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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평점 :
역시 미메시스 책은 퀄리티부터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저번에 크레이그 톰슨의 『담요』라는 작품을 봤었는데 미메시스 출판사는 책 품질, 작품성, 디자인 뭐 하나 빠지지 않는 것 같다. 약 300여쪽에 수많은 컬러 삽화가 수록되어있다. 또한 책은 큰데 가볍다는 것도 굉장한 메리트다.
상뻬를 알게된 것은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작품 자체의 동화적 느낌과 상뻬의 행복한 그림이 잘 어우러져 유독 뇌리에 박혔었다. 이후 이런 저런 작가의 작품이나 사이트에서 문득문득 보긴 했어도 그의 작품은 본 적이 없었는데, 자전적 내용을 담은 『상뻬의 어린 시절』이 나와서 즐거운 마음에 보게 됐다.
약 백쪽 가량은 전 『텔레라마』 편집장 겸 대표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의 인터뷰고, 나머지는 삽화들이다. 양영란 번역가가 구어체로 솜씨좋게 옮겨서 마치 둘의 대화를 목전에서 구경하는 듯이 생생하다. 인터뷰는 상뻬의 젖먹이 시절부터 시작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겁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겁니다!’라는 말은 상뻬가 습관처럼 중얼거리면서도 정말 고치고 싫어하는 말버릇이다. 세계 최고 대가의 이런 콤플렉스라니 너무 인간적이다. 하지만 인터뷰보다는 제목이 붙지 않은 수많은 삽화를 보며 더 많은 시간을 뺏긴 것이 사실이다. 아이보다 더 아이같은 상뻬의 그림은, 잊고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게 한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좀 달자면, 프랑스는 인문학의 선두주자답게 창작자에 대한 예우와 다양한 컨텐츠를 결합시켜 상품화한다. 인문학은 본래 굉장히 실용적인 것이다. 실용성의 증거는, 바로 인문학이 아직까지 사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핸드폰만 해도 몇 년 만 지나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인문학적 소양’이니 뭐니 요란을 떨지만, 우리가 고전적 인문학 강국들을 뛰어넘으려면, 적어도 따라잡기라도 하려면 뭔가 다른 국가적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