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 완벽하지 않은 날들을 살면서 온전한 내가 되는 법
변지영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지영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 비에이블

공부를 위해 살았던 10대를 지나, 일을 위해 살았던 20대를 거쳐, 창업을 하고 기업 운영에 모든 것을 바쳤던 30대가 갔다. 40대에 진입을 하니 나는 무얼 위해 사는지, 나는 왜 사는지 다시 한번 지난 삶을 돌이켜보며 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책의 제목은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지만, 정작 나는 ‘내가 싫은 날보다 좋은 날이 많았습니다’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내가 싫은 날보다 좋은 날이 많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는가에 대해 생각하자면 확실히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나는 나의 마음에 드는 내가 되기 위해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매일매일 반복적인 연습과 테스트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마주한 지금, 과연 나는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는지 다시금 고민해보려 한다.

부분이 모여 전체가 된다. 나무가 없는 숲이 있을 수 없고, 물이 없는 바다가 있을 수 없으며, 흙이 없는 땅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나무만 있어 숲이 될 수 없고, 물만 있어 바다가 될 수 없으며, 흙만 있어 땅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크고 작은 장점 몇 가지와 생각도 하기 싫은 수많은 단점들이 모여 우리를 이룬다. 숲이 그렇고, 바다가 그렇고, 땅이 그런 것처럼.

우리는 부분은 보지 않고 언제나 전체를 보려고 하는 건 아닐까. 어쩌다 원치 않는 부분들을 충실히 삭제해가며 사회가 원하는 나를 하나의 전체로 만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치 않는 작은 부분조차 나인 것을, 모두가 원하는 전체에 맞추어 내가 갖은 작고 소중한 것들을 망설임 없이 삭제하는 중은 아닌가.

며칠 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짧은 시간 바다가 보이는 펜션을 잡아 하루를 꼬박 쉬고 왔다. 지금 내 일정상 하루를 쉰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몸과 마음에 과부하가 걸리니 단 하루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비가 내리던 그날 밤, 침대 옆 유리 문을 활짝 열고 감청색의 하늘과 군청색의 바다를 보며 가까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 하며, 빗소리에 취해 있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이름 모를 곤충 소리가 그날따라 유난히 듣기 좋았다. 평소에 곤충이나 벌레를 참 싫어하는 편이고 그래서 캠핑도 한 번 가보지 못한 나인데, 그날의 곤충 소리는 풍경의 일부이며 동시에 전체이기도 했다. 세상 모든 것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가 있음이 분명하다.

변지영의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는 그날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읽었던 책이다. 나를 조금 더 나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끌어주는 책이다. 심리서이긴 한데 심리 상담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맞는 것 같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단점을 보완하고 극복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이 책은 단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 같다. 그리고 사회적인 시선에서의 불순물들을 적절히 걸러내준다.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가. 또 얼마나 편안한 일인가.

오후 세시에 입실해 다음 날 오전 열한시에 퇴실하기까지 바다 풍경에 취해있었고 잠시간 수영을 했고 허기가 지면 간단한 음식들로 배를 채웠다. 이외의 모든 시간은 파도 소리, 빗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 소리를 들으며 이 책을 읽었다. 만 하루도 안 되는 짧은 휴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밀린 업무를 체크하고 여느 날과 다름없는 저녁식사와 독서를 마치고 침대에 올랐다. 모든 것이 오차 없는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좀 더 편안한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유일하게 어제와 다른 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