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착취 -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아 줄 74개의 원칙
훙페이윈 지음, 홍민경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패션에도 유행이 있고 흐름이 있듯 출판계도 그러한지 요즘은 인간관계와 심리에 관한 책들이 많이 보인다. 얼마 전에 읽었던 심리학의 쓸모처럼 제법 깊이 있고 이론적인 부분을 체계적으로 쓴 책도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쉽게 누구나 편하게 꺼내 읽을 수 있는 그런 마음 치유 에세이가 주를 이루는 편이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요즘 사람들이 그만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쳤고 책을 통해 답을 얻고 위안을 얻고 싶어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지치고 힘든 당신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현실 속에서 표현하지 못하고 답답한 자신의 행동을 질책하기보다는 보듬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런 책들이 요즘 대세인 거 같다.

<인간관계 착취>는 제목만 보면 뭔가 엄청난 것들에 대한 글들이 쓰인 거 같지만 책을 펼쳐보면 지극히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도 있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 착취에 대해 세세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제목만으로는 뭔가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웬걸~ 이건 뭐 내용만 보자면 우리나라의 상황과 똑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서 우리나라 작가가 쓴 글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훙 페이윈 작가는 대만 작가다. 나는 중화권 작가들의 쓴 글 중에서도 에세이는 뭔가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몇 권의 책을 읽어보았지만 소설은 괜찮은데 에세이 종류는 좀 딱딱하다고나 할까 뭔가 집중하기가 어렵기도 해서 제목도 심오한데다 중화권 작가라서 책장이 잘 안 넘어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기우였다.


읽다 보면 어쩜 우리나라와 상황이 이렇게 똑같을까... 싶은 것이 정서적으로 더욱 공감하게 된다. 책에서는 실제 사례들을 이야기하며 임상심리사인 훙 페이윈의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게 총 74개의 처방전이 바로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아 줄 74개의 원칙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발견했고 책의 상황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하고 감사해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부부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독립적인 개체로 생각하고 존중하며 키운다고 키우고 있지만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도 나도 모르게 착취가 일어났던 게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혼자가 편하고 더 좋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타인을 의식해야 하고 배려해야 하고 그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감정 소모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내가 누군가에게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여가듯 나 또한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제공할 수도 있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우리는 모든 관계를 잘라내고 홀로 설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슬기롭게, 자존감을 찾으면서 원만한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작가는 작가만의 방식으로 방법을 제시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준다.

모든 사람이 읽어도 저마다 공감하고 정서적 유대가 일어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결혼과 육아, 고부간의 갈등을 겪는 이들이 읽으면 보다 더 큰 공감을 얻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내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인간관계 착취를 피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인생을 잘 살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삶을 잘 살고 싶다면 우리 주위를 둘러싼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특히 평생토록 우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가장 친밀해서 떼어낼 수조차 없는 친자 관계, 즉 부모와 자녀 관계에 주의해야 한다. 사랑의 이름으로 현실에 맞지 않는 기대를 하든,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의 족쇄를 채우든 가족은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질기게 묶인 인연이기 때문이다.

 - P168


비위를 맞추는 일은 화합을 위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행동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내면에 조금씩 쌓여가는 원망과 분노의 물결은 언제 거센 풍랑을 만나 사나운 파도로 돌변할지 알 수 없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행위는 내면의 두려움이 외적인 행동으로 발현된 것이다. 비위를 맞추는 행위는 인정받고 싶고, 소외되지 않고 귀속감을 얻고 싶은 당신의 욕망을 알게 해주는 일종의 신호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비상할 수 있기를 갈망하지만, 안정감을 잃지 않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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