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사이버스페이스 그리고 선
오윤희 지음 / 호미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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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선불교와 영화 [매트릭스]를 마주보는 거울처럼 나란히 세워놓고 서로를 이용해 상대를 해석하고 풀이하는 방식을 취한 글이다. 온갖 해석이 난무하는 영화인 [매트릭스]에 대해 설명하나 싶으면 어느새 선불교를 이야기하고 있고, 또 선불교에 대해 말하는가 보다 하고 있으면 어느새 영화 [매트릭스]를 논하는 한 가운데에 와 있는 글들.....


  나야 선불교에 대해 잘 모르니 내용에 대해 뭐라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내가 주목하는 건 이 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체.

 

  내가 이 글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글이 선불교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형식과 내용의 일치랄까.

  글들은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간결하고 밝고(여기서 ‘밝다’는 건 ‘어둡지 않다’는 게 아니라 ‘선명하다’는 것. 즉, ‘애매하거나 모호하지 않고 분명하다’는 것) 깔끔하다.


  전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그린비/를 읽을 때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글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게 아니라 ‘형식과 내용의 일치’ 말이다. 그 책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대한 설명 내지는 평인데 상당히 연암체로 썼더라. 문체에서라기보다는 글을 써내려가는 스타일에서 그렇기는 했지만. '연암 스타일로 연암에 대해 쓰기'더라! 그래서 아주 인상 깊게 읽었는데,

  이 책 <매트릭스, 사이버 스페이스 그리고 선>은 ‘선불교 문체로 선불교 말하기’가 아닌가 싶다. 선을 잘 모르는 이에게도 선의 향취를 느끼게 해주기, 그게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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