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 원서 전면개정판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3
퀜틴 스키너 지음, 임동현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르네상스 및 근대 지성사의 권위자로 불리며 2008년부터 런던의 퀸메리대학에서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 퀜틴 스키너가 르네상스 키드 마키아벨리의 네 얼굴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담았다.

 

우리나라 대중들에게도 '군주론'으로 잘 알려진 마키아벨리는 지금껏 "악의 교사"라는 왜곡된 시선과 오명에 가려져 있었다. 이런 사람들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박힌 이미지를 깨는 책으로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대적 맥락에서 그의 주장과 이론을 재탐색한다.

 

저자는 4개의 장에서 마키아벨리의 네 가지 면모를 보여준다. 첫 장에선 그가 외교관으로서 당대 정치 상황과 정치가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서술한다. 정치에 몸담게 된 순간부터 해임되고 누명을 쓴 시점까지를 그렸다. 두 번째 장에선 '군주론'을 바탕으로 군주의 조언자로서 군주가 갖춰야 할 비르투는 무엇인지, 국가통치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드러난다. 셋째 장에선 '로마사 논고'를 바탕으로 그가 자유의 이론가로서 정립한 자유, 통치체제, 부패, 리더십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에선 '피렌체사'를 중심으로 피렌체의 역사가로서 그의 고향인 피렌체의 흥망성쇠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한 내용을 담았다.

 

역자 후기의 말대로 스키너는 르네상스와 인문주의에 기초해 서로 다른 각각의 상 뒤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맥락을 다룬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고대 저자들의 도덕이론과 정치이론에 대한 반응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마키아벨리도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의 주장이 상충된다고 해서 어느 것이 본 모습이고 진짜 주장인지 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키아벨리는 시대의 이단아, 혁명가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가통치술, 통치체제, 리더십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상가로 여겨짐에 분명하다.

 

한 명의 대중으로서 마키아벨리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편견과 선입견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거의 모든 안건을 당위성과 필요성에 근거해 사유한 그의 객관성과 냉혹함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위와 의도는 결과에 의해 평가될 것"이란 말이 내뿜는 힘이 엄청나 오래도록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또 "자유의 대가는 영원한 경계" 등 현대사회에 시사하는 주옥같은 말들이 많아 왜 현대인들이 마키아벨리를 읽는지 알 수 있었다.

 

p.43 그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깨닫지 못했던 사실은 그들이 자신의 성격이라는 틀에 시대를 끼워 맞추려 노력하는 대신에 자신의 성격을 시대의 상황에 맞게 적응시켰더라면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었으리라는 점이다.

 

p.98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신념이란 바로 국가를 성공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단서가 상황의 힘을 인정하는 것,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시류(時流)와 조화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의미한다.

 

p.109 마키아벨리에게 있어 비르투를 갖춘 군주란 국가의 보전을 위해 어떤 일이든 기꺼이 필요에 따라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리하여 비르투라는 용어는-그것이 도덕적인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목표를 달성하게 만들어주는 일련의 자질들을 의미하게 된다.

 

p.129 왕국 혹은 공화국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살아 있는 동안 현명하게 통치하는 한 명의 군주를 갖는 것"보다는 이후의 운이 "대중의 비르투"에 의지할 수 있도록 "국가를 조직할 수 있는 군주"를 갖는 것이다(226, 240). 국가통치술의 가장 심오한 비결은 어떻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