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The Old Man and the Sea 원서 전문 수록 한정판 새움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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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346.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 새움


세상에 산티아고 노인만큼 운이 없는 노인이 또 있을까. 적어도 그가 살아온 마을에서만큼은 가장 운이 없는 노인일지도 모른다고 노인은 생각했다. 어부인 그는 여든 하고도 나흘째 되는 날까지 단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 고기를 잡지 못하면 먹을 것도, 입을 것도, 그러니까 삶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그 어느 것도 쉽게 구할 수가 없다. 실은 먹는 것조차 귀찮아 끼니를 거르는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커피 한 잔으로 공복 허기를 달래고 배를 타고 나선 노인은 밤하늘에 달이 뜰 때까지 노를 저어 보지만 여전히 고기는 잡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노인은 팔십오가 행운의 숫자라 떠들며 오늘이 되길 기다린다.


드디어 여든 나흘째가 지나고 노인은 기쁜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며 잠이 든다. 보통의 날들보다 더 일찍 새벽을 맞는 노인은 여든 닷새가 된 오늘의 희망을 가슴에 안고 다시금 배에 오른다. 하루 반나절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던 낚싯줄이 움직이자 노인은 다급했다. 이 녀석은 지금까지 노인이 만나온 그 어떤 녀석보다 크고 아름다운 녀석이 분명했다. 노인은 생각했다. 지금까지 최고로 크고 아름다웠던 400킬로그램이 넘는 그 녀석을 말이다. 지금 것은 족히 그 녀석의 두 배는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노인에겐 희망만큼이나 절망도 가득했다. 노쇠한 지금의 몸으로 과연 이 길고도 지루한 투쟁을 이겨낼 수 있을까.


길 잃은 세대의 대표 작가이며 이제는 영미문학의 상징이 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특유의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하드보일드 문체로 노인이 맞은 여든 닷새째의 하루를 짧고도 강렬하게 그려냈다. 간결하면서도 현실적인 표현 속에는 헤밍웨이의 깊은 메시지가 잘 담겨있고 순간에 대한 서사는 물론, 강건한 문체 속에서도 허무주의를 극복한 인간상과 실존적 투쟁에 대해 섬세하게 묘사한다.

헤밍웨이의 실존주의는 투쟁을 통한 문명인의 의지와 함께 자연과 싸우며 깨닫는 실존적 성찰을 서사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점진적으로 표현하는데 단순한 플롯에 장치한 이 실존주의는 특히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초기계 문명과 메커니즘적 조직화로 인하여 개개인의 개성을 잃은 채 집단화되고 소외되어가는 현 상황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미국 문학사에 있어 헤밍웨이만큼 우상적 지위를 누린 작가가 또 있을까. 짙은 주름에 덥수룩한 턱수염, 스웨터와 깊은 눈빛은 독자에게 오히려 그의 수많은 소설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영미문학의 상징으로 남았다. 미국 모더니즘의 총아로 떠오르며 20대 시절부터 ‘파파’로 불리던 그가 중년이 되어 술, 질병, 우울증에 노출된 노인으로 전락해 평단에선 헤밍웨이는 작가로서의 수명이 이미 끝났다고 평가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과 바다』로 명성을 되찾으며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


안타깝게도 『노인과 바다』를 끝으로 엽총 자살한 헤밍웨이가 소설의 출간 직후 당시 출판사 사장이었던 찰스 스크리브너에게 편지에 이렇게 말한다. “ 소설은 내가 평생 동안 작업해 산문 작품입니다. 쉽고도 단순하게 읽힐 있고 길이가 짧은 같지만 가시적 세계와 인간 영혼 세계의 모든 차원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로서 제가 있는 가장 훌륭한 작품입니다.” 헤밍웨이에 관한 많은 서평과 논평을 읽었음에도 정작 헤밍웨이 자신이 스크리브너에게 전한 문장만큼 완벽한 평은 없었다. ‘가시적 세계와 인간 영혼 세계의 모든 차원 권의 소설에 담은 헤밍웨이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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