있다. 예컨대 엘리아데의 방대한 사유를 주저서와 함께 수십 페이지 안에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막스 베버는 또 어떤가? 이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해당 학자와 관련된 최근의 연구들도 꽤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예를 들어 장마다 소개된 참고문헌들은 대학원생 수준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내용이다.)


책이 출판되었을 때 번역자들이 종교학 전공자들이 아니라서 약간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읽어보니 괜한 걱정이었다. 기본적으로 잘 번역되었고 대부분의 경우 용어 선택도 적절하다. 종교학 이론 수업에서 이처럼 든든한 한글 교재를 갖게 되어 번역자들에 감사드린다. 이처럼 학자들의 기본 논지를 충실히, 현재 연구의 관점에서 소개해줄 수 있는 책은 당분간은 나오기 힘들 거라 생각한다. 도리어 지금 드는 아쉬움은 이 교재를 사용할 수 있는 종교학 이론 수업이 한국에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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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교학이 문외한인 학생들이 읽을 다른 책들은 없을까요?

방가 2021-08-13 13:21   좋아요 0 | URL
어려운 질문이네요. 쉽고 재미있는 종교학 책, 찾기가 어렵죠. 현실적인 쟁점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이 어떨까 싶네요. 그냥 참고하세요.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광장에 선 기독교 - 공적 신앙이란 무엇인가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김명윤 옮김 / IVP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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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빚어낸 참담한 현실을 그저 참된 신앙에 대한 ˝오해˝(저자의 언어로는 기능장애)일뿐이라고 하다니. 이렇게 나이브하고 낡은 인식을 갖고 종교가 공적 영역에서 무어라 발언할 수 있을까? 이 정도가 최고의, 그리고 최신의 기독교계 지성의 논의라는 게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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