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를 피하는 법
리처드 로퍼 지음, 진영인 옮김 / 민음사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제목만 봤을 때에는 죽음에 관한, 그것도 고독사에 관련된 에세이로 생각을 했다. 이 책 이전에 읽었던 책이 유품정리사가 다양한 죽음을 통해 느낀 삶의 의미 등을 기록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이었기에 뭔가 그 연장선상에서 이어지는 죽음에 관한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소설이라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책장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자 제목과는 상반되게 유쾌하고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로 흘러갔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가족 없이 외롭게 죽은 이들의 신원 파악과 재산 조사 등의 업무를 하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죽음에 관해 여러 측면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유품정리사라는 직업도 고독사 하는 이들의 신원 파악이나 재산 조사, 가족을 찾는 일, 장례절차까지 맡는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독사를 피하는 법>에 등장하는 주인공 앤드루는 구청 직원으로 공중 보건법에 의거한 사망 사건을 담당하며 가족 없이 홀로 죽은 이들의 장례를 치러 주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앤드루는 취직을 위해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얼떨결에 아내와 아이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일이 점점 꼬이게 된다.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앤드루. 자신의 순간적인 거짓말로 인해 점점 거짓말은 커져가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모든 직원들이 그가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유부남으로 알고 있다. 한번 시작된 거짓말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의 에피소드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점점 부풀려지고... 이로 인해 그의 삶은 점점 더 외롭고 고독해져만 간다. 수많은 고독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일을 담당하면서 자신도 이들처럼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얼떨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가 자신의 삶을 더 외롭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며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그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알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 간의 오해와 단절, 그리고 그를 외롭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삶을 옭아매는 느낌이었다. (후반에 가서 앤드루의 가슴 아픈 과거사가 밝혀진다.) 새로 들어온 신입 페기와 함께 고독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앤드루는 점점 그의 삶에 그녀가 크게 차지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친구처럼 지내는 둘 사이에 거짓말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는 앤드루. 결국 그는 페기의 영향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고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책의 후반부에 가서는 앤드루의 과거와 마음의 상처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조금 더 그를 이해하게 된다.

다소 찌질한 캐릭터인 앤드루가 페기를 통해서 조금씩 변화하고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바뀌고 삶이 달라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상처받은 앤드루는 어쩌면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자기방어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텨간 게 아닐까 싶다. 타인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스스로 외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앤드루가 고독사 현장 업무를 통해 타인의 죽음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깨달으며 페기의 적극성에 맞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생기게 된 것이 아닐까.

앤드루라는 인물을 통해 그리고 앤드루의 직업적인 고독사 현장의 여러 죽음들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떻게 마음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흥미롭고 재미난 소설이 아니라 앤드루의 삶을 바라보면서 독자 또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유쾌하지만 명쾌하게 말해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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