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 블랙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뭘까? 아무래도 추리소설의 고전 홈즈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사건이 발생하고 탐정이 도착하고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마지막엔 자신이 범인을 맞췄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되새겨보게 될 것이다. 나 또한 홈즈의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특히나 그의 추리를 보고 있으면 감탄에 감탄을 내뱉을 때가 많다. 추리소설을 보면서 가끔 범인을 맞추기도 하지만 그가 왜 범인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힐때가 많다. 그래도 나는 추리 소설이 좋다. 그 긴박감이 좋고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 속에서 마치 내가 탐정이라도 된 듯 하나하나 사건을 주시하고 바라보는 것 때문에 말이다.

이처럼 레이븐 블랙도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리해가면서 읽는 소설이다. 하지만 고전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함으로 그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또한 셰틀랜드 제도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옆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는 지역이다. 즉 비밀이 없는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지만 정작 알고보면 그들의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구나 오랫동안 한 사람을 알고 지낸다거나 혹은 한 마을에서 같이 살게 된다면 으레 그렇듯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속에 빠지게 된다. 이것을 작가는 짚어내고 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사람이 사람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불현듯 생각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새해 첫날 한밤중, 두 여학생이 지능이 낮은 한 노인의 오두막집에 새해 인사차 찾아간다. 아무도 찾지 않는 오두막집, 누구도 찾지 않고 꺼리기만 하는 이 집에 두 여학생은 호기심에 이 집을 찾게 되고 거기서 갈까마귀 한 마리와 살아가는 노인을 대하게 된다. 그리고 며칠 뒤 두 여학생 중 한 여학생이 그의 집 근처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그 노인이 죽였을거라고 확신하며 그 노인만 잡아들이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사람들의 말만 믿고서 이 노인을 잡아갈 순 없다. 증거를 찾아 범인이 누구인지 찾으려 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이러한 줄거리 속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단서가 쉽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사람 한사람을 탐문수사 해나가면서 마을 사람들을 알아가는 모습이라든지 가족관계는 흥미롭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적은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 관한 묘사와 과연 우리가 우리의 이웃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묻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그리고 나중에 범인이 밝혀졌을 때 그를 동정하게 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왜일까? 아무래도 작가는 그것을 바랬던 것 같다. 누구나 범인이 될 수 있고 사람은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그랬나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상처받을 수 있는 존재이며 누구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니까 범인이지라는 생각보단 왜 그랬을까 하는 마음이 더 드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좀 더 그가 상처받지 않았더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고립된 섬에서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노인만을 의심하는 대목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디선가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사람은 믿고 싶은대로 믿게 된다는 그 말을 실감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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