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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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된 소설이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너무 거창한 상념을 끄집어 내는게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모방범에서 느낄 수 있었던 섬세하고 다양한 인간 심리의 묘사가 작가 특유의 필체로 다시 한번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내가 꼽는 미야베 작가의 작품 중에서 모방범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그렇다고 미미여사의 작품을 다 읽어본건 아님)모방범은 미스터리적 요소와 심리묘사가 비슷한 비중이었다고 한다면 솔로몬의 위증은 미스터리적 요소보다 인간심리의 묘사와 사회적 문제가 더 강하게 부각된 작품이다. 그렇다면 모방범보다, 모방범만큼 재미있는가 하면, 개인적으로 그런 소설이기를 바랬지만 1편을 마친 지금은 그렇지는 못하다는 느낌이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는 되지만 말이다.

총 3편으로 된 솔로몬의 위증 첫편의 부제는 '사건'이다. 도쿄의 조토 제3중학교에서 가시와기 다쿠야라는 2학년 남학생의 시체가 크리스마스 아침 눈에 쌓인체 동급생에게 발견된다. 자살로 마무리된 그 사건으로 인해 파생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그 주변을 둘러싼 여러 관계자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시와기 다쿠야의 죽음에 대해 살인이라는 고발장이 날아 들었지만 가짜였고 처음부터 그의 죽음에 관한 진실에 미스터리가 남은 것 같지 않다. 아직 1편이라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자살임에 분명한 듯하다. 그래서 1편을 읽은 지금은 처음 일어난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보다는 그 사건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불안, 그로인한 불미한 사건에 집중되어있다.

여기서 한 중학생의 죽음에 대한 시람들의 심중은 잔인하리마치 적나라하다. 연민의 눈물은 가짜로 치부되며 그 죽음으로 인한 불이익에 불안해하고 그 불이익에 분노한다. 심지어 죽은 당사자의 가족마저 안타까움보다는 시기심이 앞선다. 이런 솔직한 심리들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솔직한 마음들인것 같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뉴스를 통해 접하지만 그들을 모두 애도하기 보다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게 보통인 것처럼. 더 나아가 이 소설에서처럼 죽은이의 주변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인간의 심리를 작가만의 필력으로 섬세하게 그려내어 소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 같다. 등장인물이 많아서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스토리가 기대되는 소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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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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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정유정의 소설 <28>을 읽으면서 내내 떠올랐던 단어이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꿈자리가 뒤숭숭했고 그로 인해서 심신의 컨디션도 좋지 못했다. <7년의 밤>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다른 작품들도 찾아본 후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 중 한명이 된 정유정의 이번 작품은 홈런을 노리고 친 공이었으나 2루타로 끝나버렸다고 해야할까. 애초에 기대를 많이 한 탓도 있을 것이다.

초반에 아이디타로드를 달리는 썰매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에 관련한 뭔가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 못한 질병과 재난, 그로 인한 인간의 잔혹함에 관한 이야기였다. 뭐 나도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지라 또 다른 기대감을 갖고 읽었는데 또 뭔가 기대에 어긋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질병으로 한 도시는 폐쇄되고 그로 인한 사람들의 죽음과 혼란, 처음 썰매를 끌었던 재형의 개 스타와 쿠키, 이야기의 한 시점에 있었던 늑대개 링고를 중심으로 인간의 이기심으로 무차별 살상을 당해야 했던 개의 이야기와 질병으로 인해 개와 다를바 없이 같은 인간들에게 버려지고 살상당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재형과 링고 외에 몇명의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내가 예상한 흔한 재난영화와는 전개가 전혀 달랐다. 개들을 살처분하는 장면에서는 구재역이나 조류독감, 광우병으로 인해 살처분 당했던 많은 가축들이
떠올랐는데 작가는 실제로 그런 뉴스를 접하고 소설의 시놉을 완성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때 그 동물들에 대해 잠시나마 안타까움을 느꼈고 그 마저도 가축들의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농사를 손해본 농민들의 피해만 포커스에 둔 인간의 이기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이 소설에서도 그런 인간들의 이기심과 잔인함을 말하고자 함은 알겠으나 도시폐쇄와 무차별적인 총기난사로 개고 사람이고 상관없이 살상하는 부분에서는 너무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다가와서 안타까움 보다는 잔인함만 느껴질 뿐이었다. 끝으로 갈수록 질병에 대한 실체나 해결에 관한건 조금의 언급도 없고 그래서 해결될 거라는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많은 죽음들의 전개로 지루함과 우울감만 준것 같다. 그 와중에 재형과 윤주의 러브스토리는 야구경기 중 난입한 훌리건처럼 뜬금없고 불편한 이야기였다. 끝으로 갈수록 인간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을 수 있나를 대결하는 것처럼 느껴져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나를 보여주기에는 성공한듯 했으나 대신 불편한 마음을 남겼던 작품이었다.

