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진실은 은닉과 착란 속에서 뒹굴 때 비로소 한 점의 희미한 빛을 얻기도 합니다. - P9
무언가를 읽을 때는, 읽음의 행위 끝에 도출한 결론이 틀렸을 가능성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P14
그런 언어를 일일이 동원하지 않더라도 망한 건 그냥 망했음을, 왜 망했는지 망함을 유발한 사태와 인물과 근거를, 때로는 그 망한 상태와 감정을 어떻게 모면하면 좋을지까지, 그것이 닥쳐온 순간 섬광처럼 파악하고 판단할 수있잖아. - P100
"농담이 얼마나 흥하는지는 말하는 사람의 혓바닥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귀에 달려 있지." - P117
거짓말의 반대가 반드시 진실이라는 법도 없지. 진실은 사실하고는 또 달라. - P151
지적인 무리는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난 지성에 대해서는 허영이란 말 붙이는 거 찬성하지 않아. 그건 뭔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위축시켜. 아 - P164
그보다 인간에게는 과잉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무언가를 초과하고자 하는 마음. 잉여를 축적하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르게 만듭니다. 하물며 배움의 과잉은 무엇을 배우는지가 때로는 관건이겠습니다만 인간에게 시간이 남아 있는 한 아무리 넘쳐도 해로울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학을 위해, 승진을 위해, 그 어떤 실용적인 목적만을 위해서라면 배움은 얼마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되겠습니까. - P166
학문에 뜻이 있다기보다는 가능성의 폭을 넓혀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 P178
그런데도 나는 여러 경우의 수를 궁리하며 번민하기보다는 미지수의 해를 차라리 명확하게 도출하는 쪽이 나중에 받을 상처의 크기와 깊이를 줄이는 길이라고 믿었어. 아무래도 자상보다는 그냥 좀 까지고 쓰라리다 잊어버리는 찰과상이 낫잖아. - P185
지난 시간에 미디어에 대해 얘기할 때 선생님이 그러셨지. 말은 사람에게 의사를 전달하고 때론 감동을 주기도 하나 많은 경우 왜곡과 착오를 전파하는 도구이기도 하다고. - P188
척하는 데에는 같이 척해주는 게 예의지. - P244
엉뚱한 데다 화살을 돌릴 만큼 혼란과 광기에 사로잡힌 그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정말 간절히 바라던 것이 무엇인지를 확신할 수 없게 돼. - P279
서로에게서 해방되어야만 가능할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난감함. 존재 자체로 서로를 침식하는 날들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아득함. - P282
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까 자꾸만 신경쓰여서 더 틀리는 거야. - P283
신이라는 건 있잖아. 그냥 하나의 오래된 질문이라고 생각해. - P285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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