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는데 이모와 무엇인가를 축하하고 싶었다. 축하할 일이 없다면, 아무일도 없다는 걸 축하하면 되니까. - P40
존재감이 없다고 느꼈으면서도 어쩌면 그게 존재감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해원은 생각했다. - P38
부정할 수 없는 말은. 늘 날카로운 법이다. - P51
"음... 책방 이름이 왜 굿나잇인지 물어보고 싶었어." "글쎄...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 "인생이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나? 그 기본적인 것들도 안 돼서 다들 괴로워하는데." - P54
너무 오랫동안 생각했던 일들은 말하기가 어렵고, 차라리 아무 말 안 하는 쪽이 정확할 때가 있다. - P61
상대방이 위로도 돌봄도 원치 않는다면, 곁에 있는 사람도 그를 염려하는 마음을 굳이 알릴 필요가 없는 걸까. - P152
혼자일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고, 외로움에서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기대하는 바가 적을수록 생활은 평온히 흘러가니까. 진정으로 원하는 게 생기는 건 괴롭다. - P191
진심이나 진정성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세상에 좌절할 일이 없겠지. - P253
듣기 좋은 빈말보다는 진실이 중요한 거야. - P262
타인의 배려를 받고 신세를 진다는 건 고마운 일이면서도, 결국은 인생에서 크고 작은 빚을 만들어가는 일일 테니까. - P268
"날씨가 좋아지면 만나자고? 만나지 말자는 소리네." "왜 또 그런 소리가 돼" 해원이 찌푸렸지만 명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날씨가 언제 좋아지는데. 추위 끝나고 봄이 오면? 꽃 피고 새 울면?" "그런 거지, 뭐. 겨울 지나고... 따뜻한 바람 불면서 봄이오면." "그럼 미세먼지를 끌어안고 황사가 오겠지. 봄 내내 뿌연 하늘이다가 겨우 먼지 끝나면 폭염에 장마가 오겠지. 그냥, 만나기 싫다고 솔직히 말하렴.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 날씨 좋을 때 보자... 난 그런 빈말 싫더라." 해원은 다소 지친 투로 후 한숨지었다. "세상 사람들 다 그렇게 말하면서 살아요. 꼭 빈말로 하는 건 아니야. 정말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안부도 묻고 싶은데, 막상 바쁘게 살다 보니 잘 안 되는 거지." "어떤 식으로 말해도, 절실하지 않은 관계라는 데는 변함이 없어. 진짜로 보고 싶어 봐. 눈보라 치고 강둑이 범람하고 전쟁이 나도, 만나겠다고 목숨걸고 달려가는 게 인간들이지." - P296
세월이 흐르며 누적되는 것들은 의외로 힘이 세고, 이제 와서 한꺼번에 걷어 내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 P297
요즘의 나는 사랑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었고, 또 무엇인가를 잃었다. 잃었음을 알고 있는데, 새로 얻은 게 좋아서 무엇을 잃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 P303
인생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곁에 남겨가는 거지 싶어서. - P338
비밀은 말하지 않은 채로 두는 게 나을 때가 있지. - P360
미움을 키운다는 건 내 발목을 잡는 일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아직은.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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