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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펌프드 - 우버, 위대한 기회는 왜 최악의 위기로 돌변했는가
마이크 아이작 지음, 박세연 옮김, 류현정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평점 :
3277. 마이크 아이작 『슈퍼 펌프드』 : 인플루엔셜
실리콘밸리를 향한 세쿼이아의 메시지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메시지는 방만한 경영과 무모한 낙관주의의 시대의 종식을 알렸다. 2019년 말, 실리콘밸리 전반이 긴축 재정으로 전환하던 무렵,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다름 아닌 코로나19의 발병이다. 2020년 초 미국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시행했고 이에 세계의 기술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처음에 시애틀을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이후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며 기술 기업이 문을 닫고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주지사와 시장들은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도록 권고하면서 실질적으로 외출을 금지했다. 오직 ‘생존에 필수적인 비즈니스’만 운영을 허락했다.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거리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지금의 사태는 2008년의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석학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 기업이 경종을 울렸다. 2020년 3월 3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 투자 기업인 세쿼이아캐피털이 그들의 포트폴리오 기업 창업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여기서 그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2020년의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이 지극히 낮지만 일단 벌어지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갖는 사건)’이라고 칭했다. 세쿼이아캐피털이 그 서한을 보낸 목적은 창업자들이 앞으로 다가올 사태에 대비하도록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특히 수익 창출과 보수적 회계 방식 그리고 인력 감축을 강조했다. 기업들은 이제 힘든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리고 모두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기술 세상의 문화는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2020년에 우리를 찾아온 재앙은 이미 새로운 기술 유니콘을 위한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마이크 아이작은 특별서문을 통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
발상의 전환과 유통 구조의 혁명은 공유 경제의 시작을 알리며 우버를 순식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작은 스타트업을 단번에 기업가치 130조 원의 거대 유니콘으로 키워나갔고, 여느 기업보다 빠르게 70개국에 진출했다. 순수 고객이 1억 명에 달했고 세계 2위 스타트업의 명예를 거머쥔 우버는 공유경제라는 혁명적 이념을 제시하며 전 세계 운송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그러나 그들이 외친 공유경제는 법과 관점에 의해 기업 범죄로 규정되고 2017년 드디어 기업의 존망을 뒤흔든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온다.
뉴욕타임스의 IT 전문 기자 마이크 아이작은 『슈퍼 펌프드』를 통해 각종 비공개 문서와 전현직 임직원 200여 명과의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유니콘 우버의 12개월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본격 기업 르포르타주인 이 책은 그간 세간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우버의 자극적인 스캔들 너머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와 스타트업이 처한 극한의 경쟁을 고발하며, 차세대 기술과 혁신이 기업 범죄로 이어지는 상황들에 대해 적시한다.
생각 이상으로 충격적인 책이다. 워낙 경제경영서나 기업을 다룬 책을 좋아하다 보니 그간 기업이나 유명 CEO의 흥망성쇠를 많이 접했지만, 관점에 따라 기술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낳은 기업 범죄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한 시대에 거대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느낀 바가 많다.
『슈퍼 펌프드』는 비즈니스 저널리즘 최고 권위 제럴드로엡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성공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방법론을 담은 책은 아니지만, 저자 마이크 아이작이 보여준 우버의 기록은 우리 기업인들이 경쟁에 앞서 우선해야 할 최소한의 기업 윤리와 고귀한 기업 정신에 대해 사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