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창 그 웹툰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공감을 하는 나날을 보내며 졸업을 했고 일본에 취업을 해 바다 건너편에 있었다. 그 후로는 연고 없는 외국땅에서 첫 직장을 다니며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느라 한국의 재미있는 것들을 잊고 살았었다. 그리고 인연을 만나 결혼했고 아이가 생겼고 출산 후 귀국해 돌아와 아이가 재잘재잘 말할 때가 되어 이제 한숨 돌리고 있다.
그리고 블로그 이웃들의 새 글을 드르륵 드르륵 마우스로 내리며 눈으로 훑던 중이었다. 그때 젊은 마음이 가득했던 20대를 함께 했던 그 웹툰을 쓴 홍인혜 님(사실 실명을 그제야 알았다)의 책이 나왔다는 글을 보게 되었고 너무 반가웠다. 제목도 어쩜 <고르고 고른 말>이라니...웹툰의 말풍선으로 공감을 건네던 그가 이렇게 멋진 책 한 권을 내게 되었다는 소식이 기뻤다.
책을 받고 목차를 보았다. 내가 일본에서 일하고 결혼과 출산과 육아를 하는 동안 홍인혜 님은 시인이 되어 있었다. 사실 웹툰을 볼 때는 카피라이터인지 몰랐다. (어쩌면 잊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목차들이 하나 같이 다 멋졌다.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약간 두렵기도 했다. 나도 말과 글로 먹고 살았는데 내가 다루던 말과 차원이 다른 말들의 향연에 기가 죽기도 했다.
여러 이야기 중에 재미있었던 것은 '(각별한 말) 이름난 집'이었다. 나의 집에 이름을 붙여준다니,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회사나 가게만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애정이 담기고 가장 편안해야 하는 나의 집에 이름을 붙여 준다면 그 사랑은 배가 되지 않을까. 더 애틋하고 가족 구성원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 들 것 같다. 당장은 집에 이름을 지어 줄 수는 없지만 내년에는 집에 이름을 지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