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청춘 - Soulmate in Tokyo
마이큐.목영교.장은석 지음 / 나무수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잘지내나요 청춘




스무 살에서 서른 살 사이, 폭풍우처럼 시간은 다가왔고 아름답지만 역동적이었고 공격적이었지만 상처투성이였던 종잡을 수 없던 시절은 쓸쓸하게 지나갔다. 그 때가 쓸쓸했기 때문에 쓸쓸했다고 하지 않는다. 지나갔음이 쓸쓸해서 쓸쓸하다고 말 한다. 아름다운 청춘이 흘러간다. 세 청년들이 같은 마음으로 같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감각은 세련되었으며 마음은 여리고 세상은 아직 그들에게 깊은 오염을 주지 않았다. 시간은 지나가지만 아직 정형화된 사람이 되기에 그들은 아름답고 순수하며 예술의 힘을 빌려 진정성을 담고 살아가고 있다. 청춘이란 마음아픔이다. 무엇을 해도 상처로 남는다. 이별이란 말할 것도 없고 지나가는 바람에 몸이 쓸려도 마음이 아프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폭력덩어리는 그들에게 온통 상처의 도가니다. 상처뿐인 세상이 청춘의 정의다.




일본의 거리가 사진 속으로 들어온다. 감각적인 순간들, 일본은 더 이상 화려하거나 우리에게 역사적 부채를 남겼다거나 하는 객관화된 실체가 아니다. 일본은 청춘이 덮고 지내는 이불과 같은 소모품일 뿐이다. 배경으로의 일본은 아름답다. 일본 소설이, 일본 영화가 보여주는 무료함의 흔적들이 있다. 그 무료함을 배경으로 청춘이 숨을 쉬고 눈을 뜬다. 자유로운 젊은이의 일상이 묻어 있다. 무엇인가에 얽매이지 않아서 일본의 모습은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바쁜 거리가 아닌 사유하기 위한 거리가 있고 소유하기 위한 만남이 아닌 마음을 나누기 위한 만남들이 있다. 그 한적한 삶속으로 들어가 보는 기쁨이 있다. 나의 무료했던 청춘들, 사람들은 이런 저런 잣대를 들이대며 제단하고 평가하려 했던 시절들, 그러나 알고 보면 내가 느낀 것들이 전부일 뿐, 누가 정의해준 것들은 다 쓸데없는 것들이었다. 책 속에서 점잖게 말하는 철학자들조차 청춘에 대해선 쓸모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청춘은 독창적인 것!




사진을 보는 감동도 지난 청춘의 시절을 더듬는 감동도 젊은 시절의 무료함을 복기하는 감동에는 미치지 못한다. 늦은 오후까지 늘어진 몸을 침대에 두고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진한 무료함, 무료함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던 때, 아픈 사랑이 그저 아프고만 말던 때, 사랑이 그저 사랑일 수 있었던 때, 청춘은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너무 빨리 지나간다. 너무 빠르다는 것을 알아버릴 즈음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그 때가 준 자유의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아름다운 책에 한참을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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