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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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9. 배철현 『승화』 : 21세기북스

나로부터 발현된 세상을 최소한의 단위로 보면 그것은 ‘호흡’과 같다. 때문에 나는 언어로서의 호흡은 물론 실제로서의 호흡 역시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명사인 호흡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째로 숨을 쉼, 또는 그 숨이라는 의미가 있고, 둘째로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룸, 또는 그 조화라는 의미가 있다. 호흡은 생명이며 죽음이다. 호흡은 모든 일의 시작이며 과정이고 동시에 끝이다. 오늘 소개할 『승화』는 아마 내게 있어 ‘호흡’과도 같은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고전문헌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인류가 남긴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위대한 개인이 획득해야 할 가치들을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심연』을 시작으로,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수련』,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정적』을 거쳐, 오늘 소개할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한 『승화』까지 네 권의 시리즈로 기획했다.

저자에 따르면 ‘승화’는 아무런 유혹도 시련도 없는 완성된 상태가 결코 아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더 높은 차원의 정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얻게 되는 겸허한 마음이다. 마치 동네 야산의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산보다 높은 산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도전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산을 정복한 뒤에도 그보다 더 높은 산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겸손한 마음을 지니게 되는 것과 같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벽은 방해물이 아니라 내가 극복해야 할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정성스럽게 살려는 마음가짐과 그런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언행이 바로 승화다.

이쯤에서 우리는 한계돌파나 자기극복을 위하여 어떤 수련을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가 넘어서야 할 대상은 눈앞의 거대한 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1부 <응시>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법에 대해 말한다. 2부 <엄격>에서는 품위 있는 나를 만드는 법에 대해 말하며, 3부 <명료>에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순간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 4부 <승화>에서는 드디어 위대한 변화에 대하여 말한다. 유언, 공허, 고통, 양심, 진정, 내면, 의미, 걸음, 기억, 도야, 일념, 취미, 검역, 신중, 간절, 생성, 희생, 내재, 안내, 자기문화, 구별, 각성, 모험, 변모, 지고, 변화, 미지, 광휘까지 총 28개의 키워드는 각 7개가 하나의 장을 완성한다. ‘하루 10분, 나를 변화시키는 짧고 깊은 생각’이라는 프롤로그의 제목처럼 각 장은 10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짧고 명료하지만, 하나의 키워드가 갖고 있는 저자의 통찰을 유의미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꼬박 하루를 고민해도 모자랄 만큼 깊이가 있다.

이 책은 인종, 역사, 정치, 문화, 예술, 신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헌을 담고 있고, 저자의 이력에서 보듯 여러 고전에 담긴 통찰을 한 권의 책으로 ‘승화’시킨다. 우리가 ‘승화’를 위해 수련해야 하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몰입은 세속적인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다. 인간은 몰입을 통해 과학, 예술, 상업과 같은 분야에 필요한 기술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묵상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성공을 위한 필연의 조건이다. 묵상의 목표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완벽한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데 있다. 자기를 넘어선 자신, 초월적인 자신이자 신적인 자신을 찾기 위해 필요한 예술이 묵상이다. 묵상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는 자신을 스스로 제3자가 되어 가만히 지켜보는 행위다. 나의 생각들을 복기해보면, 그것들은 내가 습관적으로 해오던 생각들이다. 그러므로 나를 절제함으로써 다음 단계에 어울리는 행위를 생각해낸다. 그런 생각을 연습하고 자신의 몸에 익히는 것이 나의 개성이며 나의 운명인 것이다.

입에 단 것만 먹고, 눈에 보이는 것만 연마한다면 대체 우리는 어떻게 자기극복을 할 수 있을까. 때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우리는 진리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변화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는가.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의 나와는 다르게 내일은 승화한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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