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철학자 -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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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에릭 호퍼의 <길 위의 철학자>(2014)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 방대수 역 / 이다미디어 출판 / 출간일 2014-02-28 / 원제 Truth Imagined (1983년).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의 자서전 <길 위의 철학자>가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다미디어에서는 개정판 출간에 맞춰 저자의 아포리즘 모음집 <인간의 조건>, <영혼의 연금술>도 함께 내놨네요.


에릭 호퍼는 정규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떠돌이 노동자로서 살아가면서 독서와 사색을 통해서 그 만의 독특한 철학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의 삶도 참 독특한 부분이 많은데요 7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가, 15살에 극적으로 시력을 회복하는 것은 놀랍기도 했습니다. 언제 다시 시력을 잃을지 몰라 눈에 대한 혹사를 걱정하지 않고 책을 탐닉하는 저자의 모습, 그리고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다가 처음 접한 장사일에 재능을 보이지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고 다시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점심을 먹으려고 앉아서 돈을 셀 때 나는 깊은 회의를 느꼈다. 그것은 내가 결코 느껴 본 적이 없던 수치심 이었다. 내가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고, 물건을 팔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내 경우에 장사는 타락의 근원임이 분명했다. 장사를 위해서는 거리에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터였다. 나는 타락의 소지가 다분했고, 따라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 p.34




제가 에릭 호퍼를 처음 접한 이 책은 저자 사후에 출간 된 저자의 마지막 책 입니다. 자서전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저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형태로 쓰여진 책이지만 누구와도 다른 삶을 살아오면서 독특한 사유를 해온 저자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더 없이 좋을 텍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격언, 경구, 잠언 등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아포리즘'을 저는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아포리즘이라면 그나마 공감하기가 쉽지만 저자의 독특한 경험이나 사유가 깃든 아포리즘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또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저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 부족으로 여겨져 괜히 스스로 부끄러워지기도 하는게 싫었거든요.





음... 그런데 이번에 에릭 호퍼의 글을 만나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멋지게 그것도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사실 모든 분야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첫 흥미를 느끼면 그 뒤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파고들게 되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제가 접한 아포리즘들도 물론 대단한 글들이 많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니 다른 글들도 다시 찾아보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서전 중간 중간에 에릭 호퍼의 사진들과 그의 대표적 아포리즘들을 편집해서 넣어놓았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공감을 받은 하나를 여기에 소개합니다.


Failure)

We Clamor for equality chiefly in matters in which we ourselves cannot hope to attain excellence. To discover what a man truly craves but knows he cannot have we must field in which he advocates absolute equality. By this test Communists are frustrated Capitalists.


우리는 주로 자신이 우위에 설 희망이 없는 문제에서 평등을 주장한다. 절실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런 시험에서 공산주의자란 좌절한 자본주의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자서전과 동시에 출간 된 두 권의 아포리즘 모음집들도 꼭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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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a Dream 마틴 루서 킹 - 그래픽 평전, 2014 세종도서 선정 도서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1
아서 플라워스, 피노, 마누 치트라카르 / 푸른지식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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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서 플라워스의 <I have a Dream>(2014)


[아서 플라워스 / 마누 치트라카르] I have a Dream / 피노 역 / 푸른지식 출판 / 출간일 2014-02-24 / 원제 I See the Promised Land: A Life of Martin Luther King Jr. (2013년).




푸른지식에서 아주 독특한 그래픽노블이 나왔습니다. I Have a Dream이라는 명연설로 유명한 마틴 루서 킹의 평전을 그의 유명한 연설의 제목과 동일한 이름으로 출간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그런 평범한 그래픽노블이 아닌 독특함을 가지게 된 것은 책을 만든 사람들의 독특한 조합 덕분입니다. 그림이 상당히 독특한데 이는 인도 벵골 지방에서 전해지는 전통의 파투아 라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전통 파투아 아티스트 마누 치트라카르가 그림을 그리고 아프리카 미국계 구전 예술가 아서 플라워스가 글을 썼습니다.


파투아는 두루마리에 그려진 그림 속의 이미지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읊조리는 말이나 노래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통 예술인데, 한 프레임 안에서 모든 행위가 완결되는 다른 구전예술과는 달리 그림 속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전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 전통적인 예술 방식이 현대적인 그래픽 노블에 접목되면서 이 독특한 작품이 태어났습니다.


