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어 완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새움 세계문학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선영 옮김 / 새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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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7. 레프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새움

우리는 곧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맞이할 것이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기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가 부정적인 의미로서 허위의식의 이데올로기에 오를 것이다. 물질적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지배계급은 사실상 지적 생산수단을 통제할 힘도 함께 보장받는다. 물론 구조주의 마르크스주의자인 알튀세르에 의해 비판당한 바 있으나 나는 여전히 마르크스의 허위의식으로서의 이데올로기론을 지지한다. 모든 것이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찾아 변화되고 있는 이 시점, 정작 고도의 기술 집약적 시대인 현재를 보라. 가성비가 좋던 제품들의 수요가 저물고 이제는 가심비를 자극한 제품들이 가판대에 오르고 있다. 이는 숫자로 만든 세상이 저물어감을 의미할 수 있다.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시대를 읽는 방법도 다양하다. 물론 나는 숫자를 신뢰하고 논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때로 숫자는 무의미한 영역, 즉 경쟁적 발전에서의 우위 선점이 수월해질 뿐 정작 본질로의 접근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얻고자 하는 통찰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 나는 논리의 영역보다 철학의 영역에 다가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철학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필로소피(Philosophy)란 말은 원래 그리스어의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하며, 필로는 ‘사랑하다’ ‘좋아하다’라는 뜻의 접두사이고 소피아는 ‘지혜’라는 뜻이며, 필로소피아는 지(知)를 사랑하는 것, 즉 ‘애지(愛知)의 학문’이다. 철학만큼 그 이름만 듣고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학문도 세상에 없는 것 같다. 때문에 굳이 밝혀두자면 인생이나 세계 등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임에도 나는 인문학에 치우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인간이 변한다는 것과 같다. 지금은 변혁의 시대이고 세상이 변혁하는 만큼, 그보다 우선하여 인간이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을 통해 얻는 통찰 정도일 텐데, 이 통찰이란 것이 책 몇 권 더 읽는다고 쉽게 얻어지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래도 가급적 같은 시간과 같은 노력을 투자한다면 옛 성현들의 지혜가 녹아있는 한 권의 책이 보다 유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전쟁과 평화』가 대표적일 것이다. 때문일까 톨스토이 하면 어렵고 무겁고 조금은 지루한 고전문학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겐 익숙할 수도, 누군가에겐 낯설 수도 있는 이 책은 표제작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포함한 열세 편의 중단편 소설을 담고 있는 소설집이다. 내 경우에는 『두 형제와 황금』, 『바보 이반과 그의 두 형제 이야기』, 『세 가지 질문』 등의 제목이 낯익게 다가왔다. 앞서 언급한 『안나 카레니나』나 『전쟁과 평화』와는 다르게 이 소설집은 매우 쉽고 편하게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인지 소설의 분량을 최소화하면서도 역량을 최대화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쟁과 평화』에서 톨스토이는 “영웅은 존재할 수도 없고 또 존재해서도 안 되며, 오직 인간만이 존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짧은 한 문장이 갖는 힘이란 대단한 것이다. 삶을 꿰뚫는 시선과 폐부를 찌르듯 날이 선 질문은 독자를 본질에 가닿게 한다. 이러한 역량은 이 소설집에서도 가감 없이 발휘된다.

소설집에 담긴 열세 편의 저마다 다른 이야기는 타락과 구원 사이에 놓인 배려와 믿음이라는 과정을 그리며 윤리적이고(종교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인류애를 담은 소설로 거듭난다. 어차피 상상된 모든 것은 그 어느 것도 참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상상하는 힘은 그 자체로 현존하는 것이며, 사유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기에 이 소설집이 담은 사유는 의심하고, 긍정하고, 부정하며, 의욕하고, 의욕 하지 않으며, 상상하고, 감각하는 모든 것이다. 톨스토이가 이 소설집에서 내비친 사유는 ‘사랑’으로 이어진다. 소설에서 형상화되지 않은 신이 사랑이고, 타락에서 구원까지의 과정이 사랑이다. 우리는 이야기 속 사랑을 통해 톨스토이의 인류애를 경험할 수 있다.

그동안 톨스토이의 명성이 주는 무게(어렵고 무거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접하지 못했다면 그와의 첫 만남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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