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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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9.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 현대지성


오늘날 문학이나 영화에선 하나의 장르로도 인정받는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으로 현대에는 ‘이상적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로도 종종 사용된다.

저자 토머스 모어는 헨리 7세의 전제왕권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다. 어려서부터 장미전쟁(1455~1485)의 후유증을 온몸으로 겪은 모어는 ‘안정된 국가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모어는 전제왕권의 국왕이 전쟁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불필요한 소모전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왕에게 권력이 집중되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한다고 믿었다. 한편으로 모어는 전제왕권을 견제하면서도 권력의 존재 자체는 필요하다고 여겼는데, 이는 안정된 정치질서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권위라고 생각했다. 그런 토마스 모어가 창조한 『유토피아』는 실제로 일종의 창조적인 정치적, 사회학적 희곡이다. 1516년 간행된 이 책은 장기간에 걸친 일련의 사회비판에 관한 노작의 하나로, 플라톤의 아틀란티스의 신화에서부터 근대 과학소설에 이르는 상상의 국가와 사회의 창조를 위해 만들어진 시도이다. 이러한 장르가 유토피아라고 불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 영미문학의 거장으로 일컫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나 『증언들』이 전형적인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힌다면, 그와 정반대로 사회학의 사고실험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고 스스로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허구라는 구실 하에 비난을 면할 수 있는 장점에 더해 사회의 어떤 특징을 끊임없이 염두에 두면서, 다른 특징은 논리적 극단으로 생각하고 그 결과를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르로서의 ‘유토피아’의 목적성은 ‘디스토피아’와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책 속 ‘유토피아’의 사회상을 전달하는 인물 라파엘 히슬로데아우스는 ‘헛소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유토피아’라는 단어의 의미와 ‘라파엘 히슬로데아우스’의 의미를 살펴보면, ‘어디에도 없는 섬(환상)에 대한 헛소리’를 토머스 모어는 책으로 써낸 것이다. 그리고 저자 스스로 자신의 소설을 ‘헛소리’로 풍자했던 만큼이나 그의 생애 역시 자신이 그려낸 이상적 사회와는 거리가 있었다.

일찍이 『리처드 3세』라는 역사서를 통해 전제 권력의 잔인함을 고발한 모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유럽 전역의 문제점을 재미있게 풍자하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가를 그려간다. 그러다 마침내 1516년 라틴어로 쓴 『유토피아』라는 소설을 통해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세계를 상세하게 묘사한 것이다. 『유토피아』는 모어가 친하게 지냈던 네덜란드 출신 휴머니스트 에라스무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휴머니즘 문학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모어의 『유토피아』가 휴머니즘의 영향을 받은 학문적 글이 아니라, 단지 본인의 유머감각을 뽐내기 위한 글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기까지 한다. 이유는 10년 가까이 수도사가 되고자 고행의 길을 걸었던 모어가 만난 지 얼마 안 된 17세 소녀와의 결혼으로 성직자의 꿈을 포기하거나, 전제적인 왕권을 부정하면서도 권위에 복종할 줄 아는 소시민성을 갖추고, 한때 종교적 관용을 주장했음에도 직접 개신교도를 잡아들여 집에 가두어버리고, 사형 판결이 두려워 본인의 신념을 포기하면서도 막상 사형을 앞두고서는 농담이나 주고받는 대담함 등이 내포한 그의 이중성과 복잡성이 풍자로 가득했던 저서 『유토피아』만큼 유머러스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적 사고실험이라는 말이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으나 실상 책은유토피아라는 단어에 어울릴 만큼 희곡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소설 중에서도 상당히 유머러스한 편에 속하는 『유토피아』는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역설적으로 당시의 사회, 정치, 문화 14세기 반항의 이데올로기로서 종교 정치적 원망, 묵시적이며 구세주적 몽상의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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