 

아무래도 그린이가 인도 전통 예술가여서 그런지 그림 여기저기에 인도적 색깔이 묻어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미국 흑인들이 인도풍의 옷을 입고 있다거나 벵골어로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점 등에서도 묻어나고, 사람들의 얼굴도 인도인의 느낌이 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인도에도 '불가촉천민' 등 카스트 제도의 불합리로 역사적인 사회적 불평등이 이어져왔기에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마틴 루서 킹이 활동하던 20세기는 법적으로는 노예제도는 없어졌지만 실질적으로 차별이 이어지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에는 흑인은 버스 뒷자리에만 앉을 수 있었고, 백인전용좌석에 자리가 없어서 백인이 흑인 자리에 앉고 싶다면 비켜줘야만 하는 법도 있던 시절이죠. 더욱더 절망적인 것은 흑인들은 이와 같은 차별 대우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죠. 


이런 사회적 불합리를 마틴 루서 킹은 비폭력 운동으로 고쳐나가기 시작합니다. 몽고메리 버스 승차거부 등의 운동이 대표적이죠. 이런 비폭력 주의 하에서 킹은 감옥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보석금을 내지 않고 자신의 수감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는데 이를 알아챈 경찰서장이 보석금을 대납해서 보석을 받게 된 일화도 있다고 합니다. 킹은 자신이 버스에서도 쫓겨나보고, 식당에서도 쫓겨난 본 적이 있지만, 감옥에서 까지 쫓겨나게 된거죠.


노예 12년의 개봉 이후로 흑인 문학과 미국의 흑인 차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대표적인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의 평전을 독특한 그래픽 평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지만 생소한 용어들이 많이 등장함에도 모든 주석이 책의 뒤에 몰려있는 점, 그리고 그 조차 페이지 순서라든가 가나다 순의 정렬도 전혀 하지 않고 배치되어 있는 점은 이야기의 흐름도 끊기고 여러모로 불편해 편집상의 배려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또 벵골어로 적힌 피켓은 아예 번역을 하지 않고 출간이 이루어졌는데 작품을 훼손하지 않고 표현하고자 했으면 그 밑에 뜻을 적었어도 좋았을텐데 아예 하지 않고 넘어간 점도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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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 뮤즈 CC 기본 + 활용 테크닉북 - 코드 작성 없이 HTML 웹 사이트 디자인을 위한
김경홍 지음 / 성안당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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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경홍의 <뮤즈 cc 기본 + 활용 테크닉북>(2014)


[김경홍] 뮤즈 cc 기본 + 활용 테크닉북 / 성안당 출판 / 출간일 2014-02-10.




어릴 때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에서 드림위버와 나모 웹에디터를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pc통신에서 막 벗어나 인터넷이 열심히 보급되던 시점이었고, 그때만 해도 hihome.com이나 com.ne.kr와 같이 개인에게 홈페이지 공간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업체들이 많이 있었죠. 지금처럼 sns나 블로그가 등장하기 전이라 인터넷에 개인의 공간을 만드는게 유행하던 시점이라 개인홈페이지 만드는 데

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도 했었구요.

 

요즘은 기존의 Flash 등 외부 플러그인에 의존하던 HTML4를 대체할 차세대 포맷으로 HTML5가 표준으로 자리잡아 발전을 하고 있고 특히 이 포맷의 장점인 대응형 웹으로서 pc에서 접속하면 pc 해상도에 맞춘 화면으로,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면 스마트폰 해상도에 맞춘 화면으로 자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술도 있기에 거기에 맞춘 홈페이지 저작툴도 나왔습니다.

 

 

기존의 드림위버를 보유하고 있던 Adobe사에서 Muse라는 새 툴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국내 출판사들에서도 이 사용법을 알려주는 책들도 출시가 되었습니다. 성안당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제 파일들도 제공을 하고 있어서 처음 접하는 분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네요.

