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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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도무지 '분석'이 안 되는 작품. 필자 역시 페란테 열병을 앓는 것 마냥 끙끙거리며 끝을 본 소설이다. 점점 낯설어져만 가는 '사춘기'라는 단어가 주제인 소설임에도 13세 소녀 조반나에게 이입해 긴장감 넘치는 긴 시간을 보낸 기분이었다.

 

1) 처음

 

조반나는 모든 게 처음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옆에 있던 나폴리 중산층 부모님, 남부러울 것 없던 환경, 그 속에서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던 자신. 13년간 그녀는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 마주친 또 다른 세상. 모든 게 처음인 또다른 세계. 그 세계는 조반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곳에 걸음을 내딛게 한다.(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떠올랐다.) 처음보는 부모님의 단점, 그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 처음 본 고모, 처음 겪는 가슴 저릿한 사랑. 처음이 주는 짜릿한 설렘과 팔을 스치는 서늘한 두려움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어리고 서툴러 완전할 수 없는 10대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며 작품 속 어떤 한 구절, 한 대사는 분명 독자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 것이다.

 

2) 사춘기, 위선 그리고 성장

 

인간은 평생에 한번은 사춘기를 겪는다고 한다. 그 시기가 대부분 10대 즈음이라 그렇지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참고 참았던 사춘기가 한순간 발현해 남모르게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반나처럼 10대의 사춘기를 그래도 나름 천천히 음미하며 지나가는 것만이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궁금한 건 집요하게 파헤치고, 납득할 때까지 물고 늘어지고, 때론 치기어린 반항으로 주위를 놀라게도 하며.

 

조반나가 위선을 알게 된 계기는 그녀의 부모님이다. 식탁 밑으로 얽혀있는 어머니와 다른 아저씨의 다리, 완벽한 학자 그 자체였던 아버지의 흠과 결점. 어른들의 거짓된 삶을 바라보며 위선을 느끼는 조반나의 심정과 혼란스러움을 페란테는 소름끼치도록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자신 역시 미완의 존재임을 깨달아 가는 조반나의 이야기의 끝은 예상할 수 있듯 명료하지 않다. 이 작품은 자아와 타인의 내면에 자리한 위선을 서서히 받아들여가는, 슬프지만 불가피한 과정이 담긴 성장소설이다. 그저 밝고 해맑은, 희망과 용기로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형태의 성장이 아니다. 성장하는 지도 모르는 채 눈앞에 놓인 변화에 맞서고 순간에 몰입해 상황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성장을 보여준다. 어쩌면 조반나가 보여준 성장의 모습이 페란테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매혹적이고 도발적인 성장의 전형이 아닐까.

집을 떠나기 2년 전,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내가 매우 못생겼다고 했다. 신혼 시절 장만한 리오네 알토 구역 산 지아코모 데이 카프리카 꼭대기에 있는 집에서 아버지는 속삭이듯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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