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평점 :
이 책은 1969년부터 계속된 친영국 진영과 친아일래드 진영이 무력 충돌을 일으킨 북아일랜드 독립 투쟁 속에서 폭력, 정신이상, 죽음 등의 혼란 속에서 비극의 전말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피폐하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국가의 폭력, 무장 세력의 폭력, 학교안에서 교사의 폭력, 친구간의 폭력, 가족간의 폭력...
곳곳에 번져있는 잔인한 폭력을 보면서 내 마음도 점점 무거워져만 간다.
이런 폭력은 점차 사람의 정신도 짓밟아버려 미치광이로 만들어 버리고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게 만드는 현실을 오직 약자만이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이기에 이 비극적인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어밀리아가 소녀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겪게 되는 고통의 일상의 년도별 시간의 흐름으로 보여주어 얼마나 기나긴 세월 동안 피폐한 삶을 살아왔는지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전쟁의 혼란함 속에 종교적 갈등까지 겪어야 했던 역사적 상황은 그 시대를 더욱 암울하게 묘사해 준다.
특히 가슴 아픈건 가족간의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다.
오빠 믹은 어려서부터 어밀리아의 고무탄을 빼앗는 과정에서 교묘함과 야비함을 보였고, 성인이 되서도 믹은 아내 미나와 변태적인 행동을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두 부부가 어밀리아에게 행하는 폭력과 언니 리지의 광기어린 폭력성을 보면서 너무나 섬뜩하여 소름이 돋고 가족이란 단어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가족, 이웃, 사회가 하나로 단결되는 것이 아닌, 점점 서로를 향해 독기를 품고 그 누구의 죽음도 신경쓰지 않는 현실에서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안타깝고 전쟁은 사물도 사람도 모두를 파괴시키는 악마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