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할머니도 국을 떠서 입에 넣었다.
"맛있네."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는데 진분홍빛 립스틱을 칠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드라이를 했는지 짧은 머리카락에 볼륨이 살아 있었다. 할머니가 내게 잘 보이려고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져서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박대의 살을 발라내어 할머니의 밥 위에 올려놓았다. 반건조된 살은 쫄깃했고 기름에 튀겨지듯 구워진 껍질도 고소했다. 예의를 차려서 조금씩 먹으려고 했는데 입맛이 돌아서 정신없이 먹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기분좋은 포만감이었을까. 그렇게 먹다보니 할머니와 별로 말도 나누지 못하고 밥 한 공기를 금방 다 먹어버렸다.
"밥은 같이 먹어야 맛이야."
-알라딘 eBook <밝은 밤> (최은영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