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집·땅·사람 이야기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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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든 저의 첫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내가 꿈꾸는 정말 이상적인 집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집을 못 지을 듯하다. 왜냐하면 이 이상을 쫒기에는 내가 너무 세속적이라서, 다만 나의 생애 마지막 집을 짓는다면 이런 집을 짓고 살고 싶다"
정말 많은 부분에서 집에 대한 생각에 공감이 가기도 하고 많이 배우면서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자본주의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구성원으로서 나의 이상만을 쫒기에는 #부동산 이 #자산가치 의 달콤함을 너무나도 많이 향익했기에 이 책에 맞추어 집을 짓기에는 내가 너무 세속에 때가 묻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전 종이책이 <역세권 도장깨기>이고 바로 다음 책이 이 책<나무처럼 자라는 집>을 읽는 모습이 현재 나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하나의 #스크린샷 이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집의 이상적인 모습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기반의 이야기이기에 살아가면서, 내가 살 곳을 정할 때, 내가 살 집을 지을 때 꼭 간직하며 고려해야 할 요소임은 틀림없음을 깨닫습니다.
"모르고 선택지를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알고 선택지를 만들었는데 우선순위가 밀릴 수는 있겠죠?"

(P34) 물론 건축가가 하는 일은 집을 짓는 일입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함께 꿈을 꾸어주는 일입니다. 많은 직업이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지만, 건축가는 주로 즐거움과 희망을 매개로 사람들과 만납니다. 그 덕분에 꽤나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꾸는 꿈과 즐거움에 동참합니다.

이런 점은 의사나 판사,검사들이 돈을 더 벌지 몰라도 아픔과 불행을 매개로 만나는 반면, #건축가 는 즐거움과 희망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니 훨씬 윤택한 삶이 될 수는 있을 듯 합니다.

(P40) 꽃밭을 만드는 것은 사계절을 집 안에 들이는 일이고, 무미건조한 재료들을 쌓아올린 건축물에 생명의 빛을 더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P53) 최근 다방면에서 우리나라의 문화가 전 세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경계 없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자유로움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56) 제가 생각하는 한국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이나 중국의 건축과 달리 공간이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건축은 이를테면 정지된 화면이 아니라 동영상처럼 공간과 공간 사이에 끊임없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외부의 방들은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빛과 바람같은 자연의 요소들이 지나가는 흔적을 담게 됩니다.
(P58)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깁니다. 그 말만 들어도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달에서도 보일 정도로 큰 신전과 같은 거대한 집이 아니라, 생각이 담긴 집입니다. 게다가 그 생각이 높고도 향기롭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도산서당은 우리가 건축가로서 늘 꿈꾸던 그런 집이었습니다.
(P88) 집이란 그런 생각의 집적체이며, 집의 이름을 짓는 것은 그 생각을 정리해서 집의 토대를 만드는 일입니다. 집은 생각으로 지어야 합니다.
(P89) 문자를 알아야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글을 모른다면 책은 그저 종이 뭉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건축을 보는 관점도 그렇습니다. 그저 재료나 형태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건축의 다양한 표현 방식과 의미를 알게 되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이나 의미를 읽을 수 있을 때 건축은 비로소 문화가 되는 것입니다.
(P117) 건축은 결국 사람과 땅의 관계이고, 그에 대한 매개체로서 건축가가 존재하게 됩니다. 땅을 이롭게 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며,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역할, 그 만남과 그 주선이 저의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P238)  늘 제가 최고의 집으로 손꼽는 산천재는 격이 있고 향기가 있는 집입니다.
(P312) 저 역시 숨 쉬는 집이란 내외부 공간이 서로 숨 쉬듯 호응하고 동네의 집들과 함께 호흡하는 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중략) 숨 쉬는 집이란 주위와 호응을 하고 공간끼리 호응을 하며 시대와 호응을 하는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P327) '마당이라는 여백'을 통해 우리 옛집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시선을 적당히 분산시킵니다. 대청에 앉아 집안일을 모두 관장하고 있는 할머니가 보는 마당, 팔자 편한 바깥어른들의 사랑마당, 즐거울 일 별로 없이 부엌에서 일하는 며느리가 보는 마당, 엄숙하게 사당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사이마당 등.



<철학적 문구>

(P99) 행복한 미래는 가치 있고 즐거운 현재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P101) 고통 끝에 어떤 깨달음이 오는 것이 아니라, '시작도 즐겁고 중간도 즐겁고 끝도 즐거운' 그런 것이 불교의 핵심인 중도 사상이라고 합니다.
(P109)  직업이란 생계를 이어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완성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상과 개인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훌륭한 삶은 즐기는 일을 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이라는 것은 늘 의무가 따르고 책임이 따르게 되어 즐긴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P125) 집은 사람이 짓지만 시간이 완성합니다. 집이란 짧은 시간 동안 단번에 지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집 자체가 스스로 완성을 유보한 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성되어 간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P251) 집은 '껍질'이기도 하고 , '재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입니다.


이 #작가 분들은 EBS 프로그램 <#건축탐구 , #집>을 통해 얼굴을 알게 된 건축가분들이라서 그런지 글을 읽으면서 훨씬 친근감도 느껴지고 아는 사람이 이야기해주듯이 가볍게 읽으면서도 머리에 쏙쏙 박히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좋으신 분인데도 상당히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신 분여서 그런지 사람과 땅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하면서 집은 건축하려는 시도가 너무 좋았습니다. 책 후반부는 한 집을 의뢰하신 분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그리고 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상세히 기록하고 그걸 알려주어서 참 좋았던 책입니다.

집을 지어보고자 하시는 분들은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몰라서 못 하는 것보다는 알면서 안하는 것이 훨씬 좋기에 #집짓기 의 많은 다른 관점을 될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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