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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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추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지만 특히 여름철에는 책 속에 푹 빠져들기 좋은 책이라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나 심리 스릴러, 호러소설 등을 즐겨 읽는다. 아르테에서 이번 여름을 책임져줄 공포소설이 나왔다. 사와무라 이치의 <시시리바의 집>이다. 일본 호러소설 작가로 기억하는 "사와무라 이치"는 <보기왕이 온다>가 참 인상적이어서 그의 신간 소식이 반가웠다. <보기왕이 온다>는 읽고 아이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해주었고 아이들도 읽었던 (만화책으로도 읽음) 책이라 그 작가의 책이 새로 나왔다고 하자 아이들도 반기는 모습이었고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기괴하면서도 오싹한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호러소설이나 공포영화들은 여름날에도 소름 돋게 만드는 오싹함을 전함으로 무더위를 한방에 날리게 만드는 서늘한 위력은 선사한다. <보기왕이 온다>에서 디테일한 묘사 덕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 대한 상상력이 어우러져 진짜 몰입하면서 책을 읽게 만들었기에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영화로 제작되었다는데 나는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 주말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봐야겠다.


이번 <시시리바의 집>은 제목에서 약간 느낌이 오겠지만 집에 관한 이야기다.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귀신을 보게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상한 집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곳에 살던 친구와 가족은 어느 날 야반도주를 했고 비어있는 그 집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집에 들어가면 저주를 받아 머리가 이상해진다고.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귀신을 본 '나'는 그날 이후로 진짜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위 내용의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1장부터 펼쳐진다. 결혼 후 지방에서 살다가 남편의 본사 발령으로 인해 도쿄에서 생활하며 살림만 하고 있는 가호와 쉴 틈 없이 업무로 바빠 늦은 퇴근이 일상이 되어버린 유다이 부부의 모습이 그려진다.

남편은 직장 일로 바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자 가족도 아는 사람도 없이 오로지 남편만 의지한 채 도쿄에서 생활하는 가호는 점점 외로움과 고립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 상황에 처해있는 가호는 우연히 고향 친구 도시를 만나게 된다. 누군가와 소통이 필요했던 가호에게 고향 친구 도시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어릴 적 친구이자 종종 집에 놀러 갔을 때 반겨주었던 할머니도 계시다고 하여 가호는 도시 집에 가게 된다. 하지만 그 집은 이상하게도 집 곳곳에 모래가 있고 그의 아내는 생기가 없어 보이는 데다 어릴 적 반겨주시던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고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가호는 이후 그 집에는 가지 않으려 하지만 계속 그 집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걷잡을 수없이 휘말리게 된다.

온통 모래가 가득하고 이상한 소리가 나지만 정작 살고 있는 친구 도시는 아무렇지도 않아 한다. 그 집에 발을 디디면서 점점 밝혀지는 비밀과 프롤로그에서 나왔던 어릴 적 그 집에 갔다가 점점 이상하게 되었다는 '나'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그 집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면서 그 집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시시리바"의 정체를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옛 친구 히가와 함께 시시리바를 봉인하기 위한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진다.

책을 펼치자 놓을 수 없게 책 내용에 빠져들었다. 단숨에 읽었다. 흥미롭고 오싹하며 <보기왕이 온다>에서처럼 기괴함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에 가서는 단순히 오싹한 공포만 느끼게 하는 공포소설이 아닌, 여운을 남긴다. <보기왕이 온다>에서도 가정이라는 것, 가족이라는 것, 의미를 되새겨보게 만들더니 공포라는 장르를 통해서 이번에도 가족의 의미와 여성의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돌아보게 하고 가족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슬픔과 아픔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또한 <보기왕이 온다>에서 등장한 영매사 히가가 어떻게 영매사가 되었는지, 히가에 대한 어린시절 이야기가 더해져 더 흥미로웠다.

호러소설 좋아하는 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또한 단순히 무섭고 오싹한 느낌만이 아니라 작가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가족 이야기에 공포를 더한 일본 소설이랄까.



우리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 한밤중에 집에 온 유다이는 항상 시든 배추처럼 축 늘어졌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밥을 차리고 배웅한다. 한밤중에 집에 온 그에게 수고했다고 말한다. 그것 말고는 대부분 문자 메시지로 연락하고, 가끔 잡담 같은 이야기를 하는 날이 이어졌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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