 

 

복잡한 html 코드를 외울 필요 없이 GUI 방식으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편하죠. 특히 HTML5는 iOS나 Android 어플 등을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니 책의 후반부에도 이렇게 만든 웹을 앱으로 만드는 방법도 간략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앱을 만들고 싶으신 분들은 이런 HTML5 저작툴로 시작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 또 Adobe에서는 CC 계열 프로그램들을 1개월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는 클라우드 서비스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도록 정책을 잡고 있으니 단기간에 만들 분들은 1달의 기간을 잘 이용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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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세계 50개 기업에 대한 윤리 보고서
프랑크 비베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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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프랑크 비베의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2014)


[프랑크 비베]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박종대 역 / 열린책들 출판 / 출간일 2014-01-20 / 원제 Wie Fair Sind Apple & Co.?: 50 Weltkonzerne Im Ethik-Test (2013년).



대학에 다닐 때 일반선택 과목으로 수강했던 경영학 수업시간에 교재로 사용한 <나쁜 기업>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회사들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깨끗하고 건강한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그들의 잔인한 경영행태를 고발하는 성격의 책이었죠. 전통시장보다는 마트를 선호하고,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제품을 먼저 찾아보는 평범한(?) 소비자였던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책이었죠.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그때의 기억은 까맣게 잊고 다시 좋아보이는 제품들을 사용하며 살아가던 저에게 다시금 충격을 주는 비슷한 성격의 책이 나와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라는 책입니다.




나쁜 기업

10점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있습니다. 책의 앞 부분은 1부 공정성이란 무언인가? 라는 부분으로, 뒷부분에 나올 기업들의 윤리성을 따져볼 수 있는 다양한 이론들과 그들의 윤리경영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들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50개 기업의 윤리 프로필을 수치화하고, 어떤 문제들이 내제되어 있는지 짤막짤막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하는건 나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아무렇게나 소비를 하는 것 또한 잘못된 일이라는 인식은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바로 이런 논리를 탄탄하게 해줄 이론적 바탕을 제공해준다는 점이죠.


중국의 하천이 오염되고, 방글라데시 주민들이 쥐꼬리만 한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몰디브가 바다에 가라앉고, 아프리카 아이들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당연히 관련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제3세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재앙은 우리가 누리는 복지의 암울한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


흔히들 탄식하는 것처럼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잘사는 나라의 소비자인 우리는 누구보다 힘이 세다. 우리의 돈이 누구에게로 갈지 결정하는 사람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한 사람이 구매 태도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많은 소비자가 힘을 합치면 세상의 가장 거대한 경제 권력이 될 수 있다. - 1장. 소비자의 힘 中 pp.009-010. 


즉, 우리의 구매 태도의 변화 하나는 큰 힘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게 하나 둘 늘어나서 사회적인 트렌드가 바뀐다면 지금처럼 나쁜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소비자 운동이 일방적인 구매거부로 이루어질 경우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정보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콜탄은... 공식적으로 콩고에서 납품 받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콩고의 콜탄 채굴 산업이 전반적으로 와해되면서 많은 사람이 그나마 남은 빈약한 생계 터전마저 잃어버렸다. 이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납품을 단순히 중단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직접적으로 생산 환경과 체계를 개선하는 편이 더 낫다. - 2장.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 中 p.044.


특정 대기업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불매운동을 할 경우에 정작 기업의 경영진에게는 큰 피해가 가지 않고 기업에 소속된 직원들이나 하청 업체에 피해가 가는 경우도 있으니 단순한 불매운동 보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뒤에 실린 50개의 기업들의 프로필 정리도 꽤 흥미롭습니다.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하나만 들어가 있지만, 워낙 유명한 기업들이 많이 실려있어서 대부분의 기업들을 다들 이름이라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단순히 기업이 이게 좋고 나쁘고를 나열한게 아니라 '윤리'라는 큰 틀의 기준을 잡고 평가를 하다보니 균형이 잡힌 느낌도 있구요.


책을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책이 50개 기업들의 윤리문제를 제기하는 성격의 책이라는 점에서. 책의 제목은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책 전체에서 애플을 다룬 부분은 5페이지에 불과하다는 점. 그런 것을 따지고 보면 애플이 요즘 가장 HOT한 기업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정작 저자는 '애플에게 공정했었나?' 하는 의문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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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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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2014)


[솔로몬 노섭] 노예 12년 / 오숙은 역 / 열린책들 출판 / 출간일 2014-02-22 / 12 Years a Slave (1853년).


