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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돈강 2 동서문화사 월드북 97
미하일 숄로호프 지음, 맹은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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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강은 내게 그렇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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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돈강, 이 소설은 한 마디로 거대한 돌산을 마구 캐고 깎아 형상을 드러낸 작품이다.


반죽하고 붙이고 다듬고 매만져 정성스레 조심조심 만든 것이 아니라, 거친 도끼와 해머와 정으로 내리찍고 캐고 쪼아서 그 속에 담긴 거대한 형상을 드러낸 소설.


러시아 혁명기의 시대적 배경이 어떻고, 카자흐의 서사가 어떻고 숄로호프가 23세에 1부를 발표한 후 불혹의 나이에야 완성했다는 얘기 등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이 소설은 단지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정말 그림 같은 장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저기 걸려있는 소설.


고요한 돈강은 내게 그렇게 흘렀다. 그 강은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았고, 정의와 불의를 구별 짓지 않았다. 호호탕탕 모든 더러운 것과 뜨거운 것과 순수한 것들을 하나로 안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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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돈강 1 동서문화사 월드북 96
미하일 숄로호프 지음, 맹은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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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돈강, 이 소설은 한 마디로 거대한 돌산을 마구 캐고 깎아 형상을 드러낸 작품이다. 반죽하고 붙이고 다듬고 매만져 정성스레 조심조심 만든 것이 아니라, 거친 도끼와 해머와 정으로 내리찍고 캐고 쪼아서 그 속에 담긴 거대한 형상을 드러낸 소설.

러시아 혁명기의 시대적 배경이 어떻고, 카자흐의 서사가 어떻고 숄로호프가 23세에 1부를 발표한 후 불혹의 나이에야 완성했다는 얘기 등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이 소설은 단지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정말 그림 같은 장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저기 걸려있는 소설. 고요한 돈강은 내게 그렇게 흘렀다. 그 강은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았고, 정의와 불의를 구별 짓지 않았다. 호호탕탕 모든 더러운 것과 뜨거운 것과 순수한 것들을 하나로 안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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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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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들은 1시 17분에 멈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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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서울, 젊은 작가들"에 참여한 외국의 젊은 작가들이 언급한 이 시대 최고의 작가에는 어김없이 코맥 매카시의 이름이 있었다.


어떤 분의 리뷰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내가 <로드>를 읽은 건 저 문구 때문이었다.


시간? 유일하게 소설에서 언급하는 시각은 “시계들은 ‘1:17’에서 멈추었다”(62쪽)라는 언급뿐이다. 재앙이 시작된 시각이다. 무엇일까?

『로드』에 대한 미국 언론의 호들갑스런 찬사는 이 소설에 ‘성서적인 분위기’까지 부여한다. 공교롭게도 신약성서 맨 처음에 등장하는 마태복음의 1장17절까지는 아브라함에서 메시아 예수 이전까지의 족보가 언급돼 있다. 1장18절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종말론적 세계는 또 다른 인류 문명의 창세기를 촉구하는 ‘희망’일 수 있겠다. 중앙일보 기사 중에서


중앙일보의 위 기사도 내가 <로드>를 손에 잡게 하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가볍지 않은 슬픔이 가슴 속을 떠다니는 듯했다. 종말을 맞은 지구, 세상은 잿빛이고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끝까지 겨우 읽었다. 힘들었는데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뒤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작가의 문체가 참 독특했다. 김훈의 문체를 떠올리게 하는 점도 있었고, 그보다 더 깊은 사유를 더 간결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에 관한 성찰이 단연 돋보였고, 신과 우주에 관한 단상들도 빛났다. 거장의 손맛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로드>를 다시 읽었다. 그랬더니 놀라운 마법이 일어났다. 처음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처음에 나는 로드가 종말 후를 이겨내는 ‘위대한 부성’에 관한 소설로도 읽힌다고 생각했다. 한데, 다시, 보니, 아니었다.


다시, 보니, 로드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아들/딸들을 상징적 질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부성의 교묘한 억압체계를 고발하는 소설 같기도 했다. 다시 보니 로드의 아버지는 아들을 보호한다는 위대한(?) 이름으로 아들이 타자 혹은 실재들과 만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매우 헌신적이며 그런만큼 결코 반성하지 않는 초월적 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 자신이 증오하는 신의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로드는 현재의 상징적 규범을 이어나가는 아버지라는 이름에 대한 냉정하고도 치밀한 비판을 행하고 있는 소설이기도 한 셈이다. 도대체 뭔가? 그렇다면 로드는 오이디푸스적 성장의 불가피성과 의미를 말하고 있는 소설이면서 동시에 안티 오이디푸스의 필연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것인가. 다시 읽고 나니 로드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에서 기이한 소설이었다.


아, 아뿔싸, 이런, 그러고 보니, 또 다시 읽어야 할 모양이다.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묘한 설레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또 다른 무엇이 발견되어 나를 곤혹스럽게 하고 나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모를 일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동행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이 숨막히게 단순하고 어두운 소설을 통해 문득 내가 어떤 곳에 놓여 있는지를 발견하게 되다니!


그렇다. 로드는 놀라운 소설이다. 종말 후의 우울하고 암울한 잿빛 세계가 단순히 어두운 상상의 미래가 아니라 쾌락의 횡포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우리들의 현재라는 것을 충격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고, 그러면서도 그 위기 속에서 자라나는 구원의 힘을 그야말로 치밀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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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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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고통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슬픔과 재 속에서의 탄생.-64쪽

"마침내 우리가 모두 사라지면 여기에는 죽음 말고는 아무도 없을 거고 죽음도 얼마 가지는 못할 거요. 죽음이 길에 나서도 할 일이 없겠지. 어떻게 해볼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죽음은 이럴 거요. 다들 어디로 갔지? 그렇게 될 거요. 그게 뭐가 문제요?"-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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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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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멎는 듯했다.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거장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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