<7년의 밤>으로 시작해 찾아본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내 심장을 쏴라> 등 생생하고 시원스러운 필체와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모두 좋았는데 어쩐지 그러한 필체는 그대로였으나 좋은 배추로 김장 담그려다 고추가루가 과하게 들어가 다소 실패한 김치처럼 스토리면에서 여러모로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전작들이 좋아 이미 팬심이 생긴 작가이기에 다음작품을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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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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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는 다른 소설이었다. 눈물을 펑펑 쏟을만큼의 슬픈 러브스토리를 예상했으나 눈물보다는 오히려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이야기였다. 예상과 달라서 실망도 조금은 했지만 그래서 깨닫게 된 것들에도 감사하게된 기묘한 소설이었다.

부족함 없이 자신이 원하면 명예든 돈이든 여자든 모두 누리고 살았던 남자 윌 트레이너는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수의 사지마비 환자가 되고만다. 독특한 패션으로 마을의 커피숍에서 6년동안 일해왔지만 가게가 폐업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실직하게 된 여자 루이자 클라크. 구직을 하던 중 그녀는 윌 트레이너의 간병인 일을 맡게 된다. 가진 게 많고 모험심이 강하지만 자유롭지 못한 남자와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신이 자란 마을에서 나가본적이 없는, 두려움이 많은 여자 루이자. 두 사람의 만남은 지극히 통속적인 러브 스토리를 펼칠 거라고 예상하겠지만 6개월간의 간병일에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을 중심으로 또 다른 삶의 이면을 보게되었다.

사실 애틋하고 간지럽기도 한,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많을거라 예상했지만 눈물은 아주 잠깐 찰나의 정도만 났었다.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실망스럽기도.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기까지의 시간이 거의 후반부에 나왔기 때문에 중반을 넘어 갈 때까지 그저 그 두 사람이 마음속으로 이미 좋아하겠거니 하는 추측만 했을 뿐 그다지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한 이야기가 안나와서 애가 타기도 했다. 둘 만의 시간에도 뭔가 몰입할 만한 이야기가 나올법 하다가 흐지부지 끝나버려서 허무하기도 했다. 러브스토리인데 그런 점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면에 루이자가 윌을 간병하면서 격는 내적 갈등이다 주변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랑을 초월한 삶의 그 어떤 것에 대해서 생각이 더 많아졌었다. 사실 통속적인 소설이었다면 두 사람의 사랑으로 뭐든 해결 될 것이란 흔한 결말이 나왔겠지만 그런 아쉬움이 오히려 억지스러움이 없었던게 좋기도 했다. 말하자면 러브스토리보다는 등장 인물들의 각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인생을 더 생각해보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하루 아침에 사지 마비 환자가 된 윌의 인생과 그의 결심, 그 결심에 대한 가족들의 절망과 안타까움, 겨우 그를 사랑하게 됬음을 알았을 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괴로운 루이자의 입장 등 시작은 러브스토리였으나 끝은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던 소설이었다. 윌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생각도 해볼 수 없지만 그의 가족이었다면, 내가 루이자였다면 그의 생각들에 대해 어떤 생각과 행동들을 했을까? 소설을 다 읽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 생각은 모르겠다는 거다. 윌이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의 절망감은 그런 입장이 아니라면 알 수 없기에 그 가족들이나 루이자가 그를 말려야 하는게 옳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옳음을 판단할 자격이 없다는 말이 맞겠다. 사람이란건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걸 새삼 깨닫기도 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랑을 넘어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 되기도 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많은 눈물을 흘릴 수도 있겠고 어쩌면 나처럼 러브스토리의 애절함이 부족해서 아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러브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이 있어 좋을것이고 러브스토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사랑을 넘은 그 이상의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읽어봄직한 소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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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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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가의 에세이를 읽고나면 그 작가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때가 있다. 에초에 좋아하던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작가의 심리나 관념들을 깊히 이해하고 더 좋아질 때가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우는 어른은 뭐랄까 가오리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젔다고 해야겠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소설들은 언제나 조용한 새소리같은 이미지였다. 우는어른은 분명 그녀가 쓴 것이지만 정말 그런 소설을 쓴 작가가 아닌듯한 느낌이었다. 뭐랄까 과장된 이미지속에 그려지는 소설가에 가까운듯 하다. 그리고 더 친근해지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기지고 있기도 해서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면도 많다는 걸 알게되었다. 여러가지 이미지로 화장만 하던 사람의 맨얼굴을 본것 처럼 그녀의 맨얼굴은 실망보다는 화장했을 때와는 또다른 이미지를 주었다. 좋다 싫다고 양분한다면 좋은 쪽인 것이다. <우는 어른>은 에쿠니 가오리 작품활동 초창기에 쓴 5년동안의 소소한 기록이다. 일상에서의 상념들이나 일기같은 기록들, 여행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면서 기록했던 것인데 소소하고 짦막한 기록들은 그녀의 소설과도 닮아 있다.