최근 영화 <노예 12년>의 개봉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노예 12년>이 무려 5개의 출판사에서 국내 출판시장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새잎 출판사를 시작으로, 펭귄클래식코리아, 열린책들, 글항아리, 마지막으로 더클래식까지 말이죠.


이 중에서 펭귄클래식코리아는 영화사와 공동 마케팅을 실시해 아예 영화포스터를 그대로 사용한게 특징이라면 특징이고, 더클래식은 늘 그래왔듯 영문판을 껴주며 책의 성격을 실용서로 신고하고여도서정가제를 우회해 출시와 동시에 50% 할인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화제의 책 <노예 12년>을 열린책들 판본으로 읽어보겠습니다.




억울한 12년의 노예 생활을 기록한 수기


책을 쓴 저자 솔로몬 노섭은 당시 노예제를 채택하지 않던 미국 북부 뉴욕주에서 자유시민으로 살아가다가 납치되어서 남부에 팔린 흑인입니다. 이후 무려 12년 동안이나 남부에서 노예로 생활해가던 중 다행히 그가 도움을 준 백인을 통해서 북부의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덕분에 구조가 되었고 그 간의 기록을 책으로 펴낸 수기가 바로 <노예 12년> 입니다.



<노예 12년>이 출간되기 바로 직전에 출간 된 해리엇 비처 스토의 소설 <톰아저씨의 오두막> 덕분에 당시 미국 사회에 노예제도와 흑인 인권 유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던 시점이기에 직접 참상을 기록한 실화 수기가 출간되어서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톰아저씨의 오두막>이나 다른 흑인 노예 제도를 다룬 소설들을 의식한 부분인지 책 여기저기에서 이와 관련한 대목이 등장합니다.


나로선 노예제에 관해서 직접 목격한 것에 한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내가 알고 있고 개인적으로 직접 경험한 것에 한해서만 말이다. 내 목표는 사실들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 것, 내 삶의 이야기를 과장 없이 전달하는 것일 뿐, 소설책 속의 이야기들이 실제보다 더 잔인한 학대나 더 가혹한 속박을 말하고 있는가 하는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 1장. p.26


비천한 삶을 있는 그대로, 또는 그렇지 않게 묘사하는 소설을 쓸 수는 있다-어쩌면 진지한 척 엄숙한 태도로, 무지라는 축복을 자세하게 열거할 수도 있다-노예 생활의 즐거움에 관해 안락의자에 앉아 조잘조잘 떠들어 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 밭에서 노예와 함께 일하도록 해보라-노예들과 오두막에서 같이 자고-곡물 껍질을 같이 먹도록 해보라. 노예처럼 채찍질을 당하고, 사냥을 당하고, 짓밟히도록 해보라. 그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갖고 돌아올 것이다. - 제14장. pp.200-201.


당시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은 노예제에 찬성하는 집단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미국의 남부 지역은 노예를 활용한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북부와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며, 정치적으로도 미국 헌법에 노예 인구의 3/5을 연방 의회 의석수에 반영하도록 하였기에 정치적으로도 북부는 불리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그 건물을 본다면, 그런 혐오스러운 용도로 쓰인다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터였다. 참으로 야릇한 것은, 바로 이 건물이 환히 내다보일 거리에서, 저 높이 우뚝 서 있는 것이 바로 의회 의사당이라는 것이었다. 자유와 평등을 자랑하는 애국적인 의원의 목소리가, 가련한 노예들의 절겅거리는 사슬 소리와 한데 뒤섞이는 곳이었다. 의회 의사당의 그림자 바로 안에 있는 노예 수용소라니! - 3장 p.47


영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미 의회 건물을 우리 관객들이 알아보기가 어려웠겠지만, 수기에서는 아주 인상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책을 먼저보고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그 장면이 얼마나 아이러니가 가득한 장면이었는지 기억하실 겁니다.


노예제의 비극은 노예주들도 피할 수 없어


수기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저자의 통찰은 노예제는 노예로 부려지는 흑인들만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부리는 백인 노예주들에게도 해악을 끼친 다는 점입니다.


솔로몬 노섭의 첫 주인이었던 윌리엄 포드는 노예들에게 친절하고 훌륭한 기독교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절대 손해보는 일이 아니었지요. 


