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법, 문명의 지도 - 세계의 질서를 만든 4000년 법의 역사 Philos 시리즈 13
퍼난다 피리 지음, 이영호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재적 지도자들은 법을 이용하여 통제하고 억압하고 배제한다. 그에 비하면 국제협약은 최악의 행위를 억제하려는 헛된 시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유엔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면, 가장 악랄한 독재자라도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위험 때문에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한다. 국제 무대에서 많은 법은 정부 권력을 실제로 어떻게 억제하는지에 대한 것보다 그 법이 무엇을 표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인권과 관련 국제법은 갈등, 차별, 손해, 억압의 지저분한 현실을 좀 더 직접적인 언어로 옮기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호소력 있고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도덕적 진술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권과 국제법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할 때 누구나 호소할 수 있는 관념을 제공한다. 인도에 대한 죄로 기소하고 유죄판결을 내리는 것은 어렵지만, 상징적 중요성을 지닌 국제형사재판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열광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 뒤에는 더 질서 있고 문명화된 세계를 끌어낼 수 있는 법의 능력에 대한 꾸준한 믿음이 있다. 법의 가능성은 현대 국가의 규율 권력과 집행 구조를 훨씬 능가한다.

법은 세상을 질서 있게 만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수단이다. 법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이용되는 일반적인 규칙과 판사의 결정 뒤에 숨겨진 일반적인 규칙을 명시한다. 이것이 고대 메소포타미아 왕들과 초기 중국 입법자들이 점토판에 규칙을 새기고 긴 대나무 조각에 형벌 목록을 작성했을 때 했던 것의 전부다. 그들의 법은 아주 평범한 진술이었다. 그러나 일단 작성되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제시되면서 사회를 질서 있게 만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했다. 보상ㆍ처벌ㆍ의무에 관한 실용적인 진술은 더 공정한 사회질서를 약속했고, 판사들이 사건을 결정해야 하는 방법을 설명했으며, 왕의 규칙 제정 권한을 설명했고, 관리들에게는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를 지시했다. 규칙을 명시함으로써 제정자들은 자기 말을 법으로 바꿨고, 법 자체가 사회적 영향력이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