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 초연결 시대를 이끌 공감형 인간
최배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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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0. 최배근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 21세기북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크게 두 가지 유형, 즉 작은 변화가 진행되는 시대와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과거의 경험은 미래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라면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준비할 때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전에 결코 겪은 적이 없는 새로운 현상, 즉 ‘새로운 처음’에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로운 처음’을 겪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처음’의 빈번한 발생은 근본적 변화가 진행되는 시대, 이른바 시대 이행기의 특징이다. ‘이행기’란 이전 시대의 현상들이 약화되고, 다음 시대의 새로운 현상들이 증가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이행기에는 새로운 현상들에 기초한 법과 제도 등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반면 여전히 사고와 행동 방식은 과거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이런 시대에는 혼란이나 불안 같은 불확실성이 일상화된다.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도 서구 산업문명이나 매뉴얼 사회 일본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현시대가 산업문명으로 대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는 과거의 경험에 기초한 매뉴얼이 ‘새로운 처음’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현재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가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이행기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진행된 IT 혁명이나 데이터 혁명 등도 기존 기술진보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역사의 진행과정에서 ‘혁명(단절성)’을 부정하고 기존 흐름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는 주장들도 나중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할 때 본질의 변화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맹아, 즉 자본주의의 싹은 봉건제하에서 발생했다. 농촌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농업과 토지 등 자연경제와 결합한 분권적인 정치체제(봉건제) 덕분에 상공업과 화폐경제가 독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자치도시’가 생겨났고, 자치도시의 성장과 더불어 봉건제가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진행 중에 있는 데이터 혁명 역시 자본주의 제도하에서 발생했다. 탈공업화에 대한 출구를 ‘금융화’에서 찾았던(영미형) 자본주의가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수반했고, IT 기술은 데이터 혁명의 기술적 토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대인이 자신이 살아갈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질서와는 근본적으로 성질이 다른 새로운 사회질서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과거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는 한, 새로 도래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KBS ‘최경영의 경제쇼’, ‘뉴스공장’, ‘다스뵈이다’에 고정 출연 중인 국내 대표 경제사학자 최배근이 기본소득과 학교교육, 정부 정책, 무너지는 세계 시스템 등 현시대의 문제를 진단하고, 초연결 시대에 공감형 인간 호모 엠파티쿠스가 펼쳐갈 미래를 전망하는 책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로 돌아왔다. 대표 팩트 저격수인 최배근 교수는 특유의 돌직구 화법으로 ‘사상 초유의 대전환 시대에 공감형 인간만이 미래의 대안이다.’라는 주제로 끌어가는 이 책은 ‘야후와 구글의 운명이 뒤바뀐 이유’, ‘애플과 삼성전자가 다른 길을 걷게 된 이유’, ‘우버와 달리 타다가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없었던 이유와 같은 질문을 통해, 디지털 생태계에는 이익을 공유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파트1 <초연결 세계의 문이 열리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파트2 <공감, 초연결 세계의 가치가 되다>로 현재를 진단하며, 파트3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를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호혜적 디지털 생태계와 필연적으로 변모될 호모 엠파티쿠스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 파트4 <K방역, 한국의 미래가 되다>는 제목처럼 우리가 마주할 근미래를 예측하고 앞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대한 분기점 앞에 선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저자의 대담하고도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는 ‘공감’과 ‘호혜’의 가치를 통해 향후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세밀하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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