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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효과 - 《80/20 법칙》리처드 코치의 새로운 시대 통찰
리처드 코치 & 그렉 록우드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한때 강한 연결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약한 연결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구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강한 연결과 약한 연결을 '내 사람'과 '내 사람이 아닌 사람'으로 구분하고, 강한 연결로 이어져 있는 사람에게 내 시간과 노력과 애정을 더욱 많이 쏟으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관계의 폭도 좁았을 뿐만 아니라, 강한 연결로 이어져 있는 사람이 나의 믿음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는 매우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러던 도중 TED 강연을 통해 당시 굉장히 이슈가 되었던 weak tie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실 그 강연을 들으면서도 나는 weak tie, 약한 연결의 힘을 믿지 않았다. 어떻게 염치도 없이 약한 연결을 통해서 나의 필요를 채울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한 때는 매일 마주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아주 친했던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내가 당시에 성실하고 믿음직스러웠다면 동창으로서, 동료로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로서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고 내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돕고, 반대로 내가 필요할 때 그들도 기꺼이 도움을 주는 일들이 생겨났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약한 연결의 유용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늘어났다. 한때 한국을 들었다놨다 할 수 있었던 싸이월드와 현재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는 페이스북의 비교가 강한 연결과 약한 연결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싸이월드에서 관계 개념인 '일촌'을 맺으려면 '일촌명'을 정해야 한다. '그 사람의 이름을 부름으로서 나에게 누군가가 되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람과의 일촌을 맺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오프라인 상의 관계를 기반으로 관계를 맺게 되며, 친하지 않다면 일촌신청을 하는 것도 어렵다. 일촌 신청을 해놓고 정작 오프라인에서는 어색한 사이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페이스북에서는 친구 신청이 무척 간편하다. 일촌명과 같은 개념은 물론이고, 친구 신청 메시지를 작성해야 할 필요도 없다. 단순히 '친구 추가' 버튼을 딸깍,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 친구 신청을 승낙할 때도 '받아들이겠다', 거절할 때도 '지금은 아니다'와 같은 버튼을 가볍게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여기에, 나의 공간이 우선시되고 내가 일부러 찾아들어가야 하는 다른 사람의 공간이 있는 것과 달리 페이스북에서는 모든 사람이 마음대로 낙서할 수 있는 큰 대자보와 같은 공간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글을 주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을 수 있고, 부담없이 댓글을 달거나 호감을 표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누군가 내 글을 좋아했다고 해서 부담스러워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저 '연결되어 있는' 정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weak tie, 약한 연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낯선 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더해 '허브'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약한 연결이 1:1 관계라면, 허브는 이들을 이어줄 수 있는 중심 축이 되는 개념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허브가 조직되지 않으면 퍼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특히나 이러한 주장의 예시를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기독교나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공산주의를 들어 설명한 것도 재미있었다. 바울이라는 슈퍼커넥터가 없었다면 지금 한국의 기독교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새로웠다. 바울과 같이 나를 써 달라는 기도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준 조언들 중에서 가장 유용했던 것들 중 하나는, 다양한 허브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끼리끼리' 머물게 된다. 동양에서는 '근묵자흑'이라는 말로, 서양에서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로 이를 표현한다. 책에서도 '어떤 공동체에 들어갈 것인지를 고려하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않고,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빌어 생각과 행동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라고 적극적으로 조언함으로써, 또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는, 혹은 기존의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임에도 자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찾고 내가 누구인지, 나 스스로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알게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작가가 조언해 준 대로, 새로운 모임 속에서,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기뻐하며, 그 안에서 순간 순간 만나는 사람들을 귀히 여기는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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