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1 - 관상의 神 역학 시리즈
백금남 지음 / 도서출판 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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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관상」은 관상학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김내경이라는 관상가를 주인공으로 역사적 사건인 계유정난과 관상학을 접목시킨 역사 팩션이다. 사실 소설보다는 영화로 알게되었는데 영화적 관심보다는 개인적으로 관상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다. 총 2편으로 구성된 소설의 1편에서는 주인공 관상가 김내경의 탄생부터 시작된다. 내경의 아버지 관상가 김지겸은 김종서의 살인증거를 갖고 있다가 김종서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내경은 도망길에 오르게 된다. 생전에 아버지가 일러준대로 이상학이라는 관상쟁이를 찾아가고 스승으로 삼는다. 이상학 밑에서 관상학에 관해서 배우면서 점차 비범한 관상가가 되어 가고 훗날 김종서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1편에서는 내경이 관상에 대해서 배우기 때문에 관상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관상에 대한 내용에 빠져들게 됬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느덧 거울을 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평소 관상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었다면 무척 흥미로운 소설이 될 것이고 관상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흥미가 생겨날 것 같다. 읽기 전부터 궁금했던 점은 그옛날의 관상학과 지금 내가 풍문으로나마 알고 있는 관상에 대한 얕은 지식과의 차이였는데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관상에 관한 깊이 있는 묘사와 작가의 심미안에 감탄하게 되었고 오히려 관상에 관해서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2편에서는 내경이 본격적으로 관상쟁이로 세상에 나오면서 일어나는 일들로 채워진다.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권력다툼이라는 역사적인 소용돌이속에 내경이 들어가 자신의 운명을 건다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것은 역사를 바꿀만한 사건들이 한낯 관상재이에 의해 변하고 관상가의 시선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자고로 사람은 마음을 잘 써야 한다는 걸. 그 스님이 왜 아이의 상이 장수상으로 변했을까 하고 알아보았더니 그아이가 그러더라는 것이야. 집으로 가는 날, 개울을 건너려는데 간밤의 비로 물살이 불어 있더라는 거야. 물이 자꾸 개울에서 넘치는데, 한곳을 보니 개미 무리들이 새까맣게 이사를 하고 있더래. 물살이 들이치고 있어 자기도 모르게 윗옷을 벗어 개미들 가는 길에 놓고 중위를 벗어 일단 물살을 막았다고 해. 개미들이 옷 위로 가득 올라오면 옮기고 또 옮기로 그렇게 모든 개미를 구해주었다는 것이야. 그때 나는 무릎을 쳤지. 바로 이것이로구나." -p82

관상을 얼마나 믿는가? 스스로의 물음에 나는 좋은 말은 믿고 나쁜말은 흘려듣는, 약간의 기분을 좌우하는 정도인데 관상쟁이들도 심성을 곱게 쓰면 관상에 따른 인생이 길하게 바뀐다고 하니 조금은 아이러니한 것 같았다. 요즘은 관상성형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한국인에게는 관상이 친숙한데 관상가도 자신의 관상에 따른 운명을 거스르고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니 어쩌면 관상이라는 것은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관상이라는 소재와 버무려 더욱 흥미롭게 그려내어 멋진 시너지의 조화를 이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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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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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콘에서 내가 제일 즐겨보는 '안생겨요'라는 코너가 있는데 애인이 생기지 않는 솔로들의 마음을 꽁트로 재미있게 대변해주어 배째지게 웃으면서도 눈물나는 이른바 웃픈 상황이 되곤한다. 거기서 두 개그맨이 하는 말들은 평소 외로운 솔로들이 느껴봤을 법한 시츄에이션이 나오는데 쟤들 천재 아닐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심금(?)을 울리는 한편 정말로 오랫동안 솔로의 아픔을 느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개콘 찬양을 늘어놓았는데 요는 개그맨이든 작가든 시인이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내 마음 깊은 저변에 있는 것들을 끌어내어 주는 표현들을 노래로, 개그로, 소설이나 시로 표현한다는거에 놀랍고 대단하다는 거다.
 