그녀는 잘 울다가 초등학교때 울지안는 아이가 되었다고 한다. 성장하면서 '울수 있는' 어른이 되어서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지니게 되어 기쁘다고 한다. 어릴 때와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난 어릴 때나 지금이나 잘 우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수도꼭지처럼 줄줄 잘 우는 아이었고 지금은 울고 싶은 마음은 수시로 들지만 안도하며 울수 있는 장소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말대로라면 난 아직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했고 자신만의 세계도 구촉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글펐지만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했다. 가끔 내 자신이 피터팬이 된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었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자신만의 네버랜드에 사는 몸만 큰 아이말이다. 네버랜드의 바깥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나만 성장을 멈춘 것 같은. 어른이 된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시간이 가고 있었지만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었인지에 대한 생각은 깨달음을 넘어서 조금이나마 어른으로 갈 수 있는 미로같은 길에서 나침반이 되어줄 것 같았다. 분명 그녀는 안도하며 울 수 있는 장소를 지닌 그녀만의 세게가 구축된 어른이니까. 그러면서도 안도할 수 있었던건 나도 공감할 수 있는 그녀의 생각들이 있다는 것에서 나도 언젠가는 울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다른 장소에 갈 수 있다. 그래서 좋다. 다른 나라,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 그것은 즉 여행이다. 욕실은 내가 무수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p57

원고 쓰는 일을 포함해서, 세상 대부분의 일은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다. 또박또박 해도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또박또박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깔끔하게 끝날 수 없는데 해야하는 일도 있다. 그건 해안이 없는 바다를 헤엄치는 거나 마찬가지다. p59

하지만 내 생각에, 남자에게 여자는, 여자에게 남자는 애당초 서로가 판타지다. 언제든, 그 누구에게든, 살아간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그러니 가끔은 판타지로 도피해도 좋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고 싶다. p140-141

용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용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사는 데 용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증명할 수 없지만, 용기는 소모품이다. 날마다 필요하니까 날마다 공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점이 배징과는 다르다. 배짱은 아무리 부려도 줄여들지 않는다. 뒤집어 말해서 공급할 수 없다. p198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또다른 면을 볼 수 었었던 이 에세이는 자신이 진정 울 수 있는 어른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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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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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변검' 이라는 가면극이 있다. 눈 깜짝할 시간보다 더 빠르게 가면을 바꾸는 변검은 가면 하나하나가 그 색깔과 표정이 다르며 의미 또한 다르다고 한다. 극중 인물의 내적 심리를 표현하는데, 개성의 강조와 감정의 변화를 나타내는 도구이다. 정여울의 신작 에세이 「잘 있지 말아요」를 읽으면서 변검이 떠올랐다. 변검의 가면 종류와 그 표정이 많은 것 처럼 사랑도 그 얼굴이 다르고 표정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많은 문학 작품속에서 그려진 많은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새삼 정말 많은 얼굴의 사랑의 모습이 있다는 걸 느꼈다. 작가는 단순히 작품속의 사랑을 말하기 보다는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한 궁극에 대해서 37개의 작품을 통해 말한다. 나름 로맨스 마니아라고 자부했건만 37개의 작품 중에 읽어본 건 겨우 3~4개쯤이었다. 사랑이야기가 거기서 거기란 생각이 있겠지만 이 작품속의 사랑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다르다. 순수의 첫사랑을 시작으로 적과의 사랑, 단순한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사랑, 괴물의 지고지순한 사랑, 불륜이라는 가면을 쓴 사랑, 몸이 불편한 이와의 사랑, 연극적인 사랑 등 세상에 이렇게 사랑의 모습이 많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런 사랑의 모습에서 나를 포함한 독자들은 많은 공감과 위로 또는 충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취향이랄까 꼭 읽어봐야지 한 작품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이였다. 로맨스에서 난 사랑에 빠저드는 과정을 무척이나 즐기는 편인데 너무나 다른 두 남녀의 만남과 사랑을 하기까지가 재미있는 것 같다.

사랑의 많은 모습들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래도 다양한 사랑을 접하고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반면 작가가 모아놓은 사랑은 그 사랑의 본질은 순수하고 위대할 지언정 어딘지 불행하고 비틀려있는 듯한 느낌이다. 억지스럽더라도 행복이 보이는 사랑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달까. 그리고 그런 사랑들만 모아놓고 보니 언쩐지 사랑이란게 질릴것만 같은 느낌. 사랑의 유치함이나 따뜻한 느낌도 좋하는 나로써는 그런 사랑 이야기의 부제가 아쉬웠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사랑으로 행복한 사람보다는 사랑으로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사랑을 해보지 않았거나 사랑의 따스함만을 맹신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의 맨얼굴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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