그러나 포드가 친절해서 손해 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 나는 주인이 노예를 관대하게 대할수록 노예들은 열심히 일함으로써 보답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해 왔다. 내 경험이 그렇다. 지시한 것보다 많은 성과를 내어 포드 주인님을 놀라게 하는 것은 기쁨의 원천이었던 반면, 그다음 주인들 밑에서는 감독관의 채찍 외에는 더 이상의 수고를 자극하는게 없었다. - 7장. p.102


하지만 진정한 불행은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평생 동안 알 수 없었다는 점 입니다. 그의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노예제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 '똑같은 매개체'를 통해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그는 너무나 당연히 노예를 부리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윌리엄 포드 만큼 다정하고 고결하며 솔직한 그리스도교인은 없었다고 밝혀 두는 것이 공평할 것이다,. 그러나 늘 그를 둘러싸고 있던 영향력과 인맥들이 그의 눈을 가리고 있어서, 그는 노예제 밑바닥에 내제되어 있는 해악을 보지 못했다. 그는 다른 인간을 복종시키고 있는 인간의 도덕적 권리를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자기 이전의 조상들과 똑같은 매개체를 통해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그들과 똑같은 빛으로 사물을 보았다. 다른 환경, 다른 영향력 아래서 성장했다면, 그의 인식은 틀림없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기 이성의 빛을 따라 똑바로 걸어가는 주인의 본보기였고, 그의 소유가 된 노예들은 행운이었다. 7장. p.95


그 이후의 주인들에게서 이런 '똑같은 매개체'가 더욱 구체적으로, 더욱 잔인하게 나타납니다.


그들에게 가장 잔인한 형태로 존재하는 노예제가 그들이 지닌 인간적이고 훌륭한 감정들을 야수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고통받는 인간을 목격하고 -노예들이 토해 내는 고통의 비명을 듣고-무자비한 채찍에 몸부림치는 노예를 보고-개에게 갈기갈기 물어뜯긴 노예를 보고-관심도 받지 못한 채 죽어 가고 수의나 관도 없이 매장된 노예를 보고- 날마다 이럴진대 그들이 잔인해지고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게 되는 것 외에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노예 소유주가 잔인한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며, 오히려 그가 몸담고 있는 체제의 잘못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관습과 사회의 영향을 이겨 내지 못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모든 것으로부터, 채찍은 노예의 등을 후려치라고 있는 것이라고 배우기 때문에, 그는 성장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바꾸기가 쉽지 않게 된다. - 제14장. pp.199-200.


그리고 이런 사회의 영향으로 노예주들과 노예주의 가족들은 필연적으로 무감하고 잔인해지게 되지요.


이런 잔인무도한 행동이 노예 소유주들의 가정에 미치는 효과는 분명하다.(...)어린 소년은 그 노인을 혼내면서, 어린 마음에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특정 횟수의 채찍질을 선언하고는, 매우 진지하고 신중하게 채찍질을 가했다. (...) 그걸 보고 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철두철미한 녀석이라고 칭찬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이다.> 그리고 그런 훈련을 받다보면, 타고난 본성에 상관없이 어른이 될 무렵에는, 그러지 않으려 해도, 노예들의 고통과 슬픔에 아주 무감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들 사이에서 인도적이고 관대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조차, 이 극악무도한 체제의 영향으로 필연적으로 무감하고 잔인해진다. 18장. pp.250-251


수기는 그가 노예주로부터 구출되었지만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못했습니다. 그를 팔아넘긴 노예 상인들이 당시의 법률 하에서 흑인의 발언들을 제대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아 무죄로 석방된 것이죠. 또한 수기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책 출간 이후 노예제의 참상을 고발하던 솔로몬 노섭은 활발한 강연 활동 중 행방불명되게 되는데 노예제를 찬성하는 세력에 희생되었다는 추측만 낳을 뿐 오늘날 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미국 사회는 첫 흑인 대통령을 선출하며 외형적으로는 이전의 부끄러운 흑인 인권 유린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 전체적으로 인종을 차별하는 문화가 남아있으며 종종 해외 뉴스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들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하죠.


우리 사회는 어떨까요? 첫 여성 대통령을 뽑았지만 아직 사회 전체적으로 남녀 차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시작된 지역간의 갈등은 일부 사이트를 중심으로 더욱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강한 자와 약한 자를 나누길 좋아하는 이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노예 12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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