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요즘 개콘에서 내가 제일 즐겨보는 '안생겨요'라는 코너가 있는데 애인이 생기지 않는 솔로들의 마음을 꽁트로 재미있게 대변해주어 배째지게 웃으면서도 눈물나는 이른바 웃픈 상황이 되곤한다. 거기서 두 개그맨이 하는 말들은 평소 외로운 솔로들이 느껴봤을 법한 시츄에이션이 나오는데 쟤들 천재 아닐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심금(?)을 울리는 한편 정말로 오랫동안 솔로의 아픔을 느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개콘 찬양을 늘어놓았는데 요는 개그맨이든 작가든 시인이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내 마음 깊은 저변에 있는 것들을 끌어내어 주는 표현들을 노래로, 개그로, 소설이나 시로 표현한다는거에 놀랍고 대단하다는 거다.
 
이 책의 작가 역시 10년도 더된 내 슬픔과 외로움을 끄집어내어 쿡쿡 찌르는 듯한 이야기들로 이 책을 채우고 있다. 서정적일듯한 표지로 일단 페이크를 주었지만 내용은 서정과는 거리가 멀며 작자 본인의 표현대로 삼류스런 필체와 책을 다 읽고 유일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구수한 욕이 곁들여저 이게 시인이 쓴 글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요상하게 글 하나하나가 정말 공감을 주는 말들이 많았다. 특히 외로움이나 사람들의 관계에 관한 말들이 와닿았는데 요즘들어 내 상황과 맞물려서 인가 옆에서 괜찮을거라고 누군가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편하나 없는것 같은 세상에 한명쯤 내편을 들어주는 듯한 느낌.
 
우울과 절망이 느낌이라면 그것은 곧 지나간다. 하지만 불안을, 공포를, 우울을, 절망을 깨달아버린 거라면 그것들은 절대 지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불안과 공포, 진정한 우울과 절망은 깨달음의 세계다. 가벼운 느낌 따위로 설명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한번 깨달은 것이 무슨 수로 극복될 수 있겠는가. 극복된 깨달음은 가짜다. 사랑도 그와 같다. 시바. -143p
우울과 절망은 느낌이기를, 깨닫는 사랑이기를.
 
 
그러나 친구여,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일 없이 반갑고, 일없이 그립고, 일 없이 술잔을 건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냥 아무런 까닭 없이 옛 이름들을 한번 불러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230p
나이가 들수록 그냥이라는게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때로 돌아가기를.
 
 
본디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천치인 경우가 허다하다. 아예 자기 자신의 생각 따위가 없는 사람이거나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잇는지 모르는 사람이기 십상이다. 자기 내부가 휑하니 비어 있으니 어떻게든 남 이야기라도 해서 그 곤궁감을 채워야 하는 사람들, 측은하고 가련하다. (중략) 제발 당신의 이야기를 하라. 정히 생각이 없고 할 말이 없으면 그 시간에 라면 가닥이라도 길게 붙들고 오래오래 삼킬 일이다. 그 시간만큼이라도 세상이 조금 조용해지지 않겠나. 고요하고 맑은 사람이 그립다. -238p
이제는 이런사람 비난이 아니라 가엽게 생각해야겠다.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서.
 
그 외에도 세상에 대한 풍자 또한 통쾌하고 막간 꽁트같은 시인의 술로 점철된 생활이야기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오랫만에 위로와 웃음을 동시에 주는 기묘하고도 괜찮은 산문집이었다. 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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