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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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답사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다."
유홍준 답사의 절정, 실크로드 완결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3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사막과 오아시스, 미라와 석굴사원을 찾아가는 신비로운 순례길

 

타클라마칸사막의 오아시스 도시 순례
오늘날 '초원의 길', '오아시스의 길', '바다의 길' 세 갈래인 실크로드는 크게 동부, 중부, 서부 구간으로 나뉜다. 중국편3인 이 책은 그중 실크로드의 중부 구간에 해당한다. 1세기 말부터 6세기 초 사이 경제적 번영으로 '서역 55국'에서 6개의 연합국가 형태로 통합을 이룬 '서역 6강(저자)'은 다음과 같다.

 

차사국: 투르판, 뒷날 고창국이 됨.
언기국: 카라샤르
구자국: 쿠차
소륵국: 카슈가르
우전국: 호탄
누란국: 누란, 뒷날 선선국이 됨.

 

이 책은 '서역 6강' 중 역사의 자취가 거의 사라진 언기국 답사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도시 답사 이야기이다. 다섯 도시에는 천산남로의 투르판과 쿠차, 서역남로의 호탄과 카슈가르, 그리고 모래 속에 파묻힌 누란이 있다.

 

타클라마칸사막은 남쪽은 곤륜산맥, 북쪽은 천산산맥, 서쪽은 파미르고원, 동쪽은 고비사막에 둘러싸인 달걀 모양의 타림분지 한가운데 위치한다. 책에 수록된 '신강위구르자치구 실크로드 주요 지명 지도'와 '실크로드 북로 중로 남로 지도'를 보면 친숙하지 않은 지명이 눈에 띈다. 이름만 들어도 연상되는 중국 동부의 대도시와는 달리 타클라마칸사막 주변, 천산산맥 아래로 펼쳐진 오아시스 도시는 그 존재감부터 신비스럽다. 누란부터 카슈가르까지 어쩌면 알지 못한 곳이 아닌 알려 노력하지 않은 지역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유산을 간직한, 반전있는 새로운 모습의 오아시스 도시로 우리를 안내한다. 다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편과 같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어렵지 않게 눈으로 답사 여정을 함께할 수 있다. 실감나는 묘사에 가끔 등장하는 소설적 표현이 가미되어
중국 서쪽의 세계, 동서를 잇는 공간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을 해결해준다. '명불허전'이란 말은 이 책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역사와 미술사, 문화를 아우르는 한편의 답사 지침서이니 말이다.

 

풍부한 사진과 지도 자료는 여정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게끔 도와주고, 뛰어난 필력과 인간적인 감상은 답사의 흐름과 맥락을 잘 보여준다. 그저 책을 읽었을 뿐인데 사막에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로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듯하다. 버스를 타고 유적지에 가는 설렘, 내려서 마주친 놀라운 석굴과 벽화, 그 옆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오아시스 도시를 바라보는 뭉클함, 답사할 수 없는 곳을 두고 돌아서는 아쉬움 등 답사를 하며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책이다.

 

'서역 6강'의 규모나 장엄함보다 놀라운 것은 제국주의 열강들이 탐험이란 명목으로 행한 문화유산 도굴, 약탈, 훼손이다. 아주 먼 과거에는 정복과 지배, 얼마 안 된 근현대에는 도굴과 약탈의 대상이 된 오아시스 도시들은 저마다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 사연들을 사진과 글로 함께 하는 동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한 켠이 무거워진다. 소설에서 얻는 것과는 다른 의미의 감정, 감동을 이 답사기를 통해 얻었다.

 

한국사와 동아시아사를 배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역사의 빈 공간이 느껴지는 사람,
몇 조각이 빠진 역사의 퍼즐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p.72 "8박 9일 실크로드 답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풍광은 쿰타크사막이었다."

 

p.86 "쿰타크사막에서 대자연에 압도되는 경외심이 올라왔다면 여기서(교하고성)는 인간 삶의 원초적 향기가 일어난다. 앞으로 우리가 만날 또 다른 옛 도시 유적인 고창고성에서는 역사적 향기가 느껴지는데 여기서(교하고성)는 인간적 체취가 다가온다. 참으로 위대한 폐허였다."

 

p.170 "우리도 중국을 바라볼 때 중원을 중심으로 했던 왕조만 생각할 것이 아니며 서역과 막북(고비사막 북쪽)의 유목민족들을 함부로 '호(胡)'라고 부르며 오랑캐로 대할 일이 아니다."

 

p.186 "여행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경험을 확대시켜주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에서 우리는 크게 세 가지를 보고 배운다. 문화유산 답사는 인류의 역사와 인문정신을 가르쳐주고, 도시 여행은 인간 삶의 다양한 면모를 엿보게 하며, 자연 관광은 대자연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p.196 "쿠차의 산에는 장식이라는 것이 없다. 그것은 장식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귀신이 도끼질하고 신이 다듬었다."

 

p.210 "쿠차 사람들은 그 푸르름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푸른 하늘은 그 자체가 신이다. 푸르름과 있으면 평화롭게 살 수 있다."

 

p.261 "본래 폐사지에 오면 종교로서 불교의 자취는 희미해지지만 역사의 자취가 풍기는 처연함이 일어난다. 불교가 폐기된 흔적이지만 이슬람이 폐불한 벽화의 자취와는 차원이 다르다. 세월의 흐름 속에 한편으로는 사라지면서 한편으로는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남아 있는 것에서 일어나는 스산한 서정이다."

쿰타크사막에서 대자연에 압도되는 경외심이 올라왔다면 여기서(교하고성)는 인간 삶의 원초적 향기가 일어난다. 앞으로 우리가 만날 또 다른 옛 도시 유적인 고창고성에서는 역사적 향기가 느껴지는데 여기서(교하고성)는 인간적 체취가 다가온다. 참으로 위대한 폐허였다. - P86

본래 폐사지에 오면 종교로서 불교의 자취는 희미해지지만 역사의 자취가 풍기는 처연함이 일어난다. 불교가 폐기된 흔적이지만 이슬람이 폐불한 벽화의 자취와는 차원이 다르다. 세월의 흐름 속에 한편으로는 사라지면서 한편으로는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남아 있는 것에서 일어나는 스산한 서정이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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