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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박완서 작가님을 기리며 그 분께서 생전에 쓰셨던 660편의 에세이 중 베스트 글을 추려 이 여우눈 에디션을 만들었다.
출판사에서 잠깐 왔다 사라지는 '여우비'에 겨울 감성을 얹어 '여우눈'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추운 겨울 박완서 작가님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문장들로 차가워진 우리의 마음을 녹여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꿈을 꾸고 싶다. 소녀 적에 살던 집 앞을 지나면서 울고 싶을 만큼 센티한 감정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는 것만 봐도 나에겐 꿈을 꿀 희망이 있다. p.69
우리말 중에서 어떤 말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서슴지 않고 대는 말이 있는데 그건 '넉넉하다'는 말이다. p.89
집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그 물소리는 마치 다 지나간다,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다 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p.111
내 외손자로부터 조그만 민들레꽃을 선물 받은 날 창밖의 봄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p.147
식구들 사이, 집 안 속 가득히 고루 스며 있던 어머니의 입김, 그 따뜻한 숨결이 어제인 듯 되살아난다. 입김이란 곧 살아있는 표시인 숨결이고, 사랑이 아닐까. p.167-168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p.216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주는 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두고 싶다. p.286
박완서 작가님의 문체는 한 문장 한 문장 곱씹게 된다. 그리고 필사하고 싶게 만든다.
산과 대지의 식물들과 흐르는 물 등 자연을 오래 관찰하며 깊은 생각을 하신 흔적이 문장에서 느껴진다.
작가님의 뒤에는 훌륭한 이야기꾼이셨던, 식민지 시대 깨어있는 여성으로 자식을 공부시키고자 힘을 쓴, 미운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아보라고 조언하신 어머니의 큰 존재감도 느껴진다.
에세이에서 박완서 작가님의 어린시절부터 40대에 도전한 소설가로서의 삶과 일상생활의 모습, 그리고 노후의 삶을 볼 수 있다.
작가님의 세심한 관찰력으로 표현된 작품으로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과 희망을 나의 마음속에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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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