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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서 9시 사이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한건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언어는 사물의 개념을 얼마큼이나 실체에 가깝게 표현할 수 있나?
우리의 사유와 통찰도 일단은 텍스트화 되어야 다른 이에게 전달이 가능하다. 종이에 활자가 인쇄된 우리가 ‘책’이라고 부르는 그것의 값은 담고 있는 내용으로 매겨지는 것인가? 아니면 그것은 제작하는데 들어간 비용으로 매겨지는가?
유한한 시간만이 주어지는 인간에게 자유는 무엇을 의미하나?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이 세계는 진짜인가?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 두서없고 맥락없이 떠오르던 질문들. 이야기의 끝에 숨어서 내가 도달하기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다가 나를 제대로 놀래 킨 반전! 멋진 책이다.
주인공을 묶은 건 수갑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고, 쓸모없는 욕망이었고, 한정된 시간이었다. 우리 모두 그런 것들에 묶여 있다. 그리고 그 욕망에 묶여 치열하게 살아낸 시간마저도 모두 꿈이라면!
그만두자. 회의(懷疑)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질테니. 계속 답을 구하지 못하는 질문만 이어질테니.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결론을 내린다면 “이 책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