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파랑 강아지 공 - 2012년 칼데콧메달 수상 그림책
크리스 라쉬카 글.그림 / 지양어린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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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그림책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그림책의 텍스트가 얼마나 읽는 맛이 있는지 입니다. 읽는 맛이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선은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어야 하며, 글대로 읽어주어도 아무런 어색함이 없어야 합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부연 설명을 해줄 필요가 없을 정도라면 최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글 없는 그림책은 별로 선택하지 않는 장르였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는 있지만, 제가 읽어주는 걸 기대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 지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빨강 파랑 강아지 공>은 그런 저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었습니다.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새로운 그림책을 탁 펼치면, '음 이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겠군.' 대략 감이 오는데요. 이 그림책은 한 번 읽어주기를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라는 점과 일희일비하는 강아지의 모습이 아이들과 꼭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선 저 혼자 페이지를 넘기며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혼잣말로 읽어보았습니다.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인원이 적은 아이들 수업에서 저만의 이야기를 읽어주었는데 대성공! 제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그후로 자신감을 얻어 다른 아이들을 만날 때도 많이 읽어주었고 아이들은 매우 즐거워하였습니다. 결국 <빨강 파랑 강아지 공>은 제가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그림책 리스트에 당첨!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아이들 자신의 모습과 똑같을 때입니다. 이런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면서 감정 이입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림책 속에서 강아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빨강 공을 늘 끼고 삽니다. 하지만 어느날 공원에서 함께 놀게 된 친구 때문에 공을 터뜨리게 되고 낙담하지요. 세상을 모두 잃은 듯 합니다. 하지만 곧 빨강 공을 터뜨린 친구가 미안한 마음에 파랑 공을 가져오고, 강아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 친구와 함께 놉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도 좋아할 그림책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지요. 세상 온갖 걱정이 다 내 어깨 위에 있는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아무 것도 아닌 계기로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집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별 것 아닌 일 때문에 세상을 잿빛으로 느끼기도 하고, 별 것 아닌 일 덕분에 세상을 황금빛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빨강 파랑 강아지 공>은 그런 의미에서 제에게 삶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글 없는 책의 글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었고, '빨강 공이 사라지면 언제인가 더 좋은 파랑 공이 오지 않을까?'라는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글 없는 그림책을 종종 읽어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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