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현대지성 클래식 31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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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6. 존 스튜어트 밀 『공리주의』 : 현대지성

철학이 실제 내 삶에 미친 선한 영향력에 대해 말할 때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떠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나는 ‘개인의 행복 추구’를 우선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익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돈’이나 ‘사랑’, ‘신념’ 같은 것들이 아닌 ‘행복’인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은 내게 행복을 안겨 주어야 한다. 그것이 비로소 진짜 행복해지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공리주의를 생각하면 흔히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떠올릴 것이며 나아가 민주주의나 윤리, 도덕에 영향을 미친 사상 정도로 기억될 것이다. 공리주의의 창시자인 영국의 사회사상가 제러미 벤담에 따르면 공리(utility)란 어떤 것이든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에게 혜택, 이점, 쾌락, 선, 행복을 가져다주거나 불운, 고통 악, 불행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속성을 의미한다. 책의 저자이자 제러미 벤담에 이은 공리주의 윤리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에 따르면 공리를 통하여 행복으로 갈 수 있기에 공리를 행복으로, 공리주의를 행복주의로 읽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공리라는 말은 행복이나 쾌락과 달리 그 자체로 목적이라기보다는 그런 것을 산출하는데 유용하다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공리의 어원인 utility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명사로서 유용성, 효용, 실용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덕의 밑바탕으로 ‘공리’ 혹은 ‘최대 행복 원리’를 받아들이는 사상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어떤 행위가 행복을 증진시켜주는 것이라면 그 증진의 정도에 비례하여 옳은 행동이 되며, 만약 불행을 증진시켜주는 것이라면 그 증진의 정도에 비례하여 그른 행동이 된다.” 쉽게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함으로써 개인의 쾌락과 사회 전체의 행복을 조화시키려는 사상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공리주의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기주의나 쾌락만을 좇다 보니 돼지와 같이 게으름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사실 공리주의의 정수가 쾌락과 행복에 있다면 앞선 걱정이나 상대 철학파의 비난도 무시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에 대한 반론 속에 나타난 인물이 존 스튜어트 밀이다. 넓은 의미에서 공리주의는 행복, 효용 등의 쾌락에 최대의 가치를 두는 철학, 사상적 경향을 통칭하는데, 공리주의의 창시자인 제러미 벤담은 쾌락의 질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쾌락이 계량 가능하다는 ‘양적 공리주의’를 펼쳤다면, 존 스튜어트 밀은 쾌락의 질적 차이를 인정한 ‘질적 공리주의’를 주장하여 ‘공리주의’를 현세대에까지 국가, 인종, 문화를 넘어 전파한 인물이다.

존 스튜어트 밀이 주장한 ‘질적 공리주의’의 핵심은 육체적인 쾌락보다 지적이고 도덕적인 쾌락이야말로 질적으로 우수한 쾌락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행복과 만족을 구분하고 전자가 후자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말한 밀은 “만족한 돼지보다는 불만족한 인간이 더 낫다. 만족하는 바보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행복의 질을 구별하면서도 도덕적 규범과 의무를 다하게 하고 품격을 지니는 지성체로서 행복 추구를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바로 국민의 행복 추구권이다. 사회주의 사상에서 말하는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는 주장과는 다르게 민주주의 사상은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공리주의는 존 스튜어트 밀 이후의 수많은 철학가와 사상가에게 영향을 미쳐 공리주의 이론을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켰으며, 특히 법학, 정치학, 경제학에 그 영향력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 역시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가 잔존한다. 이것이 잔존 문화 요소와 다른 점은 모든 문화 요소 중 그것을 낳은 사회 상황이 변화된 뒤에도 소멸함이 없이 그 본래의 의미나 기능은 상실한 채 전 시대의 유제로서 새로운 사회에 전해지고 있는 대신, 공리주의는 오히려 시대가 감에 따라 공리주의 가치 역시 체계화되며 발전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단지 하나의 철학 사상을 배우고 알아간다는 생각보다 지난 2세기에 걸쳐 인류사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 사상을 통해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과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를 재정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철학서보다 더 의미 있고 마음 깊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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