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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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700년의 시간

5명의 인물

그리고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이야기는

한 권의 책으로 귀결된다.


앤서니 도어 작가가 <클라우드 쿠쿠 랜드>에서 말하고자 한 가장 핵심이 바로 아래의 이 문장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말을 아니? 안식처.

문서 - 한 권의 책 -는 앞서 산 사람들의 기억이 담긴 안식처야.

영혼이 먼 길을 떠난 후에도 기억이 그 자리에 영원히 남게 하는 방법이지.

.

하지만 책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죽는다.

불에 타거나 홍수에 쓸리거나 벌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또 변덕스러운 폭군을 만나면 죽기도 한다.

보호하지 않으면 책은 세계 밖으로 빠져나가 버려.

그리고 책이 세계 박으로 사라질 때, 기억은 다시 한번 죽는다.

p.77 - 78 클라우드 쿠쿠 랜드


유실된 그리스 산문 설화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안토니우스 디오게네스가 하늘에 떠 있는 유토피아 도시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양치기의 이야기를 쓴 작품으로 집필 시기는 서기 1세기 말경으로 추정된다. p. 18

책의 첫 이야기 주인공은 콘스턴스.

더 이상 살 수 없이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우주선 아르고스호에 탑승한지 65년째. 열네 살의 소녀 콘스턴스는 전염병이 퍼진 우주선 안에 살아남은 유일한 존재다.

그리고 2020년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또한 15세기 중반 콘스탄티노플의 안나가 있다. 이렇듯 이야기는 700여 년의 시간을 오가며 각각의 인물들의 서사를 풀어놓는데 처음에는 각기 다른 인물의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점이 없어서 약간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700년의 시간 속에 과거와 미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시대적 상황 속 5명이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어느 정도 읽다 보면 그 스토리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이 인물들 서사의 중심은 양치기 아이톤이 어쩌다 당나귀가 되었다가 그다음엔 물고기가 되어 바야흐로 거대한 바다 괴물의 배 속을 헤엄치면서 자길 먹으려는 짐승들을 피해 세상의 대륙들을 여행하고 있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인 <클라우드 쿠쿠 랜드>라는 점이다.

안나, 마리아, 오메이르, 지노, 렉스, 콘스턴스, 시모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속에서 각기 다른 감정들을 느꼈다.

안나는 쉰네 살의 5월, 한 해의 가장 화창한 날 외양간 옆 나무 그루터기에 기대어 세 아들이 곁을 지키는 가운데 죽음을 맞았다. 어린 나이에 언니를 잃고 고아가 된 채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클라우드 쿠쿠 랜드와 같은 세계를 꿈꾸며 용기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안나.

그녀는 오메이르를 만나 행복했을까...

아픈 아들을 품에 안고 그녀는 십 년도 더 전에 이곳까지 오는 여행길에서 그들을 구해 준 것처럼 그들의 아들 또한 구해 줄 것이라 믿는 오메이르의 마음을 헤아려 <클라우드 쿠쿠 랜드> 필사본에 쓰인 대로 읽으며 일부는 기억에 의존해 읽어 나간다.

안나에게 있어 <클라우드 쿠쿠 랜드> 필사본은 희망이자 반드시 지켜내야 할 삶의 버팀목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안나의 마음을 알기에 오메이르는 책을 지키기 위해, 안나를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1950년대 한국전쟁에 참여하여 중공군의 포로가 된 지노. 거기에서 만난 영국군 포로 렉스.

전쟁 이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지만 렉스에 대한 그리움과 마음은 한결같았을 것이다.

렉스는 이집트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파피루스를 조사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86세의 노인이 된 지노는 너무 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했다고. 닿지도 못하는 그의 절절한 고백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

지금도 성 소수자들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으니 당시의 지노에겐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사랑했지만 숨겨두었던 그 마음을 결국 렉스에게 전하지도 못한 채 그는 때늦은 후회를 하고 만다. 그리고 얼마 후 도서관에서 <클라우드 쿠쿠 랜드> 연극 공연을 앞두고 테러리스트(시모어)로부터 다섯 명의 아이를 보호하다가 사망하게 된다.



폐허가 되어 더 이상 살지 못하는 지구를 떠나 우주선에 오른 사람들. 아르고스호에는 여든여섯 명이 산다. 예순 명은 우주선 안에서 태어났다. 콘스턴스의 아버지를 포함해 스물세 명만이 지구를 기억한다.

콘스턴스는 지구에 관한 정보와 궁금한 모든 자료들을 인공지능인 시빌을 통해 접한다.

이 책은 2146의 이야기로 막을 내린다.

2023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콘스턴스의 이야기는 조금 두려움과 공포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지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소설 속 상황이 미래의 현실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어쩌면 더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고.

미래의 세대에게 지금 우리가 보고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함께 나누며 미래의 유산으로 전해주길 바란다면 우리의 삶도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작가는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통해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의 삶과 그럼에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버텨내며 지켜온, 책이라는 소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과 반성 그리고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1439년부터 2146년의 시간,

5명의 인생이 한 권의 책으로 귀결되는 거대한 서사가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궁극적으로 이야기와 책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 지 느끼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초반에 다소 어수선하고 몰입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정리가 된다.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는 책. 이것이 앤서니 도어 작가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두 번째 읽으면 오히려 놓쳤던 많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올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음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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