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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넵의 비밀편지 - 푸른숲 주니어 문학 001
아지즈 네신 지음, 최정인 그림, 이난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누군가의 소개로 이 책을 만났을 때, 첫 느낌은 ‘무슨 터키의 동화까지’였다. 그러나 읽는 페이지가 늘어나면서 새로이 든 느낌은 ‘터키 아니라 세계 오지 어느 나라의 동화라 하더라도 샅샅이 훑어 읽고 싶다’였다.

뒤편에 써 놓은 글을 보아하니 이 책을 옮긴이가 터키에서 10년 넘게 살았었다 보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하고 좋아서 번역까지 하게 된 것 같은데....... 이 책 하나(?) 건진 것만으로도 그 분은 10년 세월 참 값지게 보낸 것 같다.(해외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대한동포 여러분이여! 사명감을 갖고 좋은 동화를 발굴해내 올지어다. 흠흠!)

이 책을 읽은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포복절도’ 그 자체다. 아이들 앞에서 잘난 척하는 어른들의 표리부동하고 모순된 모습이 기가 막히게 잘 묘사돼 있다.

나는 늘 아이들이 가진 ‘순수’한 모습이 ‘착함’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그 ‘순수’의 정체를 보는 듯하다. 순수하기에 착할 수 없는 아이들이 얼마나 명료하고 통쾌하게 어른들의 비뚤어진 모습을 꼬집어 대는지.......

일단 여기까지가 이 책을 중간까지 읽었을 때의 내 느낌이다. 그렇다면 다 읽고나니 생각이 달라졌는감? 이라고 묻는다면 ‘뭐, 그렇게까지야 아니다.’가 나의 대답이다. 다만 어른들 세계를 과장되게 꼬집는 이야기가 끝까지 계속 반복되다보니 나중엔 좀 질리는 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 들지 않았던 작가의 의도적 글쓰기라는 생각도 찔끔찔끔 머리 위로 밀고 올라온다.

그래도 이 책은 참 오랜만에 만나보는 좋은 책, 그것도 아주 색다른 느낌을 주는 괜찮은 책이다. 아는 이 모두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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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 북경이야기 1, 전학년문고 3015 베틀북 리딩클럽 17
린하이윈 지음, 관웨이싱 그림, 방철환 옮김 / 베틀북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 기억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추억이라는 감상에도 빠지지 않고 -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시는 분이 있어 이 책을 읽게 됐습니다.

솔직히 겉표지가 좀 따분해 보여(그림이야 아주 멋지지만, 이런 풍의 그림이 있는 책은 내용이 지루할 것이라는 제 선입견때문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시큰둥하니 읽기 시작했지요. 추천해주신 분의 말씀이 아니었다면 쉽사리 손에 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웬걸? 거짓말 좀 보태 얘기하면 숨 한번 안 쉬고 내리닫이로 앉은 자리에서 1, 2권을 금세 다 읽어버렸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책 속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어 저도 모르게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게 되고 마는, 그야말로 ‘소설읽기의 기본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이런 즐거움은 환타지나 논픽션 또는 생활동화나 의인화 동화를 읽을 때하고는 다른 것이지요. 엄마나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 시절 이야기를 숨죽이며 귀 기울여 들을 때와 같은 즐거움이라고나 할까요.

순식간에 다 읽고나서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이번엔 차근차근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아, 이제 다시 보니 하나의 장편소설인 줄만 알았던 이 책은 한 편 한편 구성이 잘 짜여진 단편소설 모음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한 이야기, 한 이야기가 독립적으로도 아름답습니다. 각 장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통일되어 잘 짜여진 구조라니.......

제 어렸을 적 이야기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어디 제 어린 시절 이야기뿐이겠습니까. 고단한 세월을 인내로 버텨온 우리 시어머님 인생도 이렇게 한번 써보고 싶어지네요. 아, 우리 고모님 이야기도 있었네. 외삼촌도 아버지도 막내이모이야기도........ 이렇게 소재가 무궁무진할 수가!

우선 생각나는 대로 제 어릴 적 이야기부터 써보려 하니 처음부터 막히는군요. ‘내가 겪은 일을 쓰는 건데’ 하고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군요.

첫째, 쓸 게 너무 많아요. 기억은 하루 종일 넘쳐나는데 무얼 버리고 어떤 것만을 잡아야 할지요.

둘째, 그럴 듯한 이야기 하나를 잡아놓긴 했지만 내 기억은 소설처럼 단순(?)하지 않고 수많은 곁가지들은 동반하고 있어 어디까지를 쳐내야만 오롯한 이야기로 설 수 있을지 난감합니다. 이럴 때 기억이란 놈은 오히려 ‘쓰기’의 방해꾼일 뿐입니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묻지 말기 바란다.”고 야무지게도 덧붙여 놓았네요. 이 말이 ‘옛 기억 더듬어 쓰기’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분명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쓴 게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 게다가 분명히 기억을 변형까지 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얄밉도록 그 과정을 잘 밟은 저자의 능력이 새삼 돋보이는군요.

저도 이 작가처럼 제 기억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추억이라는 감상에도 빠지지 않고 기괴한 변형을 꾀하지 않아 다들 감쪽같이 사실인 줄 알게 만드는 ‘쓰기’ 작업을 할 수 있을까요? 으음....... 참으로 쉽지 않아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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