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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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1. 콜슨 화이트헤드 『니클의 소년들』 : 은행나무


불량 청소년의 교화를 위해 세워진 소년원 ‘니클 아카데미 캠퍼스의 북쪽, 낡은 작업장과 학교 쓰레기장 사이에 있는 비밀 묘지를 그들은 부트 힐이라고 불렀다. 그해 부트 힐에서 발견된 처참히 으스러진 시신 43구 중 7구는 신원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언젠가 할머니 해리엇이 일하는 리치먼드 호텔에 유색인종 손님이 당당히 현관으로 들어오길 꿈꾸는 엘우드. 오직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멸시를 당해야 했던 엘우드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그토록 꿈에 그리던 대학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얻는다. 낡은 자전거마저 백인 학우들에 의해 짓밟히고 지나가던 차량을 얻어 타고 학교로 가던 중 차량 절도범으로 몰리며 엘우드는 화이트하우스로 불리는 니클 아카데미(감화원)로 향하게 된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폭력이 난무하는 니클 아카데미에서의 삶은 엘우드를 절망으로 몰아간다. 유색인종이란 이유로 대학 입학이 소년원 수감으로 바뀐 영재 엘우드는 죽음만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니클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저자 콜슨 화이트헤드는 흑인 인권 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를 소년 엘우드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플로리다주 마리아나의 도지어 남학교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로 집필했다곤 하지만 이야기는 1960년대의 현실에 가닿아 있다. 소년원 내에서의 상습적인 폭력과 성적 학대, 그러나 유색인종이란 이유만으로 은폐되었던 처참한 일상들이 공개되었을 때 세상은 경악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잔악한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은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인종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한 깊은 질문을 남긴다. 정리된 스토리라인을 보면 유익한 것에 비해 지루할 것만 같지만 시작부터 독자를 휘어잡고 숨 막히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다 마침내 먹먹하게 올라오는 애잔한 감정과 영미문학에서 쉽게 느끼지 못했던 서정성이 가미되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지옥 같은 현장을 고발하면서도 신기하게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느낌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반복되는 절망 속에서도 비관적이지만은 않게 그려낸다는 것을 도무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니클의 소년들』이 단순히 차별과 폭력을 묘사하고 어두운 소년원 시절의 엘우드를 조명함으로써 인종차별에 대한 의식만을 강조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2020 퓰리처상 수상작인 『니클의 소년들』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물음에 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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