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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쓴다는 김종관 작가의 에세이. 작가라는 말보다는 감독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영화 작품은 아직 만나보지 못하였지만 6부에 소개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뭔가 조금은 다른 미장센을 선보일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든 것이 사실이다. 행간의 의미와 여백이 많은 대사들. 소설을 읽다 보면 유난히 여백이 느껴지는 글들이 가끔 있다. 늘상 읽던 글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글 속의 여백을 느낌과 동시에 글을 읽는 속도도 점점 느려지게 된다.
<하코다테에서 안녕>과 <밤을 걷다> 두 시나리오 작품을 읽으면서 짧지만 묘한 매력을 느꼈다. 특히 하코다테에서 안녕은 눈이 펑펑 내리는 하코다테의 풍경을 보면서 이 대사를 음미해 본다면 훨씬 더 느껴지는 감정이 다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하코다테 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감정을 되살려 읽는 것으로 나만의 영화적 장면을 상상해 보는 시간이었다.
영화를 찍는 사람은 모든 것이 영화적 장면이 되는 상상을 할 것이다.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도 삶의 순간순간, 만나는 풍경마다 그것이 생각을 담아내는 도구가 된다. 눈으로 만나는 모든 풍경이 이야기가 되고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 그 순간에도 감각과 감정까지 담기는 것이 사진이다. 이 책에서는 영상을 담아내는 감독만이 가진 감각적 시선과 감정들을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느린 영화를 보듯 말이다. 책 곳곳에 그가 담은 사진들을 보는 것도 글의 이해와 그가 담아내고자 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라 적절히 어우러진 글과 사진들이 참 조화롭게 느껴진다. 나는 사진 에세이를 좋아한다. 이 한 장의 사진을 왜 담았는지...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는지. 그것에 대한 이야기여도 좋고 그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스친 생각이라든지 에피소드여도 좋다. 물론 이 책은 사진 에세이는 아니다. 그저 작가가 살면서 느낀 기록들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주는 도구적 역할을 하는 정도랄까.
저녁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에 바람을 느끼며 읽으면 좋을, 차분하면서도 사색하기 좋은 책이다. 다소 느리게... 아무 페이지나 펼쳐놓고 느긋하게 작가의 감정을 따라 감성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영화 이야기와 시네마테크 이야기 부분은 공감되는 점이 많아서 더 흥미롭게 읽었다.
사라지는 사이 생각해보니, 청춘이란 단어는 청춘을 지나고 있는 이들의 것이 아니라는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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