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 수의사가 되고 싶은 수의사의 동물병원 이야기
김야옹 지음 / 뜻밖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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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4. 김야옹 『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 뜻밖

오늘은 반려동물에 관한 매우 특별한 에세이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출판 브랜드 뜻밖에서 펴낸 신간 『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는 수의사 김야옹이 반려동물들을 돌보며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와 뒤늦게 수의대에 입학하여 수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그리고 있다.

오랜 시간 독서를 취미로 하며 반려동물에 관한한 전문서적은 꽤나 많이 접한 편이다. 물론 이것은 취미나 취향의 문제로 접한 것은 아니고 다분히 상업 행위를 위해 공부의 목적으로 접한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반려동물에 관한 책은 전문서적 외엔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이전에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업을 8년가량 해왔고 생업이란 이유를 떠나서라도 결코 나는 반려동물과 친해지기 어려운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굳이 시간을 내가면서까지 반려동물과 관련한 서적을 읽을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모순적이게도 나는 반려동물과 그리 친한 편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살아있는, 작은(특히 어린) 생명체는 나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업을 8년이나 했다는 사실이 가끔 놀랍기도 하다. 물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반려동물을 마주치는 일이 없지는 않았으나 첫 번째 매장이 자리 잡은 이후로는 사무실을 따로 구해 가맹 사업에만 열중했다. 그만큼 나는 작고 어린 것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여전히 두렵기만 하다. 이런 사연 덕분에 내게 이 책은 가장 읽기 싫은 책이면서 동시에 가장 공감 가는 책이기도 했다. 업계를 떠난 지가 이미 3년째지만 이 책에 소개된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이미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왔던 일들이기에 한 편으론 반갑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나와는 정반대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함께 하는 모든 직업은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들이 많다. 특히 힘든 부분은 작고 귀여운 생명체의 탄생만큼이나, - 혹은 그 이상 – 많은 생명체의 죽음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비윤리적인 행태와 마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일부일 뿐이지만, 그 일부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면 그것은 때로 전체가 되기도 한다. 지난 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에 매진하고 괜찮은 40대를 보낼 수 있을 만큼의 입지를 다졌다. 그만큼 사업의 성과가 좋았음에도 생명에게 따라붙는 책임감과 멀리서 바라보는 것조차 불쾌한 비윤리적 행위, 수많은 죽음들은 나를 새로운 사업으로 인도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에 반해 저자는 마땅하지 않은 많은 일들조차 품에 안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단순히 마음이 따뜻하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한 문제가 아니다. 글 곳곳에 묻어나는 동물에 대한 저자의 마음은 독자로서나 동종 업계의 이전 종사자로서나 존경심을 넘어선 경외심이 들기도 한다.

의사나 수의사 같은 생명을 대하는 직업은 돈을 좇기 보다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직업윤리, 직업 정신 같은 것이 없이 이런 일들을 하다 보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신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늦은 나이에 새로 공부를 시작하여 삼십 대 중반에 수의대에 입학한 저자를 보고 있으면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수의사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천직이다. 동물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도 그렇지만 슬픔을 수렴하는 모습에서도 그의 직업윤리를 엿볼 수 있다.

분명히 책 소개라고 했는데, 이 책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어두운 이야기를 많이 꺼낸 것 같다. 김야옹의 『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는 앞서 내가 말한 것처럼 어둡고 잔인한 내용이 아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 중에서도 특히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일들을 추려 출간한 것이다. 프롤로그엔 이런 말이 있다. “1% 정도 허구적 요소를 가미하였고, 2% 정도 기억의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97% 정도는 실제 있었던, 사실에 기반한 글임을 밝힌다.” 동종 업계에 종사 경험이 있는 나의 기준에서 보자면 이 글은 적어도 97% 정도 실제 있었던, 사실에 기반한 글이 분명하다. 그리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책임에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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