이 책의 작가 역시 10년도 더된 내 슬픔과 외로움을 끄집어내어 쿡쿡 찌르는 듯한 이야기들로 이 책을 채우고 있다. 서정적일듯한 표지로 일단 페이크를 주었지만 내용은 서정과는 거리가 멀며 작자 본인의 표현대로 삼류스런 필체와 책을 다 읽고 유일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구수한 욕이 곁들여저 이게 시인이 쓴 글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요상하게 글 하나하나가 정말 공감을 주는 말들이 많았다. 특히 외로움이나 사람들의 관계에 관한 말들이 와닿았는데 요즘들어 내 상황과 맞물려서 인가 옆에서 괜찮을거라고 누군가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편하나 없는것 같은 세상에 한명쯤 내편을 들어주는 듯한 느낌.
 
우울과 절망이 느낌이라면 그것은 곧 지나간다. 하지만 불안을, 공포를, 우울을, 절망을 깨달아버린 거라면 그것들은 절대 지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불안과 공포, 진정한 우울과 절망은 깨달음의 세계다. 가벼운 느낌 따위로 설명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한번 깨달은 것이 무슨 수로 극복될 수 있겠는가. 극복된 깨달음은 가짜다. 사랑도 그와 같다. 시바. -143p
우울과 절망은 느낌이기를, 깨닫는 사랑이기를.
 
 
그러나 친구여,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일 없이 반갑고, 일없이 그립고, 일 없이 술잔을 건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냥 아무런 까닭 없이 옛 이름들을 한번 불러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230p
나이가 들수록 그냥이라는게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때로 돌아가기를.
 
 
본디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천치인 경우가 허다하다. 아예 자기 자신의 생각 따위가 없는 사람이거나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잇는지 모르는 사람이기 십상이다. 자기 내부가 휑하니 비어 있으니 어떻게든 남 이야기라도 해서 그 곤궁감을 채워야 하는 사람들, 측은하고 가련하다. (중략) 제발 당신의 이야기를 하라. 정히 생각이 없고 할 말이 없으면 그 시간에 라면 가닥이라도 길게 붙들고 오래오래 삼킬 일이다. 그 시간만큼이라도 세상이 조금 조용해지지 않겠나. 고요하고 맑은 사람이 그립다. -238p
이제는 이런사람 비난이 아니라 가엽게 생각해야겠다.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서.
 
그 외에도 세상에 대한 풍자 또한 통쾌하고 막간 꽁트같은 시인의 술로 점철된 생활이야기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오랫만에 위로와 웃음을 동시에 주는 기묘하고도 괜찮은 산문집이었다. 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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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의 열두 빛깔 소설들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박연진 옮김 / 솟을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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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그래서겠지만 나 또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대표작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에 대한 좋았던 기억 때문에 선택된 작품이었다. 그녀의 첫 소설집이었고 짧은 12편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일단 앞서 그녀를 알게 해준 작품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소설도 영화도 정말 좋았다. 여자의 마음으로 큰 공감과 설렘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첫 작품이 좋았다면 그 다음 작품은 기대를 하기 마련. 내용이 어렵거나 한것도 아니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는 것도 아니다. 열 두 작품에서의 등장인물과 스토리는 딱히 극적인 내용은 하나 없으나 그저 여러 사람들의 일상에서 우리는 모두 어디론가로 가고있는 순례자임을 말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시작도 끝도 결코 불행하거나 행복하다거나 열린결말이라던가 하는게 아닌 오늘이 이어저 내일이 되는 것 처럼 그렇게 일상이 흘러가는 듯한 시작과 끝이다. 그래서 난 어떤가 하면 단지 소설에서 있었으면 하는 딱하나 재미라는 요소가 부족한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또 다른 건 공통적으로 느낄 수도 있는데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 또한 소설을 읽는데 조금 방해가 되는 요소였다. 둘 중 하나일 수도 있는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고차원적 메세지를 내 지식으로 알지 못하거나 아님 정말 재미가 없거나. 그런거,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을 들여 최고급 가죽으로 만든 리미티드 에디션의 명품백이 있고 살돈도 있지만 단지 내눈에 안예뻐서 안살거 같은 느낌. 이렇게 비교하고 보니 내가 보는 눈의 수준이 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 한번 다시 읽어보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저 새로울게 없는 우리의 일상을 그려놓은 것 같아서 재미가 없었던 걸 수도 있겠다.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애매한 음식을 먹은 듯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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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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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고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비정교직 기간제 교사를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로 여덟개의 각각 다른 미스터리한 사건이 전개된다. 주인공 '나'는 비정규직의 기간제 교사이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잠깐의 공석이 생길 때 단기간으로 교사 일을 한다. 그래서 사건의 무대인 초등학교나 등장인물들도 다르다. 초등학교와 초등학생이라는 점만이 공통점일뿐. '나'는미스터리 작가 지망생이라서 집필의 시간을 내기도 좋아서 하는 일일 뿐 교사일에 대한 사명감 같은 건 없다. 필요이상으로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지도 않고 쓸데없는 간섭도 않할 뿐아니라 방과 후의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 주인공이 맡은 교실에서 매번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고 그러때 마다 주인공은 만능의 형사 가제트 처럼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읽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한 인물, 파견의 품격에 나왔던 만능사원 오오마에와 여기서도 인기있었던 직장의 신에서의 미스김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것. 만능사원 오오마에나 직장의 신을 보면 이들은 무시당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며 때로는 정규직의 사원들보다 더 높은 업무 능력을 보여준다. 나 역시 이들의 활약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끼는 동시에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비정근의 주인공은 미스터리 작가가 되기 위해 스스로 기간제 교사가 되었지만 학교의 다른 정교사들로부터 무시를 당한다. 하지만 미스터리한 사건이 생기면서 골머리만 앓고 무능한 정교사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기지로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는가 하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가해자이건 피해자이건 날카롭지만 유머가 섞인 각 사건의 마지막에 툭 던진다. 이러한 말들은 아이들과 필요이상의 유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는 주인공의 신념과 달리 '나' 또한 이이들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정교사 못지 않은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비단 초등학생 뿐 아니라 이런 말들은 누구에게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어서 이 소설이 빛나는 점중에 하나이다.

