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계획을 세울 엄두도 못내는 이런 상황에서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는 것은 다른 경험이었다. 보통같았다면 별로 신경쓰지 않고 넘어갔을 섬세한 저자의 묘사도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꽃처럼 피아나는 실크로드 속 일련의 문화유산들에 아름다움에 취해 있을 무렵 위구르 족의 슬픔에 절망하곤 했다. 의미 없을지라도 오늘 밤엔 여행을 계획해야겠다.
다량의 데이터로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던 윗세대들에 대한 답답한 심정의 실체를 보여준다. 민주화와, 노동권과, 위계질서, 세계화가 혼재되어 이도저도 못된 집단이 최대집단이 되었을 때의 공포. 그 이도저도가 그 세대의 잘못이라기보단 저자의 말대로 운(good-luck)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놔두어도 된다는 뜻은 되지 못한다.다만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경향이 있고 데이터 소개에 패이지를 다수 할당한다. 이걸 다 빼고 출처정도로 표기만 했어도 200쪽 이내의 컴팩트한 글이 되었을 것 같은데, 조금은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