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존 M. 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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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잔인하게 죽이는 연쇄 살인범, 어린아이를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른, 다양한 방식의 고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자들.

우리의 과거, 수많은 전쟁과 내전 국가들의 현실, 세계 역사의 흔적들, 뉴스에 보도되는 학대와 수많은 범죄들을 보면서 인간처럼 잔인한 동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지?

그런 생각들.

하지만 극명한 대립을 이루는 인물들도 있다.

예수, 석가모니, 테레사 수녀, 간디.

히틀러, 아돌프 아이히만, 스탈린.

위 인물들은 같은 인간이지만 같은 인간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극단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이다.

작가는 1990년대 심리학을 공부하던 대학원 시절부터 줄곧 고심하고 학습한 악에 대한 내용을 기록해두고 싶어 했다.

어떻게 같은 종에 속하는 구성원들이 이토록 다를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시작된 20년의 연구를 통해 이 책에서 그 원인과 답을 내놓고 있다.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연구, 노력의 결과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대상화

이다.



타인을 주체가 아닌 사물로 바라보고 사물처럼 대하는 심리적인 과정이 바로 대상화다.

대상화 스펙트럼상의 구분점은 일상적 무관심, 유도체화, 비인간화로 나뉜다. 경미한 수준의 대상화는 자신과 타인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일상적 무관심으로 대변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대상화의 수준이다.

어떤 대상을 한낱 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깎아'내림'으로써 유도체화하는 주체의 욕망과 소망 그리고 두려움을 체화한 대상에 불과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등 유도체화 개념에는 강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훨씬 노골적인 착취 행위 및 폭력적인 학대도 포함된다.

마지막 극단적인 수준의 단계인 비인간화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이해함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단순히 비인간이 아닌 인간의 형태를 한 - 쥐나 잇과 곤충 같은 - 해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책의 3부와 4부에서는 대상화에 기여하는 기질적 요인에 대한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내용과 대상화에 기여하는 상황적 요인을 살펴보는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4부에서는 실제 연구 사례들을 통해 상황이 유발한 대상화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밀그램 실험과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밴듀라의 동물화 실험 등을 통해 인간의 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의 경우 참가자는 하루 15달러를 벌고자 하는 24명의 젊은이들이 선발되었고 그들은 건강하고 지적인 중산층 백인 남자들이었다고 한다. 동전 던지기를 통해 무작위로 수감자와 교도관 두 집단으로 나눠 2주동안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계획과는 달리 단 6일 만에 종료되었다. 생각지도 않게 단시간에 막대한 영향을 발휘한 이 실험 하나만 봐도 인간이 상황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은 환경으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 존재일지라도 그러한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력 또한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작가는 말한다.

타인을 대상화하는 경향에 기여하는 인간의 내적 심리 요인들과 함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적 요소들까지 살펴본 후 마지막 장인 5부에서는 작가가 비유적으로 표현한 플라톤의 동굴에서 빠져나와 깨달음의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의 여러 종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힌두교와 유대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5개의 종류를 상세하게 비교 분석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면서 각 종교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대상화 스펙트럼이 악에 관한 인간 본성의 성향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면 사랑, 연민, 전 세계와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인식 같은 인간의 능력은 대상화 스펙트럼과 반대되는, 다양한 수준의 깨달음으로 구성된 하나의 연속선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p. 366




"대상화 스펙트럼이 악에 관한 인간 본성의 성향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면 사랑, 연민, 전 세계와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인식 같은 인간의 능력은 대상화 스펙트럼과 반대되는, 다양한 수준의 깨달음으로 구성된 하나의 연속선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p. 366


깨달음의 단계는 일상적 관심, 상호연관성, 합일의식으로 나누고 있다. 

깨달음의 스펙트럼 최저점에 위치한 일상적 관심은 타인과의 기본적인 동질감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상호연관성 수준에서는 일상적 관심을 통해 어렴풋하게 인식했던 현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명상이나 요가, 종교의식, 기도, 예술활동 등 마음챙김을 수행하고자 하는 시도 등을 주기적으로 실천하는 등 일상적 관심 수준에 있는 사람들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게 된다. 합일의식은 상호연관성을 인식하는 수준에서 얻은 깨달음이 완전히 만개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경지는 아마도 테레사 수녀,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같은 인물에 해당된다 싶다. 

인간이 타인을 대상화하는 경향을 줄이기 위한 더욱 친숙하고 역사가 오래된 방법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충분히 공감되고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인간이 왜 잔인해지는가에서부터 타인을 대상화하는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까지 작가는 오랜 시간 연구한 내용을 정말 꼼꼼하게,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사건 사고들과 우리의 삶 속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차별과 학대, 혐오, 폭력 등을 보면서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의 물음에 심도 있게 답해줄 책이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성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인간답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요즘 현대사회는 공감 능력이 참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답지 못한 인갈들이 판을 치는 세상 속에서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대상화하지 않고 대상화되지 않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바라는 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책을 펼쳐보자.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는 행위는 인간됨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문학작품의 독서는 독자가 이야기에 몰두하기만 한다며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한층 북돋아준다. 위대한 문학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주제를 다루고 깊이와 모순을 지닌 인물들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오래도록 유지된다. 더불어 독자들이 주인공은 물론 악인과도 동일시해보고 본인의 내적 복잡성과 천사 같은 경향 혹은 그림자도 조명해보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타인을 더욱 섬세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각예술과 행위예술에 대한 이해를 함양하는 것도 나와 타인의 내적 깊이를 더욱 민감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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