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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토성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평점 : 
평범한 일상에서 반짝임을 발견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의 첫 소설 『안나의 토성』. '우주'와 '일상'을 소재로 한 이 장편 소설은 도쿄에 사는 열네 살 '안나'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안나'의 대학생 오빠 '가즈키'는 우주 덕후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하며 밤하늘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을 삶에 빗대어 전해준다. 그 이야기 중 하나가 토성의 고리에 관한 것인데 15년을 주기로 지구에서 토성의 고리가 보이지 않는 해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가족, 친구, 학교 등 여러 일로 머리가 복잡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만 느껴지는 '안나'에게 들려주는 '가즈키'의 우주 이야기는 숨통을 트이게, 때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비밀 열쇠다.
'안나'가 겪는 사춘기의 고민과 우주 바보 '가즈키'의 천진함과 순수함은 매우 닮았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오빠가 계속 밤하늘을 볼 수 있도록 기도하고 싶다는,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순간보다도 짧은 삶에서 의미를 찾는 '안나'. 별이 선명하게 보이는 플라네타륨보다 새로운 별을 발견할 수 있는 도쿄의 밤하늘이 좋은, 우주의 신비를 해명하는 것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아름다운 별에 대해 말해주고 싶은 갈망이 더 크다고 말하는 '가즈키'. 마스다 미리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두 남매의 가슴 뭉클한 우주 성장 소설로 독자를 따뜻하게 격려하고 특유의 다정한 문체로 마음을 녹인다. '나른함'이란 단어가 소설로 태어난다면 이런 모습일까. 잊고 있던 추억을 소환하는, 섬세한 감성이 담뿍 담긴 책을 찾는 독자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안. 우주가 생기고 137억 년이 지났는데, 단 한 번도 똑같은 밤하늘은 없었어. 지금 올려다보는 하늘과 내일 하늘은 다르고, 내일 하늘과 모레 하늘도 달라. 매일매일 새로운 하늘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나는 화성의 저녁놀을 한 번 보는 것보다 지구의 하늘을 가능한 한 오래 보는 쪽을 선택할 거야."
아직 나는 어리지만, 갑자기 오빠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계속 밤하늘을 볼 수 있도록 어떤 거대한 존재에게 기도하고 싶었다. - P25
계속 멀어지면 마지막에는 어떻게 될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물어보진 않았지만, 나는 달이 왠지 불쌍했다. 지구에서 멀어지는 달도, 어른이 되어가는 나도. 몹시 불쌍했다. - P78
"안. 우주를 공부하다 보면 말이야. 우주는 분명 아주 예전부터 우리 인간이 등장할줄 알고 있었을 거라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런데 지금은 수많은 우연이 수없이 겹쳐서 내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연이 운명보다 덜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해." - P102
"안. 나도 플라네타륨을 좋아하고 지금도 시간이 있으면 가. 네 말처럼 도쿄의 밝은 하늘에서는 보이지 않는 별을 플라네타륨에서 볼 수 있으니까."
오빠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지만 안. 플라네타륨과 진짜 밤하늘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어. 그게 뭐라고 생각해?"
"뭐야?"
"새로운 별을 발견할 수 없어."
...
내 옆에는 미즈호가 있다. 우리는 둘 다 열네 살이다. 이건 46억 살이라는 지구의 나이와 비교하면 ‘순간‘보다도 짧지만, 그래도, 그래도 절대 0은 아니라고 굳게 믿을 수 있다. - P145
"그런데 안. 이렇게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어. 나는 우주의 신비를 해명하고 싶다는 갈망보다 사실은 오늘 본 아름다운 별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은 갈망이 큰 것 같다고. 상대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좀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아. 안처럼. 그러니까 안이 미즈호에게 토성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는 아주 잘 이해해."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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