초등학교가 주 무대이고 초등학생이 사건의 중심인 만큼 머리 아픈 미스터리와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흡인력 강한 색다른 미스터리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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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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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 좋은 책이었다. 알게 모르게 요즘은 소설이든 드라마든 나쁜 캐릭터라던가 억지스러운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그런 스트레스 없이 분명 죽음이 전재된 내용인데도 이야기가 흐르는 내내 느낄 수 있는건 슬픔이 아니라 따스함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행을 한는 주인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오히려 힘이 나는 느낌이랄까.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둔 아내 요코와 주인공 구라시마 에지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아내가 죽고 유언으로 남긴 두통의 편지에는 고향바다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것과 나머지 한통은 고향의 우체국에서 직접받으라는 것. 그렇게 시작된 여행에서 구라시마는 각각 다른 사연을 가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차 살아갈 힘을 얻게된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상상만으로는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슬플거라는 통상적인 감정만 예상될뿐. 하지만 작가는 구라시마가 아내 요코를 보내는 과정을 슬픔보다는 따스하고 담담하게 담아냈다. 그런 점은 구라시마 외에도 여행중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는데 국어교사였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파직당하고 도둑질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스기노는 구라시마가 근무한 교도소에서 목공일을 지도받은 적이 있는데 구라시마와의 동행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고, 성실히 일해 가족을 위해 내집을 마련하지만 다른남자와 바람이 난 장면을 목격한 이카메시 세일즈맨 다미야는 구라시마의 사연으로 상처를 위로받는다. 다미야와 함께 이카메시를 판매하는 사연을 알 수 없는 중년의 남자 난바라, 작은 어촌마을어서 함께 자라 결혼을 약속한 다쿠야와 나오코는 아내 요코와의 깊은 인연이 있어 구라시마가 아내를 마지막에 잘 보내수 있도록 해준다. 이들은 구라시마와 여행중에 우연히 만나지만 그 인연은 운명처럼 깊다. 이들은 이처럼 구라시마와의 만남에서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해 주는 존재가 되어준다. 아내 요코가 떠난 후 혼자 밥을 먹을 때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거나 생전에 아내의 손을 먼저 잡아주거나 하지못한 회한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지만 죽음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억지스러운 눈물짜내기식의 슬픔보다 구라시마가 여행하면서 점점 살어갈 힘을 얻고 그러한 담담한 흐름이 좋았다.

구라시마가 마지막에 요코를 보내면서 그동안에 가슴에 있던 슬픔을 한꺼번에 눈물로 쏟아낸 것처럼 나 또한 마지막에 요코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의 첫 마디에서 울컥 눈물이 나왔다. '당신에게' 이 한마디가 남편에게 살아갈 힘을 주려고 했던 요코의 사랑이 오롯이 담긴 듯한 한마디 같아서였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자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따스한 가족 드라마라고 하고싶다. 어느곳에도 집중 안되는 더위의 요즘 오싹한 호러도 좋지만 이러한 따스한 이야기가 오히려 더위를 잊게 해 주는 것 같아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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