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수사단
주영하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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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1. 주영하 『콩가루 수사단』 : 스윙테일


18 남짓의 작은 집이지만 현호에게 집은 꽤나 안락한 곳이다. 스펙 좋은 엘리트 형사로 서촌 경찰서 강력계에 근무 중인 현호가 누린 일상의 평화를 침범한 것은 다름 아닌 가족들이다. 시작은 큰누나였다. 10 넘게 추리소설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있지만 실상은 은둔형 백수로 그나마 살던 고시원에서 마저 쫓겨난 큰누나 백진주는 미안한 낯짝을 하고선 안방에 짐을 풀었다. 안방의 주인이 백진주가 자리를 잡기도 , 작은누나 현주가 벨을 눌렀다. 어린 시절 키에 화려한 외모로 동네를 평정한 현주는 오랜 시간 여신으로 추앙받았으나 지금은 번의 이혼을 앞둔 프로 이혼녀로 전락해있다. 매형과는 이제 하루도 산다며, 너는 애가 그렇게 정이 없냐며, 지난 조카를 밖에서 얼려 죽이겠냐며, 집안에 발을 들인 작은누나 현주는 단숨에 진주를 몰아내고 안방을 차지했다. 현호의 일상에 화룡점정을 찍은 엄마였다. 전세사기를 당했다며 찾아온 엄마 오희례 여사는 연신 박복한 팔자 탓을 하며 거실에 궁둥짝을 붙이자마자 대성통곡했다. 한번 눌어붙은 궁둥짝은 떨어질 몰랐고 엄마의 궁둥짝은 작은누나와 조카가 차지하던 안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큰누나도 틈을 방구석에 한자리를 차지했다. 처음엔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현호지만 협상과 분노, 우울을 거쳐 수용의 단계에 접어든 현호는 모든 포기하고 창고로 쓰던 작은방에 짐을 옮긴다.


어쩐지 천명관 작가의 『고령화 가족』이 생각나는 소설이다. 추리 장르에 속하는 소설의 시작은 『고령화 가족』처럼 지지리도 못난 가족들이 18 남짓의 작은 집으로 모이며 시작된다. 소설에서의 대목을 인용하자면피는 물보다 진해서 남에게 쏟는 것보다 많은 에너지와 열정으로 가족과 싸우는거라지만 제목의 수사단 앞에 붙은콩가루라는 단어는 그들이 결속력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가족이란 점을 명명히 보여준다. 시작부터 현호의 주위를 둘러싼 희례, 진주, 현주, 조카 지우까지 여자들의 속사포 같은 입담은 독자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입담이 끝나기도 , 조카 지우의 유괴는 소설의 번째 사건인 <사라진 작은 >으로 이어진다. 사건은 콩가루 집안의 콩가루 가족인 그들을콩가루 수사단으로 결속한다. 동네 오지라퍼이면서 과거의 행적이 미스터리한 엄마 오희례 여사를 시작으로 10년간 추리소설을 써온 큰누나 진주, 화려한 미모와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인 작은누나 현주, 그리고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강력계 형사 현호는 물렁하게 대처하는 경찰을 대신해 사건을 풀어간다. 유괴된 조카 지우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번째 사건 <베란다와 빨간 구두> 그리고 <웨딩 브레이커>, <살인 소설> 많고 탈도 많던콩가루 수사단 어느덧 최강의 팀플레이를 자랑하며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미스터리 사건들의 트릭을 파헤친다.


소설은 시종 유쾌하다. 그러나 유쾌하다는 것이 반드시 코믹 요소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처럼 어느 가족이든 마음에 품고 있을 저마다 다른 비극을 한걸음 물러서 희극으로 표현하지만 속엔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동시한다. 일곱 사건을 연이어 해결하는 동안콩가루 수사단 가족사가 조금씩 드러난다. 웃지 못할 일들, 그러나 수만도 없는 우리네 삶을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이 좋은 이유는 사건들의 사이사이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의 잔잔한 감동이 오히려 묵직한 가족애로 다가오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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