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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ㅣ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상과는 다른 소설이었다. 눈물을 펑펑 쏟을만큼의 슬픈 러브스토리를 예상했으나 눈물보다는 오히려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이야기였다. 예상과 달라서 실망도 조금은 했지만 그래서 깨닫게 된 것들에도 감사하게된 기묘한 소설이었다.
부족함 없이 자신이 원하면 명예든 돈이든 여자든 모두 누리고 살았던 남자 윌 트레이너는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수의 사지마비 환자가 되고만다. 독특한 패션으로 마을의 커피숍에서 6년동안 일해왔지만 가게가 폐업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실직하게 된 여자 루이자 클라크. 구직을 하던 중 그녀는 윌 트레이너의 간병인 일을 맡게 된다. 가진 게 많고 모험심이 강하지만 자유롭지 못한 남자와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신이 자란 마을에서 나가본적이 없는, 두려움이 많은 여자 루이자. 두 사람의 만남은 지극히 통속적인 러브 스토리를 펼칠 거라고 예상하겠지만 6개월간의 간병일에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을 중심으로 또 다른 삶의 이면을 보게되었다.
사실 애틋하고 간지럽기도 한,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많을거라 예상했지만 눈물은 아주 잠깐 찰나의 정도만 났었다.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실망스럽기도.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기까지의 시간이 거의 후반부에 나왔기 때문에 중반을 넘어 갈 때까지 그저 그 두 사람이 마음속으로 이미 좋아하겠거니 하는 추측만 했을 뿐 그다지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한 이야기가 안나와서 애가 타기도 했다. 둘 만의 시간에도 뭔가 몰입할 만한 이야기가 나올법 하다가 흐지부지 끝나버려서 허무하기도 했다. 러브스토리인데 그런 점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면에 루이자가 윌을 간병하면서 격는 내적 갈등이다 주변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랑을 초월한 삶의 그 어떤 것에 대해서 생각이 더 많아졌었다. 사실 통속적인 소설이었다면 두 사람의 사랑으로 뭐든 해결 될 것이란 흔한 결말이 나왔겠지만 그런 아쉬움이 오히려 억지스러움이 없었던게 좋기도 했다. 말하자면 러브스토리보다는 등장 인물들의 각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인생을 더 생각해보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하루 아침에 사지 마비 환자가 된 윌의 인생과 그의 결심, 그 결심에 대한 가족들의 절망과 안타까움, 겨우 그를 사랑하게 됬음을 알았을 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괴로운 루이자의 입장 등 시작은 러브스토리였으나 끝은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던 소설이었다. 윌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생각도 해볼 수 없지만 그의 가족이었다면, 내가 루이자였다면 그의 생각들에 대해 어떤 생각과 행동들을 했을까? 소설을 다 읽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 생각은 모르겠다는 거다. 윌이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의 절망감은 그런 입장이 아니라면 알 수 없기에 그 가족들이나 루이자가 그를 말려야 하는게 옳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옳음을 판단할 자격이 없다는 말이 맞겠다. 사람이란건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걸 새삼 깨닫기도 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랑을 넘어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 되기도 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많은 눈물을 흘릴 수도 있겠고 어쩌면 나처럼 러브스토리의 애절함이 부족해서 아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러브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이 있어 좋을것이고 러브스토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사랑을 넘은 그 이상의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읽어봄직한 소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