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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이 책은 사랑이 남기고 간 공허의 초상화다.
괴테는 한 청년의 가슴을 가득 채운 설렘이 어떻게 스스로를 태우는 불꽃이 되는지를 그렸다. 그 불꽃은 세상을 밝히기보다 자신을 집어삼키는 쓸쓸한 횃불이다.
베르테르가 로테를 바라보는 시선은 햇살에 반짝이는 아침이슬처럼 맑지만,
터지기 직전의 눈물방울처럼 위태롭다. 그는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그 사랑이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매 순간이 찬란함과 절망 사이에서 진동한다.
그것은 손끝으로 만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을 끝까지 바라보는 일과 같다.
이 작품 속 슬픔은 단순한 실연이 아니라 존재의 깊은 고독에서 비롯된다.
사랑이 전부인 청춘이 그 전부를 잃었을 때 남는 것은 삶 전체의 무게다. 베르테르는 그 무게를 견디기보다 계절이 제때 사라지듯 스스로를 서서히 저녁으로 보낸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자를 잔인하게도 아름다운 곳에 세워둔다.
그곳에서 사랑은 구원보다 훨씬 더 잔혹하며, 그 잔혹함이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가장 뜨겁게 태우는 불씨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장을 덮는 순간, 그 불씨는 여전히 우리의 가슴 속에서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